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12:1-9; 사 58:1-9a; 고전 1:18-12; 마 5:13-20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이 말씀은 세상과 그리스도인의 관계에 대한 예수님의 가장 유명한 두 개의 명제입니다. 저는 기독교의 본질에 대해 이보다 더 명쾌하게 말한 명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요즘은 소금이 귀한 줄을 잘 모릅니다. 우리나라도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에는 소금이 귀했던 적도 있지만, 삼면이 바다라 소금 귀한 것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도 네팔이나 티벳과 같은 내륙지방 특히 고산지대에서는 소금이 매우 비싼 값에 거래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살던 로마시대에는 군인들의 봉급을 소금으로 주었습니다. 라틴어로 소금이 슬라리움(Salarium)인데, 여기서 영어 단어 봉급을 뜻하는 salary와 소금을 뜻하는 salt가 나왔고, 로마시대의 직장인(샐러리맨)인 군인들에게 소금을 지급하고 저들의 중요 역할 중의 하나가 소금운반을 하였기에 병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soldier도 유래했습니다. 소금은 오늘날의 금이나 은과 같았습니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우리가 금 없이는 살아도 소금 없이는 못사니 소금이 더 중요합니다.

소금이 왜 중요하가요? 첫째 소금에 많이 들어있는 나트로늄은 우리 몸의 체액을 조절하고 뇌신경이나 근육을 움직이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소금으로 우리는 음식의 맛을 냅니다.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곰탕이나 설렁탕은 맹물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소금도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가끔 나물에 소금이 골고루 흩어지지 않고 뭉쳐 있으면 너무 짠 맛으로 우리는 음식을 내어 뱉습니다. 따라서 소금은 적절하게 골고루 뿌려져야 합니다. 골로사이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고루게 함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골 4:6) 공동번역성서에는 이 ‘소금으로 고루게 함’이라는 단어를 ‘유익한 말’이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바꿔놓았습니다. 음식에서 소금이 갖는 역할을 교회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인정하고 치켜세우는 유익한 말로 비유하고 있음을 기억하시고 가정에서나 교회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소금을 생각하고 서로 격려하고 세우는 유익한 말을 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소금은 골고루 뿌려져야 한다는 상징에서 우리는 세상 안에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우리의 사명을 확인합니다. 소금의 사명은 음식의 맛, 곧 세상의 맛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자신이 갖고 있는 짠 맛을 드러내기 위함은 아닙니다. 짠 맛이 지나치면 음식마저 버리게 됩니다. 70년대 여의도에 백만이 모여 성령 폭발 엑스플로어라는 집회를 갖기도 했고, 교회가 부흥회를 한다고 동네에 북을 치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교회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음식에 뿌려진 소금과 같이 보이지 않게 세상 안에 스며들 때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남한사회 안에서의 기독교는 그 반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전에도 기독교인 대통령이 3명이나 있었지만, 기독교 권력이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정권에서는 기독교 권력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쓰이고, 일부 보수 개신교인들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이웃 종교와의 갈등이 극심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런지 교회 안에서의 권력 싸움도 더 심해지고 개 교회마다 웅장한 건물과 교인수와 헌금 액수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금은 음식 속에 보이지 않게 골고루 뿌려져야 제 역할을 하는 법인데, 음식보다 위에 올라 앉은 모양이 되고 말아 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 오늘 예수님도 하시는 말씀이 소금이라고 다 소금은 아니고, 짠 맛을 잃어버린 소금도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젊은 분들은 소금이 짠 맛을 잃는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가공도 잘하고 진공포장을 하여 간수를 하기에 소금이 짠맛을 잃게 되는 경우가 없습니다만, 예전에는 포대자루에 소금을 담았는데, 장마철에 간수를 잘못하면 소금이 짠 맛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이때는 밖에 버려져 사람의 발에 밟힐 따름입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를 뭐라고 부르나요? 목사는요? 평신도는요? 현재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짠 맛을 잃지 않도록 더욱 기도하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우선 빛은 어둠을 몰아내고 주위를 밝게 합니다. 여기서 빛은 진실과 선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어둠은 부정과 불법과 폭력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빛이라는 말씀은 세상의 어둠의 세력들을 쫓아내는 그런 공의로운 교회와 사람들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요한은 예수님의 이 땅의 오심을 빛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어둠 속에 있는 세상에 오신 성육신의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냥 신이 사람이 되신 겸손의 화육을 넘어 이 땅에 구부러진 것을 펴고 꺼져가는 심지를 다시금 일으키고 상한 갈대를 감싸 안으시는 정의와 치유 회복의 능력자로 오신 것입니다. 빛이 비칠 때에 어둠의 세력들이 마음대로 행하던 폭력과 비리는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들리지 않던 부정과 불법적인 일들이 온 산하에 울려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빛은 어둠을 몰아낼 뿐만 아니라 따스한 에너지를 동반합니다. 그래 식물을 자라게 하고 동물들에게는 활동하는 힘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남한의 교회는 이 빛을 문자로 이해하여 밤에도 보이도록 네온싸인 십자가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세계에서 네온싸인 십자가를 만들어놓은 교회는 남한 교회가 유일합니다. 게다가 그것도 왜 모두가 빨간색으로 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더더욱 이해 못하는 것은 남한 사람처럼 빨간색 공포증을 갖고 있는 민족도 드물고 또 모든 교회가 반공주의 일색으로 덮힌 나라도 남한 기독교가 거의 유일한 곳인데, 친북을 빨갱이라고 욕하면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색깔을 빨간색으로 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하늘을 뜻하는 푸른색이나 하얀색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하나같이 빨간색입니다. 예수님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흡혈귀도 피를 상징하기에 빨갛습니다. 그래 남한 축구팀 응원단 Devil 악마는 빨간색 옷을 입고 축구팀의 옷 색깔도 빨강입니다. 빨간색에 환호하면서도 또 빨갱이라고 욕을 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자기 모순 속에 살아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예수께서는 빛을 착한 행실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착한 행실을 하면 사람들이 이 행실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니 바로 이것이 빛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죄를 속죄하기 위한 화해자로서 피를 흘린 것이고 십자가는 바로 이 희생과 헌신의 상징이니까, 남한 교회는 빨간 네온 십자가만 붙일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현재 극도로 대립상태에 있는 남북의 화해를 위해 정부를 대신하여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요즘 세계는 이집트의 30년 독재권력이 무너진 일에 환호하고 다음 차례가 과연 예멘이 될 것인지에 관심하고 우리 남한 사람들은 다음 차례가 북한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87년 6월 민주민중항쟁 이후 군사독재권력의 629 항복선언을 얻어내고 직접선거를 가졌지만, 결국 무늬만 달라졌지 내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23년이나 지난 지금이나 당시나 달라진게 있나요? 언론자유 없습니다. 미네르바를 가두고 MBC PD 수첩을 고바라고 KBS 사대강 특집 방영을 거부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이 인권위원회를 고발하는 지경입니다. 남북대화도 막혔습니다. 지금은 휴전도 냉전이 아닌 준전시 상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집트도 별로 달라질게 없습니다. 무늬만 달라지지 그 속은 그대로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안기부장 출신의 부통령과 군부가 향후 정치의 칼자루를 쥐고 있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와 같이 자본과 시장의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더 큰 혼란과 빈부의 양극화를 경험할 것입니다. 저는 이점에서 이집트의 종교 세력 특히 이슬람이 민주화와 자유는 한순간의 투쟁을 통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바른 길을 이집트 민중들에게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 정권에서는 북한 퍼주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김대중정권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꾀하면서 햇볕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얼음정책이 옳은 일인지 햇볕정책이 옳은 일인지는 후대 역사가 판단할 것입니다만, 생명과 평화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 북녘이 보리고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왜 가난하냐?고 손가락질 하는 일은 후에 하고 먼저 돕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이 기독교정권이 해야 할 바른 길입니다. 그러나 이 기독교정권은 무늬는 기독교지만, 내용은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심지어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과는 정반대로 순수한 종교단체의 나눔마저 모조리 차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장총회와 남북나눔단체에 우리가 모은 남북나눔헌금 2천5백만원을 보냈지만, 정부가 허가를 하지 않아 그냥 통장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 이사야 본문 말씀에서 참 단식은‘제 골육을 모른 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만, 이 모든 업보는 통일 후에 큰 빚으로 우리를 쫓아다닐 것입니다.

빛은 어둠을 몰아내어 주위를 밝게 할 뿐만 아니라. 따스한 에너지를 동반하여 생명을 살아나게 합니다. 또 빛은 사물을 비추어 그가 가진 색깔을 드러나게 합니다. 어둠 속에서는 검정 한 색깔로만 보이지만, 빛이 비추면 각각의 특성을 갖춘 다양함이 드러납니다. 다른 말로 우리가 세상의 빛이라는 말은 상대방의 특성을 드러내도록 하여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국의 대주교 윌리암 템플은 교회를 다른 세상의 조직과 비교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회는 비회원을 위해 존재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기구이다.” 교회는 세상 곧 비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남한의 교회는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빛을 비추어 그들을 포용하여 하느님의 구원의 길에 함께 손잡고 들어가기 위함입니다. 변화는 상대방을 인정하는데서 시작하고 따라서 변화는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율법학자들보다 옳게 산다는 것은?

그래 소금과 빛된 사명을 천명하신 예수님께서 마지막에 덧붙인 오늘 본문의 마지막 구절이 의미심장합니다. “잘 들어라.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 말씀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옳게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인 계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십계명을 636개의 세세한 계명으로 만들어 지켰습니다. 십계명도 지키기 힘든데, 636가지의 계명을 다 지키려고 애를 썼으니 그들의 열심이야 말로 대단했습니다. 오늘도 여기 교회 앞길 명동 거리에 가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성서 말씀을 읽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팻말을 크게 써서 오토바이에 달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막무가내 전도방식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열심을 우리가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라는 방식은 무엇이었을까요? 과연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가난한 어부 출신 제자들과 율법학자들을 열심의 강도에서 누가 더 센지를 비교하고자 하셨을까요? 과연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병들고 가난한 여인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비교하고자 하셨을까요? 부모가 자식들의 효심이 어떠한가를 비교할 때, 얼마나 자주 찾아오고 전화하는가? 얼마나 용돈을 많이 주는가? 이런 것으로 비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요? 집에 계속 남아 부모님을 돕던 형과 유산 상속을 억지로 받아 집을 나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동생을 비교할 때, 누가 더 부모님께 효도하는 자식으로 판명되었나요? 집에 남아 재산을 불리던 형이었습니까? 아니면 밖에 나가 재산을 탕진한 동생이었습니까?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형의 잘못은 무엇이었습니까? 집에 남아 묵묵히 일을 한 것이 죄일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었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형이 생각하는 ‘효’ 다른 말로 하면 ‘의’와 아버지가 생각하는 ‘의’와는 다른 것임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의란 곧 겉으로 표현되는 의가 아닌 보이지 않는 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보다 쉽게 설명한다면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는 종교적 계명에는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종교적 코드로서의 단식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단식,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것, 압제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버리는 것이고,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주고, 떠돌며 고생하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고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단식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타자를 구별하는 자기 종교적 행위에 매여 본래 단식이 의도했던 배고픈 자의 아픔에 함께 하는 보편적 존재에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께서 “너의는 교회의 소금이다. 너희는 교회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을 향한 전위대입니다. 교회는 세상을 위한 훈련소이자 출발지이지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구원의 종점이 아닙니다. 단식이라는 종교적 행위는 교회의 훈련 프로그램일 따름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촉진제일 따름입니다. 단식을 하는 목적은 배고픔을 통해 자신의 육신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타인의 배고픔에 함께 아파하는 예민성을 키우기 위함 하나의 도구일 따름입니다. 단식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하는 모든 봉사와 활동, 성서공부를 포함한 모든 모임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안에서만 모이고 우리끼리 앉아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고 끝나는 모임이라면 종교적 단식에만 만족하는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 년전에 평화나눔공동체를 제안한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모임이 부족해서 다른 모임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신도회나 구역 모임이 교회 안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기에 교회 밖으로 세상을 향한 접점으로 평화공동체 모임을 제안한 것입니다. 저는 신도회나 구역 모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은 교우끼리의 친교를 바탕으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기에 이미 체질화되어 버려, 이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옳다고 여긴 것입니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되어온 평화나눔공동체 활동을 보면 몇몇은 또 다시 교회 안에만 머무는 모임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 안에는 다양한 모임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임들이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세상을 향한 꿈틀거림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부족하더라도 처음부터 우리는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부름을 받았지, 교회의 소금과 빛으로 부름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분가선교에 대하여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일이 매우 이상하게 들리겠습니다만, 저는 최근 향린교회에 실망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도 저에게 실망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기에 저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일은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래도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래서 저의 잘못에 대한 교우님들의 지적에 대해 겸손하게 귀를 기울립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자리에 설수 있는 기간이라고 하는 것이 기껏해야 5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러분은 오늘에 관심하지만, 저는 제가 떠난 이후의 향린교회의 미래에도 관심하고 여러분은 향린교회 내부에만 관심하지만 저는 남한 사회 안에서의 향린교회의 위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감안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최근 실망한 것은 여러분 안에 분가선교에 대한 열정이 식은 일입니다. 물론 완전히 식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분가에 대한 열망이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하는데, 이제는 위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는 분기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분가는 그냥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을 내부에서부터 변화시키고 내일을 위한 생명 탄생의 작업입니다. 소금이 자신을 녹여 부패를 막고 초가 자신을 태워 빛을 내듯이 분가 또한 자신을 떼어내는 생명의 작업이기에 그 안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픔을 통해서만이 생명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교회들의 분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향린교회가 지향하는 분가는 향린의 창립정신인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의 생명 탄생이라고 여기기에 저는 우리가 갖는 분가에 대한 열정은 우리 교회가 과연 생명체로서 존재하는가 아니면 조직체로 존재하는가를 판가름 짓는 기준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향린교회가 영원할 것이다. 영원까지는 아니겠지만, 60주년을 넘어 백주년 이백주년 오백주년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시는 분은 이곳에 한분도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2천년 교회 역사에서 지금까지 그런 교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2성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교회들, 자기 것을 모두 내어주고 함께 목숨을 걸었던 우리가 교회의 원형으로 삼는 초대교회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물론 기념교회로, 건물로는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생명 있는 교회로서 그렇게 존재한 교회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눈앞에서 개체교회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교회들이 죽은 것인가요? 죽은 교회도 있고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 교회도 있습니다. 영원히 존재해보겠다고 교인배가 운동을 하며 아웅다웅 자체 안에서 몸부림치는 교회는 결국 죽었고, 작더라도 자기 분신을 떼어내는 아픔을 통해 세상을 향해 다시금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린 교회는 계속 살아있습니다.

한 30년 전 남한교회가 폭발적인 급성장을 할 때, 세계교회가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급성장을 한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유럽이나 미국교회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기 자랑 엄청 했습니다. 그때 서양교회 목사님들이 주눅도 들고 우리보고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하였습니다만, 속으로는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어이 여보게들, 우리도 선교 백주년 때는 그렇게 기고만장했었지. 5백년쯤 지나고 나서 보자구.” 5백년은커녕 겨우 125주년이 지나면서 휘청거리고 있고, 150주년이 되면 아마 많이 겸손해져 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향린교회 60주년을 앞두고 분가교회를 세우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분가헌금도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지만, 교회 안에 분가교회에 대한 열정이 식은 점에 대해서는 저의 책임을 포함하여 실망의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정관에는  우리가 지켜 행해야 할 여러 가지 실천 과제가 있습니다.  30% 선교헌금, 사회선교선터 건립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러나 500명이 넘으면 분가해야 한다고 하는 정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습니다. 평신도교회로서의 지향점이 목사나 당회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예배 속에서 하는 평신도설교나 평신도 축도에 있지 않습니다. 예배 순서에 참여하고 후드를 두르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거기서 그친다면 단식을 종교적 행위로 이해하고 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평신도교회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생명력 넘치는 분가교회를 탄생시키는 일입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명이 생명다운 것은 그 생명을 나누는 일에 있습니다. 물론 이 일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안에 성령의 감동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저 또한 조용히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 담임목사로서 여러분안에 꺼져가는 심지에 불을 다시금 붙이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말씀드립니다.

믿음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존재를 낳는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어라‘하고 말씀하시지 않고,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행위를 향한 말씀이 아니라 존재를 향한 말씀이었습니다. 소금과 빛의 존재성은 행위로 드러나지만,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내고 빛이 밝음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의도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짠맛을 내고 밝음을 드러내는 것은 그저 자신의 존재성이 그럴 따름입니다. 거기에는 어떠한 가식이나 의도가 숨어 있지 않습니다. 그저 됨됨이가 그럴 따름입니다.

믿음의 그리스도인에서 행동의 그리스도인을 넘어 존재의 그리스도인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믿음의 그리스도인과 행동의 그리스도인의 차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행동의 그리스도인과 존재의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가장 분명한 예는 마태오복음 25장에 나와 있습니다. 예수께서 하신 마지막 심판 때의 비유 말씀 속에 있습니다. 마지막 심판 때에 임금은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자신의 오른편에는 의인을 왼편에는 악인을 갈라 세우십니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의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하늘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면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 이 말을 듣고 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 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언제 주님께서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전혀 기억이 없는 것은 그들이 의식 속에서 행함으로 하지 않고 존재로서 행했기 때문입니다.

왼편에 있던 염소들은 반문합니다. 우리가 언제 그런 일을 하지 않았나요? 우리는 항상 그런 행동을 하려고 눈을 부릅 뜨고 살아왔습니다. 하루에 세 번 성전에 나가 끊임없이 기도하고,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십의 일조 이상을 바치면서 항상 당신의 계명을 지키기 위해 열심하였습니다. 우리는 억울합니다. 뭔가 착각이 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가장 작은 작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니라.’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민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는 둔감했습니다.

소금과 빛을 행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정의를 세우고 사랑을 베푸는 일이지만, 존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자신을 녹이거나 태움으로 자신은 사라지고 대신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신성을 드러내는 일인 것입니다. 개체성은 사라지지만, 그러나 그 존재성은 영원함을 깨닫는 일입니다. 여기에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추구했던 종교적 의와 예수께서 추구했던 소금과 빛으로서의 십자가의 의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말하기를 “나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고 그래서 내가 말을 하거나 설교를 할 때에도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을 쓰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성령과 그의 능력만을 드러내려고 하였습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고백이 저와 여러분의 남은 생애의 고백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다함께 침묵하시겠습니다.

조헌정 목사 (향린교회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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