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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성경 나눔, 노동 그리고 치유떼제공동체를 찾는 사람들
박병철 | 승인 2018.03.14 23:49

떼제 공동체는 스위스 출신 로제 수사에 의해 1940년에 창설 되었다. 로제 수사는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공동체를 꿈꾸며 프랑스 떼제에 정착했다. 떼제는 독일 점령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는 난민들, 특히 유대인들을 숨겨 주다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엄혹한 시절이었음에도 로제 수사는 화해와 일치를 향한 노력에 성심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할 형제들을 만나게 됐고, 그렇게 기도하는 공동체가 형성된다.

떼제공동체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

로제 수사는 개신교의 신앙적 배경을 가졌지만, 가톨릭과 정교회 신앙적 배경을 가진 형제들과 이웃들을 맞이하면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도의 방식을 시도하게 된다. 종교나 국적, 인종, 문화 등의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방식들을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해 왔다. 지금의 찬트와 이콘을 사용한 기도의 방식은 그런 노력에서 형성 된 것이다.

ⓒ박병철

떼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 곳곳의 기도가 필요한 곳에 가서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떼제 공동체의 수사 중에는 떼제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기도 공동체로 생활하는 수사들도 있다. 서울의 화곡동에도 떼제 수사들이 생활하는 공동체가 있다. 1979년부터 한국에 와서 기도 생활을 시작한지 40년이 되었다. 북한의 가난한 이웃들과 전쟁으로 위협받는 한반도를 위해 한국과 가까이 머물며 기도하는 것이다.

이렇듯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을 향한 떼제 공동체의 노력은 방황하던 유럽의 청년들의 갈망을 해결해 주는 곳이었다. 1960년대 말부터 신앙과 삶의 방향을 찾아 방황하는 청년들이 한명씩 떼제 공동체를 찾아왔고, 점점 많은 청년들이 공동체에 머물게 되었다. 로제 수사는 이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지로 여기고 떼제 공간을 청년들을 맞이하는 곳으로 문을 활짝 열게 된다. 지금도 해마다 10만에서 20만명 정도의 청년들이 떼제 공동체를 찾아온다고 한다.

내가 처음 떼제 공동체를 방문한 것은 2011년 이었다. 약 2개월간 공동체에서 Permanent(장기 봉사자) 생활을 했었다. 그곳에서 스웨덴 청년 스티나Stina를 만났는데, 그녀는 학교에서 보게 된 다큐 영화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 후로 매일 북한을 위한 기도를 시작 하였고, 2013년 대전에서 열린 동아시아 떼제 모임에도 참여 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북한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러 와 준 것이다. 그녀의 성실함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또 다른 기억에 남은 만남은 우간다 출신의 챨스Charles였다. 우간다 내전으로 인해 정치적 망명을 했던 챨스는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도피해 있었다. 미국에서 용병 군인으로 취직하여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투지에 투입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들었던 전시 상황의 긴박함과 위협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사막에서의 전투 중 길을 잃어 헤매게 되었고, 먼지 속에서 총을 든 군인들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를 전해 주기도 하였다. 다행히 연합군 군인과 마주하여 목숨을 건졌지만 그가 전해 준 이야기는 전쟁의 아픔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였다.

떼제에 모이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이처럼 열정적이거나 극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의 청년들처럼 신앙이나 자신의 정체성, 불안한 미래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찾아온다. 세계 각지에서 온 청년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청년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만남이 청년들 스스로 새로운 세계에 눈 뜨고, 넓어진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각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이들이 얻는 위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떼제라는 공간을 통해서 오늘의 젊은이들은 마음의 위로와 안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기도, 성경 나눔, 그리고 노동

이번 순례단에 참여한 청년들도 유럽의 다양한 청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양한 신앙의 모습들, 서로 다른 기독교 문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때로는 이런 만남이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혼란들이 오히려 자신의 신앙에 적절한 물음과 감동을 일으킨다. 대화를 하며 서로 다름을 확인하고, 때론 진지한 논쟁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재발견하기도 한다.

수도회 공동체의 생활은 기도와 성경 나눔, 노동이 반복된다. 떼제 공동체에서 가까이 있는 클뤼니 수도원을 방문 했을 때, 신한열 수사가 들려준 클뤼니 수도회의 쇠퇴 이야기는 이 세 가지가 신앙의 균형을 이루는데 중요한 요인임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클뤼니 수도원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도회 였다. 지금은 건물의 대부분이 허물어지고 겨우 10%정도만 남았다지만, 남은 터만 돌아봐도 그 방대한 규모에 감탄하게 된다. 클뤼니 수도회가 성장하면서 그곳의 수사들도 일이 그만큼 많아지게 된 것이다. 수사들은 기도 생활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말씀과 기도 생활 외의 일들은 외부 사람을 고용하게 된다.

ⓒ박병철

그렇게 기도와 노동이 분리되었고, 그 뒤로 차츰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말씀과 기도와 노동이 함께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서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말씀과 노동과 기도가 신앙생활에 함께할 때, 공동체는 생명력을 가지며 지속하게 된다.

떼제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매일 기도와 말씀, 노동이 반복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모든 활동은 강제적이지 않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하루 세 번의 기도와 오전에는 말씀을 나누고 오후에는 생활에 필요한 청소와 같은 간단한 노동을 한다. 순례단도 떼제 공동체에 머무는 동안 수도회 생활에 동참할 수 있었다.

신한열 수사의 배려로 한국인은 좀 더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 받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많이 팍팍함을 잘 아는 까닭이었다. 순례단은 각자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생활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혼자만의 기도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만의 기도처에서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일과 시간 이 후에도 사람들 모이는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분별하고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허용하였으며, 이러한 결정을 서로 존중하였다.

말씀과 기도와 노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일상의 작은 부분이지만 이러한 소소한 일들이 사람들 안의 감춰진 선한 기질을 드러나게 하고 각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떼제의 생활을 통해 순례단은 교회가 공동체로서 작용하는 사랑의 방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박병철

박병철  1979li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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