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남북정상이 만나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 6주년을 기념하여 토론회 및 기념식이 열렸다. ⓒ에큐메니안

2007년 남북정상이 만나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 6주년을 기념하여 토론회 및 기념식이 열렸다. 4일 오후1시30분부터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토론회는 노무현 재단, 한반도평화포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공동주관으로 오후6시30분까지 진행됐다.

▲ 개회사를 전하는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10.4선언 6주년 행사위원장). ⓒ에큐메니안

총3가지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 토론회는 ‘10.4 남북정상선언의 현재적 의미와 실천과제’, ‘남북 화해, 협력과 시민참여 – 서울시민의 역할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 번영의 길로 어떻게 갈 것인가 – 현 단계 과제’라는 주제로 김연철 교수(인제대),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창수 기획운영위원장(한반도평화포럼),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발제자로 나섰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재정 신부(전 통일부장관, 104선언 6주년 행사위원장)는 개회사를 통해 “우리가 앞날의 미래를 열어가고 한반도 평화의 새 역사를 이어가길 원한다면 지난 역사에서 중요했던 합의들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이것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정부의 책임이고 역사의 책임일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늘 토론회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1섹션 발제를 맡은 김연철 교수와 임을출 교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북한 강령군 경제특구계획’과 ‘개성공단 3단계 계획과 발전적 정상화 쟁점과 대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연철 교수는 서해평화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한반도 평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서해에서의 평화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북에서 발표한 강령군 경제특구 정책은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나타나는 북측의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강령군에 대해 2000년 10.4선언 당시 개성공단을 만들기 전에 공단 부지로 검토됐던 지역임을 밝히면서 최근의 상황에서 한계는 있겠지만 남북의 서해 평화 협력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해협력은 남과북 경재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될 과제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를 위해 남북중 삼각동맹을 통해 새로운 미래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하여 발제를 진행한 임을출 박사는 현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해 “발전적 정상화가 되는 것이 아닌 아슬아슬한 정상화가 되고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국내외 바이어들이 재가동되는 기업들에게 생산주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발제를 맡은 김연철 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임을출 교수. ⓒ에큐메니안

임 박사는 10.4 선언과 개성공단의 확대 발전 필요성을 주장했다. “개성공단을 통한 경협 활성화는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에도 대륙진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모색하는 새로운 ‘발전 공간’과 ‘성장 엔진’을 제공할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의 2단계 확대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남북경협 발전과 개성공단 확대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 간 진정한 신뢰구축이 중요한 열쇠이며, 향후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도 우리 정부가 6.15, 10.4공동선언에 대한 존중과 이행 의지를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섹션 토론자로 나선 정용석 선임연구위원(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북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는 기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하면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 그리고 북한 내부적으로 이제는 내륙으로까지 개방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에 대해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내용적인 차원에서 채워나가야 하며, 이런 점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유연한 거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서해평화협력이 북한경제와 한국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다음세대 먹거리에 대한 고민 속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기에 이런 차원에서라도 북한 경제를 바라볼 수 있는 발상의 변화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 1섹션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수훈 소장, 김연철 교수, 장용석 선임연구위원, 임을출 교수, 김진향 소장). ⓒ에큐메니안

이어서 토론자로 나선 김진향 소장(한반도평화경제연구소)은 개성공단에서 3년 6개월간 입주를 포함한 전 과정들을 총괄 협상하는 일을 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현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매우 불안한 재가동”이라고 진단하면서, 장기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평화정책을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현재의 많은 쟁점과 대안들이 있지만 6.15, 10.4선언의 정신만 이어갈 수 있다면 모든 쟁점들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우리가 북측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요구하지만 실제 북의 엄청난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신뢰포르세스가 진정성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의 비정상적인 가동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시작부터 이어졌다. 그때부터 기형적으로 운영되었지만 10을 투자해서 150을 벌어왔다. 남북이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굉장한 기회들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섹션에 이어 2섹션에서는 현실적인 시민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김창수 기획운영위원장은 통일은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통일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통일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중점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특히 김 운영위원장은 북한에 대해 운명공동체이자 나 속에 들어와 있는 너와 같은 존재이기에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와 통일을 위해 서울 시민단체들에게 ‘평화의 약속운동’과 ‘서울시민의 평화문화와 시민안보를 위한 선언’을 제안했다.

▲ 2섹션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화숙 선임기자, 김창수 기획운영위원장, 고경빈 이사, 이태호 사무처장, 유시민 작가, 이동형 팟캐스트 진행자). ⓒ에큐메니안

2섹션 토론에 참여한 고경빈 이사(평화재단)는 평화통일을 위해 “북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북한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바람직한 통일 상을 구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태호 사무처장(참여연대)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평화정부를 선언하는 등의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로 서울시가 변화를 겪은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를 통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한 평화통일 운동에 같이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동형 팟캐스트 진행자(팟캐스트 이이제이)는 통일의 당위성 하나만으로 통일을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하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밖에도 평화냐 통일이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어떻게 통일을 이루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과 북한과 남한 모두 ‘혁명 이데올로기’와 ‘피난 촌 정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백낙청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3섹션에서는 구체적으로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포럼 공동대표인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북핵위기 – 남북관계 약화 – 북핵논의 지연’이라는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 정책에는 신뢰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 3섹션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백낙청 교수, 정세현 총장,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에큐메니안

이 전 장관은 북핵 정책의 방향으로 ‘6자회담 재개 및 지속 가동 – 북핵 동결 – 북핵 완전 폐기’의 3단계 프로세스를 9.19 공동성명에 기초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아래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갈등과 불신이 교차하는 현 단계 남북관계를 푸는 길은 ‘정상회담’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사태, 5.24 조치,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 등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남북관계로 인해 발생한 남북의 불신은 정상들이 만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매우 동감한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에서 나타나는 ‘진정성’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대화만이 답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원칙이란 명분하에 진정성을 이야기하는데 북한의 핵은 북한과의 협상이 없을 때 한단계식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즉시 대화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10.4선언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동행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10.4선언 가운데 핵심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전협정에서 미결로 남았던 것이 서해 경계선이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을 만들어낸 것이 10.4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것이다.

이 장관은 재차 서해평화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서해평화특별지대라는 것을 통해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노무현 재단 10.4특위는 정부가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사실상 10.4 남북 정상 간의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토론회에 참가한 이해동 목사(평화박물관 이사장, 중앙). ⓒ에큐메니안

한별 기자  ektlgofk@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