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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철학에서 주체종교로8.15 가장 극적인 북의 국립현충원 방문,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조헌정 | 승인 2005.08.24 00:00

8.15 60돌을 맞아 북의 대표단이 남쪽을 찾았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곳을 방문하였지만, 가장 극적인 방문은 국립현충원 방문이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열흘 전 우리는 남북민족사에 중요하고도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몇 가지의 사건을 보았다. 8.15 광복 60돌을 맞아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국회의사당을 방문하여 국회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청와대를 방문하여 노대통령과 오찬을 나누는 등 평화통일을 향한 디딤돌을 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일은 국립 현충원을 방문하고 묵념을 행한 일이었다.

그곳은 어떤 곳인가? 바로 자신들의 동료와 가족들이었던 공산군을 죽였던 남쪽 군인들의 영령들이 묻혀있는 곧 적들의 무덤이었다.

   
▲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북측대표단 30명이 오후 3시경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분단이후 최초로 참배했다.

많은 남쪽 주민들은 과거의 상처와 이념으로 인해 북쪽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을 정치적인 쇼로 치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반대 입장에서 남측 대표단이 북의 묘지인 혁명열사능 방문하는 일이 그렇게 단순한 정치적인 쇼였다면 진작 방문했을 것이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행위로 보일수 있는...북은 이런 오해도 무릅쓰고 

정치적인 쇼나 제스처로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위험이 딸려 있다. 일반적으로 적의 무덤에 가서 묵념을 한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행위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패배감을 상대방에게는 승리감을 안겨주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은 이러한 오해를 무릎쓰고 국립 현충원을 찾아가서 묵념을 행했다.

또 우리가 이를 단순한 정치적 쇼로 간단히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만약 북의 대표단이 현충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방문에서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쪽 주민들로부터는 공격을 받고 남쪽 주민들로부터는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일을 구태여 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이후 남측 대표단이 북을 방문했을 때에 김일성주석의 유해가 담겨 있는 만수대궁전을 방문하도록 만들려는 포석이 있다고 하지만, 현재 남측의 국민정서를 잘 알고 있는 북이 이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내가 알기로 김일성주석의 유해가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는 만수대 궁전은 일종의 성지화가 되어 있는 곳이다. 북의 주민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반감 내지 적의를 갖고 있는 남측 사람들을 억지로 방문하게 하여 묵념을 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 일이다.)

난 이번 현충원 묵념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종교적 사건으로 이해하는 것이 북을 이해하는데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현충원 묵념은 정치적 사건 아니라 종교적 사건으로 이해해본다

지난 8.15 향린교회에서 행한 '기독교와 주체사상'이라는 제목의 통일강연회에서 북을 여러차례 방문하고 기독교와 주체사상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현재는 심슨대 종교학과 교수로 있는 신은희교수는 북의 주체철학을 하나의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난 이전부터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신은희교수의 논문을 보려면 향린교회 게시판 www.hyanglin.org 에 들어가보면 된다.)

평양을 방문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구호에 이런 것이 있다. '김일성주석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신다.' '김정일장군은 천년동안 다스리신다.' 이전의 전투적인 구호는 많이 사라지고 대신 이런 구호들이 많다. 물론 이점에서 우리는 김일성부자체제의 우상화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비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우리의 관심은 계속되어지는 것이다. 신은희교수나 내가 주체종교라고 말하는 것은 이것이 완전한 종교로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사종교 혹은 종교의 초기화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북의 주체교가 정권의 시녀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불교나 기독교 또한 과거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의 불교나 중세유럽에서의 기독교는 모두 호국종교로서의 정권의 시녀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7,80년대의 보수기독교인들의 정권유착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한 종교가 종교로서의 생명력을 가지려면 우선은 정권과는 상호비판적인 상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점에서 북은 아직 주체종교로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걸림돌이 있다. 그러나 현재 북의 주체사상 속에 어버이 수령론, 영생과 부활, 천년왕국이 버젓이 선포되고 있는 마당에 이를 하나의 사회주의 사상으로만 여기는 것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대로 북은 지금까지 사회주의 혁명통일을 주창하여 왔다. 그리고 여전히 이는 남측이 자본주의 체제를 통한 흡수통일을 기대하듯이 북도 마찬가지 입장일 따름이다. 다만 서로의 다른 기대 속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이제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제적 정치구조 속에 놓여 있기에 우리는 북을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이해에 가장 극적인 예가 바로 국립현충원 방문인 것이다. 이는 어떻게 설명하든지 화해와 용서라는 종교적 사건이다. 이번 사건이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어떻게 이해될는지는 몰라도 나 종교인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지금 북은 엄청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남이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는 것이다.

북은 엄청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남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사실, 남에는 사랑과 용서를 주요 교리로 하는 기독교와 가톨릭 신도가 천만명이요 자비를 생명으로 하는 불교도가 천만을 훨씬 넘는다. 남한 인구의 반 이상이 종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쪽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북은 정부 차원에서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고 있다. 적의 무덤에 가서 묵념하는 것 이상으로 용서와 화해를 위한 더 이상의 상징적 행동이 있는가?

이에 비하면 남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아직도 남의 국가보안법은 북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말 한마디 글 한마디에 국가전복이라는 이름으로 감옥에 가두려고 하고 있다. 강정구교수의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학문적 평가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얘기이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의 압력에 밀려 또 다시 구속하려고 하고 있지 않는가?

도대체 우리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하여 선량한 백성들을 수없이 죽인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를 찬양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기의 형제나라인 북에 대해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달해도 감옥에 넣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보라.

백가지가 다 좋은 나라도 없고 백가지가 다 나쁜 나라도 없다. 좋은 건 좋다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의 국가보안법은 좋은 걸 좋다하면 빨갱이라고 하여 북한고무찬양죄에 걸려 드는 것이다.

   
▲ 조헌정 목사
결론으로 북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방문은 남으로서는 한방 먹은 셈이다.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인지? 아니면 누가 더 새로움을 향한 하나된 민족을 향하여 열려진 체제인지를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는 북의 주체철학이 하나의 종교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하나됨을 바라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앞으로 기독교와 주체철학/종교와의 대화를 보다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조헌정  choshal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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