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서평 단신
다 수박이면 누가 호박하나?자본주의적 욕망을 재배치 하라
이정훈 기자 | 승인 2013.06.02 04:00

일상을 살아가다가 보면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쌀, 반찬, 옷, 신발, 등등 이런 것들을 생필품이라고들 하고, 그리고 서로간에 합의된 여남 혹은 동성 사이, 이것을 넘어 자신의 성적 분출구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성적 만족을 위해 매매하게 되는 성관계들의 유흥 문화나 영화, 연극, 회식, 여행 등등의 여가 생활들. 이런한 것들은 사실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문제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우리가 매일 숨쉬듯이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이다. 이들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그 말이 사실인가 하는 것은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자신 스스로나 가족이 살아야 혹은 생명을 유지 하기 위해 필수불가결 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다른 것이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다. 혹시 이 논리가 맞다면 이 얼마나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인가 모른다. 우습기도 하지만 비참하기 그지 없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욕망”이라고 한다. 그런 것들 없이도 혹은 그것들보다 더 최소한의 것들로도 살아갈 수 있는데, 우리를 둘러싼 자본주의라는 “삶의 환경”이 이러한 것들을 선택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덜 먹어도, 덜 입어도, 덜 구입해도, 욕체적으로 덜 만족해도 살 수 있다는 외침이다.

그래서 일군의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을 “자본주의적 욕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용어가 쉽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본주의”라는 말도 “욕망”이라는 말도 쉽게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다. 당장 “자본주의”라는 단어만 하더라도 이게 뭘 뜻하는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자본”이 무엇인지, 거기에 뒤따라 붙는 “주의”가 무엇인지도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다가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일군의 또 어떤 사람들은 “욕망의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핏대를 세운다. 즉 “자본주의”가 쇠뇌시킨 “욕망”을 진짜 필요한지 다시 생각하고 다르게 “배열”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살바토레”나 “페레가모” 구두가 아니라, “루이뷔똥”이나 “보테가베네타” 가방이나 지갑이 아니라, “나막신”이나 “골망태”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툭까고 말하지만, 이러저러한 욕망도 속된 말로 어느 정도 재정적인 능력이 조금이라도 뒷받침 되는 계층이나 욕심낼 만한 일들이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한끼 먹는 일도 힘들어 뒤지겠구만!” 한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알바가 됐든 정규직이 됐든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들 또는 트위터니 페이스북이니 하는 SNS나 인터넷에 접속해서 이 말 저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욕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목구녕이 포도청인 사람들은 “살바토레”나 “보테가베네타”라고 하면 “뭔 약 이름이냐?” 한다.

여성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빨리 이해하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이야기들인데, 여성들로 하여금 각종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킨 것은 가전제품들의 굉장한 공덕이지만, 예전에 부엌 한 귀퉁이에 어머니께서 쭈구리고 앉으셔서 손으로 빡빡 비비고 연탄불에 푹푹 삶아 빠셨던 옷에 비해 요즘의 드럼 세탁기가 때가 잘 빼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밥 지으실 때 쌀 씻으시며 쌀뜬물 받으셨다가 밥 다 먹고 그 물로 손으로 휘휘 저으시며 설겆이 하실 때보다 주방세제 넣고 버튼 하나 똑 누르면 저 혼자 다 알아서 돌아가는 식기세척기가 깔끔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그런 환상을 가지도록 만든다는 논리이다. 그것 없으면 왠지 뒤떨어지고 모지란 계층으로 몰아가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형편도 안 되는데 구입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이 말이 맞다면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이냐는 말이다. 제 정신 아니면 결코 못할 짓이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칭하는 우스운 용어가 하나 있는데, 프랑스의 어떤 철학자가 말한, “meconnaissance”(메꼰네쌍스)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오인”(誤認) 정도가 될게다. 뭘 착간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했던 프랑스 철학자는 ‘자아가 형성될 때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오인(meconnaissance)으로부터 생겨난 환상’을 가리킬 때 사용했던 말이다. 요즘에 와서 사회학자들은 이 말을 “억압당하는 최하층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억압하는 최상류층과 오히려 동일시 하는 현상”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사회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은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들 중의 일부는 저런 용어를 사용하며 “대중 매체”의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 영화 혹은 각종 CF가 최하층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사고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사람들이 혹은 그보다는 더 잘 먹는 사람들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자신들이 저런 물품들을 사용함으로 자신들이 마치 최상류층의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일군의 학자들은 특별히 CF의 기법을 문제삼는데, 요즘에는 그것도 빗나간 이론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각종 주방용 전자제품에 등장하는 모델들을 그것을 시청하는 주부들로 하여금 동일시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저 세탁기, 저 냉장고, 저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면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커리우머(Career Woman)이 된다거나 주부임에도 쭈쭈빵빵한 여성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전자제품을 고를 때 그러한 광고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해 그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기능이고 뭐시고 그것 뒷전이라는 말이다.

이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하면 하나의 “Stereotype”(정형)을 만든다고 한다. 즉 하나의 이상적이고 표준적인 모습을 만들어 계속해서 주입시킴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따라가려고 애를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배우 한가인이 광고하는 세탁기를 쓰면 한기인처럼 예쁜 주부가 될 수 있다는 표준을 마련한다는 이야기인다.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자가 이몽룡이 될 수 있다거나 향단이가 춘향이가 될 수 있다고 부채질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부터도 당장, “내가 돈이 좀 없어서 그렇지, 옷 좀 해 입고 차 좀 굴리고 다니면 장동건 못될게 뭔데?” 한다. 또는 친구의 말처럼 “나도 손에 물 안 묻히면 한가인 못돼라는 법이 어딨어?” 한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되냐는 말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돼냔 말이다. 호박이 수박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물건 하나 더 팔아서 사장 배부르게 하는 자본주의 생리라는 말이다.

호박은 호박으로의 진가가 있고, 수박은 수박으로써의 맛이 있는데, 모두가 수박되라고 옆구리 찌르는 것이 요즘의 자본주의 체계라는 주장이다. 그래, 어느 날 내가 로또 맞아서 100억 쯤 손에서 쥐고 얼굴 다 뜯어 고치고 옷 겁나게 좋은 것 입고 빛깔 번쩍한 차 타고 다닌다고 장동건 되냐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학자들은 또 그런다, 로또도 자본주의의 환상이라고 말이다.

어쨌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말도 어려운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각종 “신기루”가 무엇인지는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지 찢어진다”고 했으니 말이다. 누가 뱁새이고 누가 황새인지 그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 자본주의적 욕망을 다시 사고한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2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