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 일죽 더아모의집 마당에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 삭발을 하고 있는 송상호 목사 옆에 송목사의 아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내가 일인 시위를 시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힘 있는 자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힘없는 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평택 대추리의 일과 5.18 광주, 그리고 내가 사는 안성 신도시 개발 지역 등의 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며 몸으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인 시위를 하는 데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은 안성 신도시 개발의 건 때문이다. 안성에 신도시 개발을 하겠다는 소식(2005년 6월 경)이 전해지니 안성시 전체가 땅값 때문에 들썩들썩 했다. 그리고 안성의 유력 인사들이 신문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안성 신도시 개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안성 신도시 개발예정지 주민들, 대추리 주민과 같은 고통

하지만 그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속 태우며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신도시 개발 지역에 사는 해당 주민들. 그들은 조상 대대로 농사지으며 살아왔던 땅을 졸지에 잃어버려야 하는 위기에 맞부딪친 것이다. ‘신도시 개발의 건’을 알게 된 날부터 괴로움과 불안의 나날을 보내는 것은 당연지사.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를 불안과 공포에 그들은 피가 말라가도 안성 지역의 대다수 시민들은 ‘91% 안성시민은 안성 신도시 개발 찬성 한다’라며 해당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그나마 해당 지역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보상이라도 기대한다지만 땅도 별로 없는 사람들과 평생 농사 밖에 모르던 노인들에게는 생존 터전이 흔들리는 막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 안성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2005. 6.12)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들판 앞에서 시름에 잠긴 노부부. 이들은 계획이 발표된 날 부터 외부에서 사람오는 소리와 차량이 오는 소리가 반갑지 않고 두렵기만 하다.

신도시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변은 이렇다.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지역 주민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다수의 발전을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보상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 이것은 안성 시청의 단호한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묘하게도 안성의 옆 동네인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급기야 전경이 투입되는 (2006.5.4)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평택의 일도 안성의 신도시 개발의 건과 같은 맥락이지 않는가.

이런 형국이니 ‘평택 대추리’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지원이 뒤 따르고 있다. 하다못해 우리 안성에 사는 시민들도 평택 대추리의 일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시위에 동참하거나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안성 신도시 개발 예정 지구’에 사는 주민들의 외침은 자꾸 뒷전이 되었다. 요즘은 지방선거 철이라 모든 사람들이 선거판에 휩쓸려 가는 듯하다. 각종 선거의 입후보자들도 ‘소수의 소리’보다는 ‘다수의 소리’에 쏠려 가니 더욱더 그들의 소리는 묻혀만 간다.

약한 자들의 희생은 언제나 불가피한 것?

사실 조금만 넓게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안성과 평택의 작태처럼 이루어져 왔는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일방통행에 의한 우리 민족의 희생을 우리는 알고 있다. 5.18광주에서 저질러진 작태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평택 대추리 등을 포함한 각종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진 ‘소수자의 희생’의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신이 속하여 자신의 이권과 관계있을 때는 ‘힘없는 자의 희생’에 대해 시위를 하고 항변을 하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땐 ‘힘없는 자의 희생’을 묵인한다는 것이다.

불가피 한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이중성이 고개를 쳐든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 전부가 희생을 당할 땐 일본을 향해 ‘수탈, 침략, 억압’ 등의 이름을 붙여서 힘 있는 자의 일방통행을 타도하려고 했지만, 막상 우리나라가 ‘베트남 파병’을 할 땐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찬성을 하지 않았던가.

▲ 2006년 5월 4일 새벽 4시경 대규모 전경의 병력이 대추리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대추리 할머니들이 밤새 잠을 설치다가 일치감치 동구 밖을 살피러 나왔다. 폭풍전야의 공포는 6.25 전쟁의 공포와 방불케 했다.

5.18 광주에서 처음 사건이 일어난 날도 당시의 시민들을 ‘폭도’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묵인 하지 않았던가. 가깝게 평택 대추리의 일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에서는 ‘평택 불법 폭력 시위, 국민의 81% 반대’라고 하면서 평택시위의 본질을 흐려놓음과 동시에 대추리 시위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안성 신도시 개발 91% 찬성’이라는 안성 시민들의 여론이 형성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평택 대추리만 조용하면 미국으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이 얼마인데. 대추리 주민들이 보상 받고 조용히 떠나기만 하면 전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안성 신도시 개발 지역의 주민들만 이해하고 보상 받아서 협조해주면 안성의 발전은 보장된 것이다’라고 주장할 것이다. 아니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애당초 관심 없이 ‘경제적 발전’ 만을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튼 이것이 우리의 뼈아픈 이중성의 모습이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돈으로 보상하면 모든 게 보상이 되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다. 과연 70-80 평생을 삶의 터전으로 알고 살아온 이들에게 돈으로 보상 한다고 해서 실향의 고통과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슬픔을 보상할 수 있을까. 돈으로만 보상하면 보상된다는 그런 생각부터가 벌써 자본 지상주의의 망령이며, 힘 있는 자의 일방통행의 근본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목사로서 '생각하며 살자'고 온몸으로 외친다

2006년 5월 18일 오전 9시 부터 10시까지 안성 시청 앞 봉산로터리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송목사는 '힘 있는 자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힘없는 자의 희생을 강요말라'며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이에 나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5.18(2006년도)에 즈음하여 일인삭발시위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힘 있는 자의 일방통행과 일방통행에 대한 묵인 망령’을 일깨우고, ‘힘없는 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무조건적 발전 지향 논리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소수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은 분명히 ‘다수의 폭력’이라고 하는 간단한 진실을 몸으로 표명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발전만을 지향하여 힘없는 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대해 종교인(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며 살자’고 온 몸으로 외치는 것이다.

일인 시위는 이렇게

기간 : 2006. 5. 18일 - 6.18까지 (매주 월-금 오전 10시-12시)
장소 : 안성시청 앞 봉산로터리.
시위자 : 안성 일죽 더아모의집 목사 송상호.

송상호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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