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한 사람이 SNS의 주인공이 되었다. 모 회사 상무라는 사람이 비행기 승무원이 끓여준 라면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그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먹어봐”로 일관하다가 결국 폭행까지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자마자 소위 ‘신상 털기’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온 천하에 드러났고 급기야 패러디 그림까지 등장했다.

심성의 문제일까 구조의 문제일까

그런데 세상 참 좁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안 다고 내 주위에 지인들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다. 선배 한 분과 후배 하나가 직접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정훈아, 형 와이프가 옛 동료였어. 우리 집 최고 존엄님(형님께서 아내를 종종 이렇게 표현하신다)이 그러시던데, 옛날엔 전혀 never 그런 사람이 아니었데. 왜 그랬는지 와이프도 궁금해 하더라.”

“형, 그 사람 제가 5년을 본부장으로 모셨던 사람이에요. 호탕하고 깰 때 확실히 깨고 뒤 끝 없고, 능력 확실하고 뭐 그래요. 제가 다니는 회사 전 직원 먹여 살릴 정도로 능력자에요. 다른 회사 가서 이제 보 떼고 상무 되더니. 그 놈의 괄괄한 성격 때문이지 싶어요.”

두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예전에는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뭐가 그 사람을 저토록 변하게 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 정말 예전에는 안 그랬던 사람이 왜 저렇게 변했을까?

예전에는 숨기고 살 수 있을 만큼 괜찮았는데 본성이 드러난 걸까? 조직 문화에 물들어서 사람이 그렇게 되었을까? 예전에는 조금 작은 회사에서 지내다가 더 거대한 회사로 들어가니 어깨에도 마음에도 힘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어쩌면 모든 것이 추측성일 뿐이기에 다 맞는 말일 수도 다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이 변했다는 것이고 그렇게 행동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 하고픈 것은 얻어맞은 승무원에 대한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다.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불하는 요금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 기준을 정할 수 없다는 난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은 상품의 사용가치를 변화시키고 상품에 가치를 부가하는 사람이 가진 생산력의 실제적인 활용을 의미한다. 이 활용에서 생긴 노동 생산물은 상품으로서 살 수도 있고 팔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 그 자체, 즉 생산 활동을 사고판다는 개념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노동력은 상품에 가치를 부가하는 유용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안에 내재해 있는 능력을 말한다. 노동자가 자본을 가진 사람들에게 화폐 임금을 받고 파는 것이 노동력인 것이다. 자신이 생산한 노동생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노동의 생산자는 구매자의 이익을 위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노동을 약속하면서 일정액의 화폐, 즉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력의 가치 혹은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노동력의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에서와 마찬가지로, 특정 물품의 생산과 또 그에 따른 재생산을 위해서 투입된 노동 시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했다. 상품과 그 상품을 생산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결정한다는 말이다. 일단 그럴싸하게 들린다.

▲ 비행기 승무원을 폭행한 모 회사 상무를 패러디한 사진

비물질노동 시대의 노동 가치의 부재가 만들어낸 비극 

이것은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제법 잘 들어맞는 이야기였지만, 요즘 회자되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에도 이것이 적합한지는 물음표가 생기게 된다. 즉 상품을 만들어내지 않는 노동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즉, 지식노동(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등)이나 감성노동(패스트푸드 업체 점원, 성노동자 등) 같은 이른바 ‘비물질노동’은 어떻게 그 노동력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가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은 투여되는데 생산되는 상품이 없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기에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늘 부족한 것 투성이로 보일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들기가 일쑤일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의 입장에서 적당하고 어쩌면 비싸기까지 한 비용을 지불했는데도 돌아오는 것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각종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까지 사용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가치에 대해서도 정리가 안 된 형국에 후기 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늘어나게 된 각종 서비스업들, 즉 노동 가치를 정의할 수 없는 비물질노동까지 양산해 내고 있으니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돌입해 사람의 심성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 회사 상무(이제는 정리해고자가 되었지만)가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은 그의 심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분명히 잘못되었고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이 사회가 떠안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피할 길을 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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