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전도사입니다. 얼마전 제가 담당하는 학생들 중에 이성 간에 성적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순결서약식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 청소년 5-11%가 성관계 경험

세상이 험하고 문란해도 교회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 여기는 마음에, 상처와 충격을 주는 일들이 종종 생겨 우리를 당혹하게 만듭니다. 중고생들의 성행동을 조사한 보고서들을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5~11%의 학생들이 성관계 경험을 한 것으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그 조사결과를 본 학생들은 오히려 성관계를 가진 아이들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이성교제하는 아이들의 10명 중 절반은 남자친구와 잠을 잔다”, “이성 교제하는 여자애들 10명 중 1~2명은 낙태 경험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믿고 싶지 않지만 교회 안에도 성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없다고 단정하진 못할 것입니다.

이른 나이의 성행위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성관계를 하거나 성관계를 단순한 오락거리 정도로 여기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을 가슴깊이 느낍니다.

순결이 어떤 육체적 행위와 등치되는 개념인지 먼저 생각해보기를

이런 상황을 방치하지 않아야겠다는 전도사님의 생각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합니다만 ‘순결서약식’을 하신다니 몇 가지 우려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순결서약운동’을 벌였던 미국에서 서약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성관계를 하지 않는 대신 구강성교행위가 늘었다는 보고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운동이었는지 몰라도 결국 젊은이들을 죄의식에 시달리게 하거나 자기합리화의 함정에 빠지게 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도대체 ‘순결’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순결’이라는 말은 혼전에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 육체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순결서약’을 지키기 위해 성기삽입성교를 하는 대신 구강성교행위나 다른 유사성교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순결한 것일까요?

또는 키스나 가벼운 애무 정도라면 순결할까요? 단순히 어떤 육체적인 행위와 ‘순결’이라는 말을 등치시키는 것은 어울리지 않으며, 따라서 ‘순결서약식’이라는 말도 신중히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서약보다 지속적인 대화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일회적인 서약에 아이들을 묶어놓으려 하기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투여하여 지속적인 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혼 전까지 어떻게 성관계를 지연시킬 수 있는지 그 현실적인 방법을 토론과 워크숍 등을 통해서 습득하도록 하고, 또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아이들 스스로 수용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서약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죄의식만 갖게 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서약을 하게 한 것으로 어른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서약식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젊은이들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혹 실수와 실패가 있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담하며 격려하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적인 경험이 있든지 없든지 모든 아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소중하고 사랑스런 존재입니다. 전도사님의 사역에 풍성한 열매가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홍보연  imokuro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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