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침을 먹고 끊어진 압록강 철교를 올라갔다. 압록강 철교는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다리로서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을 잇는 관문이다.

▲ 끊어진 압록강 철교위에서ⓒ에큐메니안

끊어진 다리는 1908년 8월에 착공하고 1911년에 준공한 다리로서, 강을 오르내리는 범선을 통과시키기 위해 아홉 번째 연을 개폐식으로 만들어 열면 십자가 되고 닫으면 일자가 되도록 설계하였다. 이 다리는 한국전쟁 때 파괴되어 중국에 연결된 절반만 남아 있어 압록강 단교라고도 한다.

이 다리의 상류쪽 100m 지점에 1937년 새로운 다리를 건설을 시작하여 1943년 개통하였는데, 복선형 철교로 건설된 이 다리는 한국전쟁 때 약간의 파손은 있었으나 수리하여 계속 통행을 하고 있고 1990년에는 양국 정부의 합의에 의해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라고 개칭하였다.

▲ 호텔숙소에서 바라본 압록강 철교ⓒ에큐메니안

압록강 단교에 올라가 북한쪽으로 걸어가면 다리 난간의 안쪽에 사진들을 게시하였다. 다리가 파괴되는 상황과 한국전쟁에 대한 여러 가지 사진들이 있고 또한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들은 빨리 끊어진 부분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1932년 통계에 의하면 보도통행자만 해도 연간 2백60만 명이라고 하는데…. 미군의 폭격으로 다리가 끊어짐으로 얼마나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쪽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다리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끊어진 부분에서 북한쪽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나 어려우면 중국 쪽에서 네온사인 전기비까지 부담하고 있을까…. 언제 이 다리가 이어져 자유롭게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을까….

▲ 부교와 동상ⓒ에큐메니안

압록강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먼저 들른 곳은 바다에 박은 나무만 남은 부교. 원래 부교는 1951년 5월 중국군이 전쟁 물자를 빨리 나르기 위해 목책으로 세운 것이다. 세월이 흘러 강에 깊게 뿌리박힌 나무들만 남았는데, 2010년 6월 25일 동상을 비롯하여 설명문은 세워놓았다.

이렇게 꾸며 놓아서 지금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많이 와서 관람한다고 한다. 두 개의 동상 중에서 하나는 조선 전쟁터로 떠난 중국군인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을 끝내고 돌아오는 중국군을 환영하는 소년의 모습이다. 중국인들이 동상과 설명문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까? 남한에서 온 우리들은 동상과 설명문을 보면서 착잡한 기분이 든다.

과연 중국이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순수한 의미에서 도와주려고 했을까?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위해 제출했던 학위논문에서 “한국전쟁은 중국과 김일성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여 중국에서 11년 동안 옥살이한 데이비드 추이박사의 논문은 거짓일까?

중국은 동북공정을 시작하면서 단동지구를 비롯하여 고구려옛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고구려가 중국에 속한 땅이라는 증명을 하기 위해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호산장성이다. 원래 이 성은 고구려 보장왕 시절에 당나라가 고구려에 침입하였을 때 함락시키지 못한 고구려 산성 박작성이다.

▲ 호산산성 앞에서ⓒ에큐메니안

호산 남쪽 아래 지점에 36m의 고구려 석축석벽과 우물터가 나왔고 호산 정상을 통과하는 장성의 받침대가 고구려 성벽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1990년부터 이 성을 복원한 후 명나라 때 북방오랑캐 여진족을 막기 위해 쌓은 만리장성의 최동단이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하긴 고구려도 한족의 역사로 탈바꿈을 하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03년부터 개방한 호산장성을 오르면서 사극에 나오는 고구려 성을 그대로 본 느낌이다.

이 장성 아래에는 섬이 있는데, 바로 북한 영토인 어적도이다. 어적도 마을에는 북한주민 1백 30여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과 중국 땅의 국경은 1m밖에 되지 않고 한 발짝만 뛰어서 건널 수 있다는 뜻으로 ‘일보과’라고 부른다. 전에는 강을 건너서 실제로 만나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가서 보니 적어도 10m가 넘는 강이 흐르고 있고 강 양쪽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우리가 간 곳에는 중국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중국 여인 두 명이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철조망 안에서 평화롭게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철조망이 걷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염원해 본다.

▲ 북한의 수풍댐 전경. 해방이후 소련군으로부터 발전기를 탈취당했다고 한다.ⓒ에큐메니안

오후에는 배를 타고 하구에서 수풍댐까지 한 시간 반 동안 북한 땅을 지척에서 보았다. 중국 땅과 북한 땅을 비교해보면 첫눈에도 북한쪽 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벌거숭이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가 우거진 중국 땅과 너무나 극명한 대비가 된다.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산에 나무들을 땔감과 판매용으로 마구 비어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렇게 나무가 없으면 홍수가 날 때 대책을 세울 수가 없고 농작물에 대한 피해도 적지 않을 터인데…. 참 마음이 안타깝다. 강가에는 평화스럽게 빨래를 하는 군인과 아낙네들, 추운 날씨를 모르는지 맨발로 물속에서 노는 아이들, 그리고 가까지른 절벽에서 풀을 듣는 염소들 등 무척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 폐허처럼 보이는 북녘의 공장ⓒ에큐메니안

그러나 자전거는 가끔 보이지만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고(한 시간 반 동안 트럭 한 대와 봉고 한 대를 보았음),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달구지를 이용한 농사짓는 모습, 그리고 굴뚝에서 연기가 솟지 않고 폐허가 된 공장 등을 보면서 북한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배는 수풍댐을 앞에 두고 다시 중국 땅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수풍댐은 높이가 106.4m, 길이 899.5m, 저수량이 76억m³나 되는 엄청난 댐이다. 1937년 착공하여 1944년 완공되었고, 총 70만kw의 전기를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련군이 해방 후 총 7대의 발전기에서 3대를 탈취해 가서 현재 20만kw만 생산한다고 하니 참 분통터질 노릇이다. 소련이 진정으로 북한에 점령군이 아니라 지원군으로 왔다면 그런 횡포를 저질러서는 안 되었을 것이다. 이 발전기만 그대로 있었다면, 또는 이 발전기만 다시 시설할 수만 있었다면, 북한이 그렇게 전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터인데…….

단동 쪽에는 네온사인과 전등이 화려하게 비추고 있는데, 강 건너 북한쪽은 어둠속에 묻힌 것을 보니 더 화가 난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쪽은 전기 부족으로 인해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한 시간밖에 전기 공급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최정의팔  euip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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