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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버스킹 여행 가요”섭섭했던 마음과 꿈을 찾는 마음을 안고 여행 떠나는 ‘버프걸’
이정훈 기자 | 승인 2013.04.29 01:27

한가한 토요일 오후 선배 형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뭐하니? 홍대에 놀러 가고 있는데, 만나서 저녁 먹고 부암동에 공연 보러 갈까?”

“홍대는 뭐 하러 가셨어요?”

“사진도 찍을 겸 놀러왔지. 홍대 역 근처에 차 세워 놓고 좀 걸으면서 사진 찍고 밥 먹고 부암동 주민 센터 근처 ‘유쾌한 황당’ 카페에서 열리는 공연 보러 가자.”

“음, 형님, 전동휠체어 타고 홍대까지 가려면 1시간 넘게 걸려요. 그냥 부암동에서 만나 저녁 먹고 공연 보러 가지요. 근데 무슨 공연이에요?”

“여자 두 명이서 ‘버스킹’(Busking) 여행 가기 전에 여행 경비도 마련할 겸 열리는 작은 콘서트야. 여자 두 명이서 버스킹 여행 하는 거 대단하지 않냐? 공연도 보고 조금이라도 도와줘야지.”

그렇게 전화를 끊고 후다닥 준비하고 부암동 주민 센터 근처로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에서 내려 둘러보니 한두 번 와 본 곳이라 전화로 통화할 때 “어디지?” 했던 것이 생각나 우습기도 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10분 정도, 약속한 형님과 만나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공연이 열리는 이름도 약간은 요상했던 “유쾌한 황당”이라는 카페에 도착했다.

   
▲ 버스킹 여행을 떠나기 전 공연 자리를 마련한 '버프컬'

카페 앞에 도착했을 때는 5평 남짓 작은 카페 공간에 공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런 저런 집기들을 밖으로 빼기도 하고 의자를 다시 배치하고 있었다. 지켜보면서도 “아무리 무명의 듀오지만 너무 작은 공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의야 하기도 했다. 어쨌든 공간 배치가 끝나고 들어가 정말 비좁은 공간에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공연 시간 20분 정도 전에 주인장에게 문자가 왔는데, “버프컬이 직장 마치고 온다고 공연 시간 직전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맘 편히 기다려 주세요.” 한다. 그리고도 한참을 주변 정리를 하는 주인장을 보면서 “공연은 어찌하나?” 했었다. 그러기를 10분 정도 지났으려나, 공연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두 분의 여성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재미있는 것은 공연을 하는 주인공들과 관람객의 거리가 악보대 하나를 둔 정도밖에 안 되었다. 악보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여성 관람객 한 분이 “공연하시는 분 부담 되실까봐 고개를 못 들겠어요.” 하자 겨우 카페 주인장까지 해도 10명이 들어와 있어도 공간이 꽉 차 몸 돌릴 수도 없는 공간이 일제히 웃음바다가 되었다. 오히려 그 말이 다행이었는지 긴장이 조금 풀리고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 한 곡을 마치고 공연자 중에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여성분(이하 ‘안’이라고 하자)께서 이야기를 하셨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공부하고 일한다고 해외여행 한 번 못해 본 것이 아쉬워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계획을 하나 세웠어요. 경비가 없어서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여행이 뭘까 고민하다가 결정했어요. 버스킹 여행이에요. 왔다갔다 비행기 값만 마련하고 여행지에서는 공연을 하면서 하루하루 여행경비를 마련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년 전부터 기타를 아주 잘 치시는 제가 아는 ‘이상한 나라 헌책방’ 서점주인 아저씨께 기타를 배웠어요. 노래 연습도 시작했고요. 그런데 막상 여행을 가려고 하니까 여자 혼자서는 좀 무섭기도 하고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는 생각이 아니었고, 그냥 여행 간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더니 그 중에서 지금 옆에 있는 친구가 딱 걸려 든 거예요. 희생양이 된 거에요.”

카페 공간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알고 봤더니 같이 여행길에 오르는 또 한 분의 여성분(이하 ‘현’이라고 하자)은 이제 갓 20살이 넘었다. 애초에 여행 계획을 세웠던 ‘안’과는 딱 십년 터울이었다. ‘안’이 일하는 공간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고 여행을 계획을 듣고 같이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듀오를 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듀오에서 ‘현’은 아코디언과 마림바를 맡아 연주하고 있었다.

‘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미룬 상태였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서란다. 아직 고민 중이고 찾고 있는 중이라 이번 여행이 그런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 10명이 들어가도 공간이 꽉 차 버린 ‘유쾌한 황당’ 카페

그렇게 간단한 자기소개 겸 계획을 이야기 하고는 노래를 이어갔다. 여행지가 일본이라 그런지 일본 대중가요도 몇 곡 연습했고,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들 앞에서 직접 불러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곡들은 인디밴드의 곡들이 주를 이루었고, 일본 대중가요들은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곡들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명이 앉아도 몸 돌릴 틈도 없는 공간이었는데, 공연이 끝나갈 무렵 공연을 알고 찾아 온 임산부 한 분과 또 다른 남성 2분까지 해서 13명이 들어 차, 남성 두 분은 카페 공간 한 모퉁이에 서서 공연을 관람했다.

준비했던 7곡의 노래가 끝나고, 의도했던 앵콜 2곡까지 해서 모두 9곡의 공연이 마쳤다. 그냥 마치려나 싶더니 카페 주인장께서 통닭과 맥주 몇 개를 사들고 와서는 그 자리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그러면서 또 다른 여행계획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안’이 그런다. 

“도쿄에서만 있을 예정이에요. 잠자리는 외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어요. 그곳에서 공연도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도쿄에 도착해서는 공연장소를 찾기까지 걸어서 돌아볼 생각이에요. 오늘은 앰프 없이 공연했지만 도쿄에는 작은 앰프를 가져 갈 거예요. 주위의 분들이 다 빌려주셨어요. 근데 주위의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악기를 갖고 가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요. 가지고 가는 짐도 어마어마해요. 근데 한 번 해보려고요. 나이 더 들기 전에요. 처음 계획은 공연해서 하루밥값 정도만 마련할 생각이었어요. 근데 이게 또 막막하더라고요. 과연 잘 될까 싶기도 하고요.”

이어서 ‘현’이 그런다. 

“아코디언 밑에 붙어 있는 라벨은 엄마가 일하시는 학교의 물품이라는 표시에요. 직접 사는 것도 조금 무리일 것 같아서 엄마한테 부탁해 빌렸어요. 아직 많이 떨려서 연주할 때나 노래 부를 때 실수가 많아요.”

이렇게 의기투합해 결성된 듀오의 이름은 ‘버스킹 프로젝트 걸스’(Busking Project Girls), 줄여서 ‘버프걸.’ ‘안’은 직장에 일주일 휴가를 내고 회사 사장님께는 비밀로 하고 여행을 떠난단다. 그리고 ‘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싶어 여행을 떠난단다. 

꿈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 연예인이 되는 것으로 거의 획일화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바쁜 일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여행 한 번 못해 본 것이 섭섭해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고 다녀올 궁리를 하고 계획하고 여행을 앞둔 모습, 남들 다 가는 대학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도 소용 있을까 하는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 꿈을 찾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고 여행길에 오르는 모습. 남들 하는 대로 그렇게 살아왔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관람객이라고는 10명이 들어가도 좁은 작은 카페 공간에 3명이 더 보태어져 발 디딜 틈이 없었음에도 긴장한 탓에 실수도 많았지만, “풋풋하고 싱그럽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일 수 있는 말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들이 작은 꿈을 가지고 준비해 온 시간들과 노력들이 참 예뻐 보였다. 5월 중순이 조금 못되어 일본으로 버스킹 여행길에 오르는 ‘안’과 ‘현.’ 그들의 모습에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보았다.

   
▲ 이번 공연을 위해 간단한 공연 포스터도 제작한 ‘버프컬’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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