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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열 번째 봄, 바다에서 건져진 이야기들‘회억정원’,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정리연 | 승인 2024.04.21 00:30
▲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3, 4전시실. ‘회억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정리연
“정휘범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아빠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다. 첫 아이의 출산 준비를 하던 엄마는 낯설고 신기하고 행복했다. 배냇저고리와 내복 몇 벌을 돌려가며 손빨래해서 입혔는데 휘범이 순해서 옷이 크게 상하지 않았다. 휘범의 동생도 이 배냇저고리를 물려 입었다.”

작디작은 옷 한 벌에 한동안 눈이 머물렀다. 파란색이 들어간 배냇저고리였다. 나는 첫아이를 가졌을 때 분홍색 배냇저고리를 만들었었다. 첫 아이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는 설렘은 날마다 변하는 신체 변화로 인한 낯섦과 불편함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한땀 한땀 바느질하던 손으로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감격과 옷을 만들면서 ‘너무 작은 거 아닌가?’ 했는데 막상 입혀보니 옷보다 더 작아서 이불을 감싼 것 같았던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가 손수 만들어서 아이에게 입혔던 배냇저고리를 보면서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휘범 엄마가 아이를 처음 만났을 그 순간은 아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배냇저고리 입던 시절보다 훨씬 성장한 아이를 한순간에 잃었을 마음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어서, 더욱 그랬다.

▲ 아이들의 유품 1. ⓒ정리연

이 외에도 아이들의 마음과 삶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물품과 사연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강승묵의 일렉 기타,
권지혜의 피아노 악보,
김건우(5반 3번)의 목도리와 장갑,
김건우(5반 4번)의 베이스 기타,
권순범의 화장품 세트(로션과 왁스-두 누나가 사 주었다. 투잡을 뛰느라 밤낮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 어린 순범을 돌봐주던 누나들이었다),
김동혁의 권총,
김민성의 킥복싱 도복,
김소정의 생일카드(소정의 생일이었던 2014년 3월 13일. 저녁이 될 때까지 아무도 축하한다는 말이 없었다. 울적해진 마음으로 저녁 급식을 먹고 돌아오니 친구들이 선물과 카드를 잔뜩 쌓아두고 깜짝파티를 해주었다),
김혜선의 연습장,
김민정의 유치원 졸업사진,
김슬기의 클레이 작품,
김호연의 야구 글러브와 야구복(김호연은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야구공 던지고 받는 것을 30분 동안 해야 잠을 잤다. 호연에겐 가장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손때가 묻어서 까맣게 변한 공은 호연의 가장 가까운 곳인 추모공원에 넣어주었다),
빈하용의 붓과 팔레트(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빈하용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림을 진로로 삼고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사용하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관되었다),
안준혁의 한복,
오경미의 연극대본 노트,
안주현의 일렉 기타,
안형준의 자명종,
오준영의 야구복,
유미자의 교복,
이근형의 기타,
이재욱의 일렉 기타,
유예은의 프로필 사진,
이영만의 편지 모음집,
이준우의 이어폰,
이지민의 무릎담요,
임경빈의 면도기(아빠가 사준 첫 면도기),
진현우의 천원 지폐 일곱 장(초등학생이었던 진현우가 어버이날 엄마에게 처음으로 준 선물. 엄마는 몇 년 동안 이 돈을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지갑을 바꾸면서 앨범에 넣어 보관해왔다),
이태민의 후라이팬,
임세희의 점핑클레이 달력,
정동수의 로봇,
정차웅의 검,
조은정의 편지 모음,
편다인의 운동화,
최성호의 모자,
홍순영의 캐릭터 그림,
황지현의 쿠션 등.

여기는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3, 4전시실. ‘회억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서영걸 전시총감독은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때로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의 실천을 동반하는 행위가 된다며 “1940년대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발화한 단어 Eingedenken의 번역어인 회억(回憶)은, 과거 시점에 박제화되는 기억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아이들의 유품 2. ⓒ정리연

‘과거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현재적 행동을 통해 과거의 현재성을 포착하려는’ 기억이 필요한 이유는 죽음에 대한 사회 공동의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특별전을 설명하고 있다. 단순한 과거의 기억을 뛰어넘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과의 ‘연대와 실천의 기억’으로 확장된다면, 전시의 의미는 충분할 거 같다.

이번 전시에는 세월호참사 피해자 37명이 참사 이전에 사용하던 소중한 물품과 그 안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또한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유류품를 활용하여 만든 예술창작작품 6점이 같은 공간에 전시함으로써 희생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만든다.

▲ 아이들의 유품 3. ⓒ정리연

유류품을 활용한 작품들 모두 뜻깊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안전화’(황미경 작가)였다. 멀리에서 볼 때는 신발 한 켤레씩 진열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니었다. 작가가 유류품 중 짝이 없는 희생자의 신발을 모델로 삼아 잃어버린 다른 족의 신발을 도자기로 만들어서 함께 놓았던 것이었다. 작가는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자기는 잘 관리되지 않으면 깨지기 쉽고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 이러한 도자기의 특성을 모티브로 우리 삶에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그대로 반영하고자 했다. 생명이야말로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결코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안전화뿐만 아니라 전시된 모든 종류의 신발을 재난 이전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삶에서 안전과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삶의 여정에서 안전을 더 중요시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더불어 결코 있어서는 안되었던 재난으로 생긴 우리 모두의 아픔을 유류품의 나머지 한 짝을 만들어 신발 한 켤레로 완성함으로써 치유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또한 세월호에서 수습된,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유류품들과 6인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유품시도 마련되어 있다.

“주인없는 물건들을 집으로 보내주고 싶어요. 당신은 모르잖아요. 이 물건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슬픔에 젖은 눈물바다를 말려주고 싶습니다. 다시는 똑같은 아픔을 격지 않기를.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을 모아주세요.”

여행에 들떠 이것저것 담았다가 뺐다가 다시 담았다가...했을 캐리어, 헤어드라이어, 헤어롤, 안경, 청바지, 염주, 사탕봉지 등의 흔적을 통해 세월호의 아픔과 상실의 기억을 공유하고, 안전한 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는 물건들이 이렇게 아픔으로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다.

▲ 세월호에서 수습된,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유류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정리연

기억물품 특별전은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3, 4전시실에서 2024년 3월 29~5월 5일까지 계속된다. 살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기억도 있지만 곡 기억해야 할 기억도 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면 더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참사로 인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이들의 유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주 짧았던 삶의 흔적이다.

또한 개인적인 범위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성찰의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의 시간에 멈춰버린 물품들을 현재의 시간에 만나게 되는 특별한 전시를 통해 안타까운 죽음을 의미 있는 생명으로 이어주는 ‘연대와 실천으로서의 기억’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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