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영지교회 차문희 참가자. ⓒ에큐메니안 고수봉

필리핀 태풍 피해복구 봉사활동 모집광고를 교회에서 보자마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평소 선교봉사에 대한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시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봉사 기간도 2주로 결정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며, 2주를 온전히 귀중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타클로반 공항의 모습부터 나무가 다 부러진 거리, 철판과 나무로 대충 지어진 집들, 태어나서 처음 본 재해 지역의 풍경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첫 날부터 장거리 여행으로 피곤한 몸이지만, 곧장 2주 동안 봉사할 현장으로 갔다.

필자가 맡은 일은 건축이었다. 마을 우물에서 물 긷기, 벽돌 나르기, 시멘트에 필요한 자갈 모래 채취, 삽질, 시멘트 바르기, 음식 배식하기, 교도소 방문 등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정말 힘들었다. 매일 아침 손과 다리는 퉁퉁 부었고, 끊이지 않는 모기, 파리와의 사투, 숙소의 뚫린 창문에만 의지해야하는 더위, 현장에서는 햇볕도 강렬히 뜨거웠고, 비가 오면 길은 진흙탕이 되어 곳곳이 미끄러웠다. 그래도 틈틈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구름, 나무 그늘에 감사했다.

또한 필자가 머문 2주 동안 자신을 내려놓고, 기꺼이 웃으며 헌신한 중국동포교회 참가자분들을 보면서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힘든 와중에도 분위기는 정말 화기애애했고, 연령층, 직분도 다양했지만 그런 것에 의미두지 않고, 모두 최선을 다했다. 좋은 봉사자들이 모여서 행복했고, 감사하고, 따뜻했고, 힘이 났다.

또 다른 충전소는 아이들이었다. 힘이 들거나 지칠 때, 이름을 외운 아이들을 부르면 힘을 얻었고, 아이들에게 배운 와라이와라이어로 장난도 치고, 웃고, 포옹하고, 노는 시간은 특효약이었다.

우리 바라용 마을의 아이들은 정말 아름답고, 예뻤다. 장애 있는 친구도 편견 없이 그 아이와 손으로 모두 대화하며 지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을 보면서 감동했고, 배웠다. 작디작은 고사리 손으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우리들의 일을 나서서 도와주고, 사랑스러운 미소와 짓궂은 저의 장난에도 함께 해주고, 어색했을 수도 있는 애정표현에 동참해 준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 아이들의 존재자체가 정말 감사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달라지고, 튼튼하게 지어져가는 바라용의 교회를 보며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김해성 목사님의 선창으로 봉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외치는 “Tindok Barayong! (일어나라 바라용!)”은 어떤 외침보다 우렁찼다. 꼭 그렇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날, 헌당예배에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을 때, 모든 바라용의 사람들이 많이 힘들고, 어렵고 절망스러운 마음이지만 진심으로 그들이 그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끼고, 깨닫길 바랐다. 그리고 봉사활동 내내 입고 다닌 우리의 빨간 조끼를 보고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않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타클로반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될까, 내가 조금 더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내가 덜 하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해 주신 분께 내가 더 감사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내 자신을 조금 더 멋있고, 뜻 있는 삶이 되도록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준,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필리핀 사람들과 모든 인연들에 감사드린다.

평소 교회를 벗어나 밖에서 기독교인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정말 좋은, 존경스러운, 멋진, 대단한 분들을 만날 수 있고 인연을 맺게 해 주시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주관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선교봉사단 참가자 대구영지교회 차문희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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