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에 가면 쟈스민차를 따라준다. 쟈스민은 이번에 중동에서 처음으로 정치혁명이 일어난 뛰니지의 국화라서, 중동 지역의 혁명의 물결을 쟈스민 혁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나라들의 공통점이 독재자들이 수십년씩 장기집권을 하던 나라라서 사람들은 그 혁명의 불똥이 한반도 북쪽에도 옮겨 붙지 않을까 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쟈스민혁명이 일어난 뛰니지, 이집트, 그리고 리비아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나라들이 서방세계의 어느 나라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과거의 식민지 경험을 한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서방의 기업들에 매수되어 축재를 하고 나라의 자원개발에 대한 이권을 팔아 넘긴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의 경제계가 이와 연결되어 있으며, 한국과 중국 등의 경제계도 이 지역에 많은 이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수십년간 잠잠하다가 이번에 터져 나온 북아프리카, 중동지역 민중의 봉기는 독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서방세계가 독재정권을 부패시키고 이들 나라의 부를 뽑아가는 구조에서 더 이상 그 나라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정도가 지나치게 이익추구에 혈안이 된 사정에 의해서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 나라들의 전통과도 맞지 않게 신자유주의에 영합하는 정권이 들어섰고, 그 나라들 내부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대외 시장을 제대로 관리할 만한 여유가 없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와 영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2008년의 금융위기로 근본적인 결함을 노출한 이래로 무리하게 회복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책임한 영업활동에 대한 관리소홀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 20세기 중반 이후로 형성된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가 붕괴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한국도 리비아에 많은 투자를 해 왔고, 어떤 점에서는 그 나라의 독재정권과 협력하여 이권을 취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현 정권은 사실상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의 영향력으로 등장했고, 그 결과 신자유주의 경제노선에 가장 충실한 성격의 국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쟈스민 혁명으로 한국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동안 한국이 미국의 판도 아래에서 제3세계 지역에서 누려온 혜택도 소멸될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신자유주의 추종세력도 더 이상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자스민 혁명은 서구의 정치철학이 비서구권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영미 중심의 자본주의 시장질서의 붕괴과정으로서 볼 수 있는 측면이 상당히 농후하다. 더구나 이는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지하자원의 고갈을 유발해 온 서구 자본주의가 자처한 결과로서 그러한 자원 수탈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세계의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좀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확한 방향을 파악해야만 올바른 대응책이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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