▲ 대형교회의 신화를 넘어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 ⓒ에큐메니안

한국교회 120여년의 역사는 놀라운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크고 웅장한 건물을 소유한 대형 집단이 되었으며, 한국교회 안에서 성장한 모델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습이나 횡령, 배임 등 대형교회의 불법적 모습이 드러나면서 교계 안팎으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생명평화마당> 교회위원회는 16일(화) 오후7시30분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대형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행사를 주최한 생평마당 방인성 목사는 “한국교회는 대형교회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부러움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경험과 토론, 강연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형교회에 대한 환상, 또는 신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번 정기포럼은 강연 후 토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참가자의 토론이 먼저 진행됐다. 토론에서 도출된 대형교회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이 강연을 통해 정립해가는 과정을 택한 것이다.

▲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대형교회와 그 신화에 대해 토론했다. ⓒ에큐메니안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먼저 교회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의 명령을 잘 수행한 교회’, ‘큰일을 수행하기 위한 대형교회의 필요성’, ‘사람에게 존재하는 대형교회에 대한 지향’ 등 소위 ‘대형교회 신화’를 도출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조별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은 한국교회 안에 있는 다양한 ‘대형교회 신화’에 대해 발표했다. 가리봉교회 이신애 전도사는 “대형교회에는 제자가 더 많다고 하지만 상대적인 숫자일 뿐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교인의 비율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고, 백석신학대학원 최병구 전도사는 “대형교회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서 대형교회에 다니는 것만으로 신앙의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착각한다.”며 대형교회의 허구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영신교회 서영 전도사는 “대형교회 목회자는 더 뛰어나거나 한국교회의 성장을 주도해온 것처럼 생각되고 있다.”며 조원들의 의견을 전했고, 홀트교회 김주현 목사는 “대형교회가 지역사회와 연대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복지관만 있을 뿐 복지에 대한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다. 목회자의 신학이나 설교 수준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영과 관리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낮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대형교회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을 다양한 언어로 발표했으며, 대형교회의 신학, 설교, 조직, 신앙 등 다양한 방향에서 생각들을 공유했다.

▲ 박영신 박사(왼쪽, '대형교회' 넓은 길, '작은교회' 좁은 길), 신광은 목사(오른쪽, '메가처치' 현상, 진단과 치료를 위한 단상) ⓒ에큐메니안

이어진 강연에서 박영신 박사(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예람교회 공동목사)는 “정권에서 몰아간 성장 정책에 모두가 도취되어 있던 시대에 성장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삶의 조건이자 성취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며 “교회는 ‘성장’의 혼합 종교를 만들었고, 교회의 성장을 이끈 자들은 십자가를 배경으로 한 교회 강단에서 성장의 혼합 종교를 전했다.”고 전했다.

성장 혼합 종교는 교회의 대형화를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조직 체제화를 가져왔다. 대형교회는 기업체의 효율성과 능률성 원리를 끌어들여 경영-행정 조직화했고, 조직 운용 방침에 따라 거대한 교중이 목사를 향해 앉아 경청하고 모든 것에 ‘아멘’으로 순종하여 화답하는 조직 문화라고 발표했다.

박영신 박사는 “성장 종교 혼합주의에 물든 교회의 대형화에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며, 바로 ‘작은 교회’의 길로 들어선 자들.”이라며 “작은 교회로 남겠다는 것은 단순히 교인 숫자의 크고 작음에서 구별되는 뜻이 아니며, 대형 교회와 구별되는 대안 교회.”고 평가했다.

두 번째 강연은 ‘메가처치 논박’의 저자로 유명한 신광은 목사(열음터교회)가 맡았다. 신 목사는 “대부분의 신학은 교회의 크기를 비본질적인 것으로 상대화시켜 대형교회에 대한 판단을 중지시킨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그 개체의 활동에 적합한 크기를 유지하듯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몸,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교회의 크기는 교회의 영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고 피력했다.

신목사는 교회가 메가처치 현상에 대한 비판이 교회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교회는 메가처치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반성이나 성찰을 할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1980년대 제자훈련이 한국교회에 크게 유행한 것도 교회성장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 모든 판단 기준이 교회성장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이미 논리적이고 통계적으로 뻔한 사실은 '모든 교회가 메가처치가 될 수 없으며, 메가처치를 향한 질주는 무의미하다.'이다. 한국교회의 대형화, 대형화에 대한 추종 현상, 즉 메가처치 현상에 대해 신 목사는 “성서적 교회상이 정립되고, 그 교회상에 걸 맞는 모델을 찾아내거나 혹은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에큐메니칼 작업을 통해 99%의 비(非)메가처치 교회를 위한 새로운 교회상의 개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토론과 강연, 질의응답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으며, 교회 현장에서도 대형교회에 대한 건강한 대안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하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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