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재능교육투쟁 승리! 종탑고공농성장 환영'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지난 2007년 12월21일 농성을 시작한지 2076일 무려 5년 8개월여 만인 2013년 8월26일 재능교육 노사가 분규를 타결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는 지난 23일 사측과 잠정합의를 이루고 25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잠정합의안을 가결했으며, 이에 따라 26일 오늘 3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맞은편 성당에서 202일간 종탑농성을 진행하던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은 종탑농성을 해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2007년 12월21일 농성을 시작한지 2076일! 무려 5년 8개월여 만인 2013년 8월26일 재능교육 노사가 분규를 타결했다. 이에 따라 202일간 종탑고공농성을 진행하던 조합원들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 종탑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온 오수영(왼쪽), 여민희(오른쪽) 조합원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활짝 웃는 얼굴로 202일 만에 내려온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은 “웃으며 내려와서 기쁘다. 일단 씻고 조합원들과 같이 모여 사진 찍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후 재능교육 본사 앞 농성장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에 임했다.

▲ 재능교육 본사 앞 농성장에서 유득규 조합원(가운데)이 202일만에 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온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을 반겨주고 있다. ⓒ에큐메니안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재능투쟁에 함께 연대해온 재능지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이재웅 본부장, 정당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이 참여했으며, 이 외에도 노사합의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 기자회견 중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물을 흘리는 강경식 조합원. ⓒ에큐메니안

종탑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오수영 조합원은 “이 투쟁이 끝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제 곧 서명할 합의문은 2076일간 하루하루 쌓아올린 상처와 분노, 연대와 투쟁의 결과물이다. 합의서의 부족한 부분은 현장에서 투쟁하며 채워나가겠다.”고 말하면서 다시 현장에서 돌아갈 힘과 용기를 준 동지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종탑농성을 하며 아래에 걸린 플랜카드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는 여민희 조합원은 “누군가가 올려주는 밥을 먹고 누군가가 찾아와야지만 만날 수 있는 202일을 보냈다. 2075일 전 이곳에서 재능교육 사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비닐 한 장을 덮고 밤을 지새웠다. 201일 전에는 종탑에서 침낭을 덮고 밤을 지새웠는데, 오늘 아침을 맞이하면서 너무 설레고 착잡했다.”고 농성을 끝낸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녀는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서 살고 싶어서 고공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면서 울먹였다.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 4시 재능교육 본사에서 노사가 조인식을 갖고 합의안에 서명했다.

▲ 기자회견을 마치고 조인식을 위해 재능본사로 이동하는 교섭위원들. ⓒ에큐메니안

노사 합의문에는 2008년 10월 31일자로 해지한 재능교육과 재능교육지부의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하고 회사는 故 이지현씨를 비롯해 해직교자 11명 전원을 즉시 복귀시킨다는 내용과 노조 생활지원금, 노사협력기금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노사는 그동안의 모든 고소, 고발에 대해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했으며 단체교섭은 10월1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 오후4시 재능교육 본사 6층에서 조인식을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황창훈 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그동안의 상처가 너무 크기에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조인식 플랜카드에 쓰여 있는 ‘협력’, ‘상생’, ‘화합’이 진정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합의문에 서명하는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이사, 황창훈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위원장 직무대행, 오수영 재능교육지부 지부장 직무대행. ⓒ에큐메니안

▲ 서명과 도장을 찍은 합의문을 교환하는 교섭위원들. ⓒ에큐메니안

재능교육 노조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중 최초로 단체협약을 맺었고 이번에는 파기된 협약을 다시 살려냈다. 그러나 노조는 오랜 농성으로 축소된 조직력을 회복하고 10월에 있을 단체협약을 갱신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이제 2076일간의 거리농성, 202일간의 고공농성을 끝낸 11명의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민희 조합원의 바람처럼 노동자가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202일간 고공농성을 해야 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더불어 ‘화합’, ‘협력’, ‘상생’의 길을 가는 재능교육 노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을 진행한 '재능교육 천막농성 투쟁 사업장 2076일'을 알려주는 피켓. ⓒ에큐메니안

▲ 기자회견을 마치고 환화게 웃는 오수영(왼쪽), 여민희(오른쪽) 조합원. ⓒ에큐메니안

한별 기자  ektlgof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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