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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지 않아도 대답하는 그대여!고 박흥식 전도사를 추모하며
편집부 | 승인 2005.08.09 00:00

김해성 목사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소장)

 

박흥식!
어이 박흥식!
대답 좀 해 봐, 응-
선배가 부르는데, 아니 목사가 전도사를 부르는데 대답도 없네?
가방을 둘러맨 채 내 옆에 서서 ‘어이 박흥식’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하지 않았나
“가방 좀 내려놓고 의자에 앉으라” 하면 “심부름이
떨어지면 튀어 나가야 한다”고 했지
방학만 되면 짜장면 배달에 시간을 다투며 학비를 벌었고
짜장면 배달하듯이 일 처리를 도와주었는데 ------

박흥식!
왜 대답이 없지?
그렇다면 당신 대신 이제 나라도 말을 좀 해야 하겠네
그 동안은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지
이제 자네를 보내는 이 시간, 인사라도 나누는 심정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네

   
▲ 고 박흥식 전도사
자네를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며칠 전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에게
고무 튜브 하나를 가지고 뛰어 들었잖아
산더미처럼 솟구쳐 쏟아져 내리는 파도 속으로
겁도 없이 앞뒤를 재보지도 않고 저어 나갔지
결국 물에 빠진 아이는 살아 나오고 자네는 나오지 못했지
자네 목숨과 그 아이의 목숨을 맞바꾼 것일까?
자네는 죽고 아이들은 살고,
예수는 죽고 우리는 살고
그래, 자네 예수 제자 맞지!

 

많은 이들이 해변에 서서 허우적거리는 아이와 접근해
가는 당신을 바라보았지
내노라 하는 구조요원이나 경찰도 그저 지켜만 보면서
뛰어 들지 않았는데
우리 일행도 아니고,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외마디에
자네와 최의승이 뛰어 들었지
그 현장에서 나 자신도 물가에 서서 그저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다 말았네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구조선을
애원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파도에 휩쓸리며 점점 멀어져 가는 자네를 보며 하나님께
부르짖었지
뒤늦게 한 사람, 한 사람 구조되어 나오고 끝내 자네가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터져 나오는 분노로 외치고 말았지
“하나님, 어찌하여 박흥식을 버리십니까?”
예수님도 죄에 빠져 죽어 가는 우리를 보며 애가 타는
마음으로 십자가상에서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외치셨던가?

자네는 얼마 전 자네 누나에게 이야기를 했었다지
‘김해성 목사에게 비비며 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그래, 비비는 것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좋을 뿐더러, 30년
40년을 비비면 얼마나 더 좋을까?
그렇게 비비면 될 일을 왜 가슴속 깊은 곳으로 파고 드는거지
어제 당신의 누나는 내 가슴속에 파고드는 자네를 발견했나 봐
다짜고짜 따져 물으며 한마디를 대답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 왔지
‘언제까지 가슴에 담고 살 것이냐?’며 ‘그러지
않겠다는 한마디를 하라’고 했어
그러나 내 입은 그저 ‘알았다’는 그 한마디를 끝끝내 말 할 수 없었지
난리가 나고 소동이 일어났어도 말이야
그 한마디를 대답한다고 해서 자네가 훌훌 날아가 버리는 것도 아니지만
한편으로 솔직히 내 속에 있는 자네를 놓치기 싫었던 게지

많은 이들이 자네의 일로 괴로워했네
자기 때문에 자네가 그리 되었다고 서로 자책하며 말이야
그런데 이해학 목사님이 분명하게 선을 그어 주었어
그 한마디는 “박흥식을 모독하지 말라!”였지
내용인즉슨 ‘자네가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고 행동을
하였는데 그 주체적인 판단과 행동을
누가 떠밀었거나 자네가 떠밀린 것처럼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씀이셨지
그래 이제 우리 모두 자네를 모독하지 않는 것이 자네의
바램인 것을 새겨 보겠네

   

▲ 장례식을 마치고

박흥식!
지금 이 자리에는 자네의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자리를 하고 계시네
자네를 떠나 보냄보다 더 슬프고 눈물이 나는 이 일은
어찌 해야 하겠나?
자네의 부모님이 급보를 들으시고 현장에 오셔서 내 손을 잡으시고
먼저 “미안하다”고 그러시며 “울지 않겠다”고 말씀을 하셨어
“우리가 울면 목사님이 더 미안해하실 것 같아서 그런다”는 말씀이셨어
에이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으실 터인데 말이야
‘부모가 돌아가시면 청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에미 가슴에 묻는다‘는데
사고 후의 처참한 자네의 모습을 만나신 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네
그래서 나도 바닷가에서 울어 퍼댔던 일을 접어두고
한가지 결심을 했지
어찌 감히 내가 눈물을 보일 수 있을까? ‘나도 결코
울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잡았지
그런데 이 시간 울지 말아야 하는데 왜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거지
자네 누나가 “가슴에 품고 삭이느라 울지도 않느냐?”며
닥달을 했어도 울지 않았는데
지금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찌 해야 할거나
왜 하필 소낙비마저 저처럼 쏟아져 퍼붓는 것일까?
하나님께서도 당신을 부르시고 슬퍼하시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슬픔과 눈물을 씻어 주시려는 것일까?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는데(요 15:13)
자네는 친구도 아니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다니
도대체 자네 정말로 이 말씀을 믿었단 말인가?
예수께서 그러했듯이 자네도 그러했고 그렇다면 나는?
나는 지금까지 외국인노동자나 중국동포들과 함께 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것은 완전히 착각이었음을 자네는 깨우쳐 주었네

그렇다면 이제 어쩔 수 없네
나도, 그리고 여기에 모인 우리 모두도 더 큰 사랑을 위해 나설 수 밖에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는 큰 사랑을 위해

땅에 떨어진 밀알이여!
이제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나
우리에게서 30배 60배 100배의 결실로 우뚝 서게나
불러서 대답은 없어도 부르지 않아도 대답하는 그대여
우리의 가슴에 꺼지지 않는 사랑의 활화산으로 타오르게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질 때 기쁨으로 얼싸안고 덩실덩실
덩실덩실 춤을 ------

 

6년 전인 1999년 외국인 노동자 100여명과 함께 참여한 여름 수련회 장소 인근에서 물놀이 하던 청소년 2명이 파도에 휩쓸려 위험에 이르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쓰던 박 전도사는 탈진 상태에 빠졌고 실종되었다.  사건이 있은지 3일 후에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시신은 수원화장장에서 화장한 후 그가 재학하던 한신대학교 교정에 유해가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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