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 목사

<핵무기를 둘러싼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 위협이 절정에 오르고 있습니다. 3월 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회담이 분기점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해도 ‘나사만 조이면 핵무기를 개발할 시점’에 도달할 때면 늦는다는 입장입니다. 9개월 뒤면 이란의 핵개발 시설이 이스라엘 공격에 견딜 정도로 지하로 들어가고, 15개월 뒤면 미국의 공격도 견딜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잠정적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이 중동의 평화를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라크에서 철군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프간에서는 전쟁 중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이란의 보복 파장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이미 갤런 당 5달러로 치솟는 석유 값이 폭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두 나라 모두 궁극적으로는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데 군사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란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란의 핵무기 보유라는 사실보다는 이란의 의도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판단이 관건입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의 케이블 TV 광고에서 모사드 요원은 삼성 갤럭시탭을 이용해 이란의 핵시설을 폭파하는 광고 때문에 이란에서 삼성제품의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핵무기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플라우셰어스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나라별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가 1만 3,000개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 9,400개, 프랑스 300개, 중국 240개, 영국 185개, 이스라엘 80개, 파키스탄 70~90개, 인도 60~80개라고 합니다. 북한은 10개 내외라고 하죠. 그 중에서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실제로 미국으로부터 빼돌린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핵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란을 선제공격하겠다는 이면에는 미국의 중동지배전략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은 중동의 민주화를 내세워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폭력을 묵인합니다. 미국은 전혀 중동의 민주화를 원하지 않으며, 그들의 민주화란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은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 중도의 제도적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합법적인 정치 세력들을 불법 이슬람 과격세력으로 규정합니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입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 것처럼, 중동의 평화를 바라지 않습니다. 평화를 빌비로 안보 장사를 하여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뿐입니다. 1967년 소위 6일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 유입된 무기의 80%는 미국산이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영토협정을 중재하면서 이스라엘이 아랍 영토를 점령하는 것을 국제적으로 추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스라엘의 1391수용소를 비롯한 감옥에는 1만여명의 아랍인들이 수감되어 있지만,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국가의 감옥에는 이스라엘인이 없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중동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증오와 전쟁의 역사는 어디에서부터 왔습니까? 성서에서 그것은 형제간의 질투와 상속권 싸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고, 현실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아시아 지배전략에서 연유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과 이삭, 이삭의 아들 에서와 야곱 사이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이스라엘(엄격히 말하면 유대인)은 자기 민족의 내적 결속을 위한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크게 보면 약자들(장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속권이 없는 둘째 아들들)을 보호하시고 편드시는 하느님 이야기이지만, 선택받은 민족으로서의 이스라엘을 강조하기 위해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민족적 우월감이나 폐쇄성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스마엘과 이삭 이야기에서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종교나 인종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이익과 지배를 위해 갈등을 조장한 것입니다.

<하갈에 대한 부정적 오해>

오늘 제목은 “하갈의 하느님과 사라의 하느님”입니다. 하갈의 하느님과 사라의 하느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한 하느님이 하갈의 하느님도 되고, 사라의 하느님도 되십니다. 그러나 지금은 알라와 엘(엘로힘)로 불리면서 원수처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볼 때에 ‘과연 하느님이 무엇 때문에, 왜 그들을 갈라놓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 일이 하느님의 역사와 계획과 섭리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왜 형제를 갈라지게 해서 따로 민족을 형성하여 오늘날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에 관한 이야기는 교회강단에서 중요한 메시지로 자주 전달되었고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나 그의 믿음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의 중심 이야기는 아브라함이 백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아들을 주시어 후손을 하늘의 별같이 번성하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지키시는 신실하신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중간에 여종을 부인으로 맞아 아들을 본 사라와 아브라함의 옅은 신앙에 대하여 비판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이야기 중에 사라와 하갈이 다투는 갈등 이야기는 기독교인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사라는 이집트에서와는 달리 남편에게 명령하고 판단을 촉구하는 거센 여인으로 나타나고, 하갈은 주인에게 도전하는 종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에 의해 아브라함과 같이 자손의 번성을 약속받는 최초의 여인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라가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인간적인 방법으로라도 자손을 얻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왜 하느님은 사라를 통해 아들을 주시지 않고 그녀의 몸종 하갈을 통해 먼저 자식을 얻게 하셨을까요? 유대인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브라함이나 사라는 원래 우상 숭배자였습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되긴 했지만, 그들 안에는 우상숭배로 인하여 부정한 요소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없어지게 되는데, 그래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오래 기다리게 하셨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 이스마엘의 출생과 더불어 아브라함과 사라 안에 내재해 있던 부정한 요소들이 대부분 이스마엘에게로 흘러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후 이삭을 보았는데, 그 동안 아브라함과 사라 안에 남아 있던 부정한 것들이 다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이삭을 낳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룩하고 흠이 없는 깨끗한 백성이라는 것입니다.

하갈과 사라의 이야기를 유대 민족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이는 유대인들이나 세계의 역사를 구속사적 관점에서 서술하기 위하여 구원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운명은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하는 기독교인들 모두는 성서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들의 구미에 맞게 성서 이야기를 바꾸는 것입니다. 인류를 구속하려는 하느님의 뜻을 축소 은폐하는 것입니다.

<하갈과 사라를 보호하시는 하느님>

일반적으로 교회 전통 안에서 하갈은 부정적으로 이미지화 되어 왔으며, 아무리 아들을 먼저 낳았지만 하느님의 구속사적 계획에 방해되는 인물로 오히려 아브라함의 거룩한 모습에 흠집을 내는 비신앙적 존재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이슬람교의 조상이 이스마엘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더욱 그러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사라는 하느님으로부터 난 자요 하갈은 육신의 욕정으로 난 자의 모형으로 이분화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여신도회 이름 중에 ‘하갈’회는 없다>

그러나 하갈의 자리에 서서 본다면 우리는 성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하갈은 노예이며 첩이고 이방인인 처지에서 아들 없는 집에 생산의 도구로 이용만 당하고 쫓겨난 철저히 희생당한 여성입니다. 하갈은 가부장적 사회조건에서 가장 힘없고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갈은 성적으로 뿐만 아니라 계급적으로 인종적으로 억압받는 자들의 한 모형이 됩니다. 생산현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여성노동자들, 지배계급의 여성들에게 이용당하는 낮은 계층의 여성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가는 여성들, 미혼모들, 이혼하고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어머니들, 소녀가장들, 그리고 최근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는 이방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하갈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하갈을 하느님께서 관심하고 보호하십니다. 하갈이 사라로부터 처음 도망쳤을 때도 그리고 두 번째 사라에게서 추방을 당했을 때도 하느님은 그 하갈의 고통을 들으시고 그에게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주시며 그를 한 민족을 이루는 마치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과 같은 약속을 주고 있습니다. 절망과 분노의 끝에선 하갈에게 생존의 힘을 주고 희망을 주시는 하갈의 하느님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하갈의 상황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은 생존과 새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잘못으로 초래된 결과에도 불구하고 생존의 위협에서 부르짖을 때에 하느님은 생존과 번영을 약속하고 실행하십니다.

창세기 12장, 20장, 26장에서 사라(리브가)가 아브라함(이삭)의 누이가 되어 아비멜렉과 바로에게 끌려갔을 때의 공포감, 수치심, 분노의 감정들에 대해 성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오직 침묵의 순종으로만 사라는 나타나고 있고, 남편을 구하기 위하여 오직 희생할 것을 작정한 한 여성의 희생에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더구나 사라의 이러한 희생정신이 믿음의 조상으로서의 모형으로 해석된 적은 더욱 없습니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사회는 오늘날에도 어머니, 아내, 딸들에게 남자를 위해 살고 희생하고 침묵하고 순종하기를 강요한다는 사실에서 여기 사라의 모습은 지구상의 모든 여성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위험에 처한 사라를 구출하고 그 문제를 수습하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하느님이었습니다.

사라는 남편의 보호 아래 있지 않고 하느님의 보호 아래 있습니다. 사라에게 나타난 하느님은 무책임하고 나약한 남편이 저지른 위기의 상황에서 구출해 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 안에 있듯이 사라도 오직 하느님 안에 있는 사람이며 그분의 보호와 사랑을 받는 존재입니다. 하느님이 사라에게 행하신 일은 실제로 하느님이 아브라함의 후손을 약속의 후손으로 삼으신 것이 아니라 사라의 후손을 약속의 후손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하느님이 아브라함의 후손으로만 관심 하였으면 하갈에게서 난 이스마엘도 아브라함의 틀림없는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관습으로 보았을 때에 하갈을 통하여 난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장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속의 권리가 그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사라에게서 이삭을 낳게 하고 그로 후손을 삼은 것은 하느님이 꼭 사라의 후손을 세우려 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하갈의 아들을 거부하고 사라의 후손으로 후손에 대한 하느님의 언약을 성취시키는 하느님의 행위는 행여 우리에게 하느님이 사라 편을 들고 하갈을 미워하는 것으로 생각될 여지를 줍니다. 그러나 하갈을 향하신 하느님의 지극한 보호와 사랑은 그 문제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킵니다. 성서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구속사적 편견이 없이 읽고 가장 약한 자의 처지에서 다시 읽을 때에 성서는 오늘 우리들의 삶에 생명과 희망과 사랑을 회복시키는 해방적 동력의 말씀이 될 수 있습니다.

<하갈의 하느님, 사라의 하느님>

오늘 성서를 읽은 우리는 사라의 하느님을 통하여 가부장사회에서 위기에 몰리고 불임의 비참함으로 희생당하는 여성을 구출하고 생산 능력을 갖게 하는 그 여성을 돌보시는 하느님을 보았고, 하갈의 하느님을 통하여서는 생존의 위기 앞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생존할 물질을 주고 미래에 번성할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시는 보살피고 사랑하는 하느님을 봅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뿐만이 아니라 하갈의 하느님과 사라의 하느님을 생각할 때에 사람의 잘못으로 어그러진 역사적 현실이지만 하느님은 그 가운데에서도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의 편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본질적으로 약자를 사랑하며 돌보고 배려하는 사랑의 하느님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하갈의 하느님, 그리고 사라의 하느님을 통하여 우리는 문화적 질서 때문에 여성들을 더 이상 희생당하게 하지 않게 하는 생활과 동시에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자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생활, 그리고 다른 인종을 차별하거나 학대하지 않아야 하는 생활을 깨닫게 됩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라는 남성과 함께 했던 하갈과 사라의 삶에서 나타난 하느님의 모습은 형제를 이간하거나 원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을 돌보시고 보호하시는 분입니다. 미국의 중동지배전략의 힘을 업고서 이스라엘이 중동의 여러 나라를 공격할 때에 아무런 방비도 없이 당하고 죽어야 하는 사람들은 여성들과 어린이들입니다. 하느님이 가장 애틋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는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실수와 잘못을 하고, 그로 인하여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속히 잘못된 생각과 선택과 행동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 남한은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회적 정치적 고통을 당하고 있고, 수많은 생명들이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과 고난의 현장을 고발하고 부르짖을 때에 그 길을 찾기 위해서 애쓰고 행동할 때에, 하갈의 하느님도 되시고 사라의 하느님도 되시는 하느님이 생존을 위한 희망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깨뜨리는 평화를 하느님께서 다시 회복하시고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시고 생명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평화로 가는 길이 어렵지만 힘 냅시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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