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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계신 하나님 (윤영배)
편집부 | 승인 2015.09.25 10:45

   
 
불온하고도 신실한 두 기독교인, 윤영배와 김정원의 2인 시집. 《하늘편지》의 윤영배와 《환대》의 김정원이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경제적 소외가 세대별․계층별로 극대화되는 시대에 기독교인으로서 느끼는 분노와 슬픔, 그 가운데에서도 하늘의 섭리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총 68편(윤영배 35편, 김정원 33편)의 시마다 기독교인, 가장, 시인, 교사로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절절히 배어 있다.

영적인 것을 노래할 수밖에 없는 시인과 목사의 운명
- “혁명은 사산되었고 민심은 사막이 되었다”

윤영배 시편

윤영배 시인은 목사이자 시인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그의 시 몇 편을 읽다 보면 목사가 이렇게 염세적이고 불순해도 괜찮은지 의문이 든다. 여느 기도 시집의 아름답고, 독실한 신앙 고백만을 기대했다면 분명히 그 기대는 배신당할 것이다. 몇몇 시의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째 세상이 진창 같고/산다는 일은/총알택시 질주하는 한밤중입니다/어머니, 아들은 여태 피난처를 찾지 못해/들개 되어 긴 밤을 우왕좌왕합니다/…/다만 시대와 불화하며/빈방에 갇혀 죽음의 식속들과 배고픈 현실을 서러워하고 있습니다”(<이유기>) “이 땅에서 혁명은 사산되었다/민심은 사막이 되었고/폐기 처분이 더 정확할 게다/빗장 질린 대한민국” (<코리파 판타지>) “무덤으로 수채통으로 진창으로/어렵게 함들게 걸음 옮기다/…/모래 무덤 같은 나의 삶/신기루 같은 나의 젊음” (<청년기>)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는/민들레 홀씨 닮은 나의 중년기”(<중년기>).

목사라면, 신실하고 은혜로운 기도 시로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제시해주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데 “어째 진창 같은 세상”에 “우왕좌왕”하고 “배고픈 현실을 서러워하고” “혁명은 사산되었고 민심은 사막이 되었다”고 좌절하며, 기어이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다고 말해버린다. 사실 이런 좌절감은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감정이다.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경제적 소외가 극대화되는 이 진창 같은 세상에 총알택시처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이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좌절의 주체가 목사라면 반발감이 들 수도 있다. 십자가 구원의 섭리를 설파해야 하는 사람이 절망할 정도의 세상이라면 정말 우리에게 꿈도 희망도 없다는 암울한 신호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그의 노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신은 제 혈관입니다/살았을 때도 죽음의 순간에도/끝이 없는 세계에서도”(<러브 스토리>) “나는 오늘도 가슴 추운 노래를/부르고 있습니다/당신이 나를 아신 것처럼/나도 당신을 알 수 있을까 해서”(<가슴 추운 날의 기도>) “내 작은 수고가 한 영혼이라도 따뜻하게 하는/모닥불이 될 수 있다면/…/내 맑은 기도가 한 영혼이라도 축복받게 하는/비상구가 될 수만 있다면”(<비나리>).

우리는 날마다 도처에 만연하는 불의와 불평들을 감내하고 살고 있다. 시인은 이 사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기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그의 시선은 어렵게 생을 꾸려가고 있을 게 분명한 호떡 장수 아낙네에게로 이어지고(<땅에 계신 하나님>), ‘나의 죄책감을 덜어주려 부활하신 그를 위해 나도 날마다 부활한다’로 연결되며(<하늘 살이>), 기어이 ‘내 설익은 믿음이 한 영혼이라도 영광 체험하는 무지개가 될 수 있다면’(<비나리>)으로 귀결되고야 만다. 그의 결론과 바람이 이러하다면, 그가 부르는 절망과 슬픔의 노래는 하나의 ‘과정’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아름다운 선율 아닐까.

소외된 이들을 위한 노래
- “자신의 발등을 찍는 도끼날에 도리어 향을 바르는 나무 예수”

김정원 시편

김정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아주 정확하다. 때 아니게 죽음을 아이들, 부리나케 뛰어다니며 번 수십만 원으로 단칸방에서 아슬하게 살아내는 사람들, 젊은이를 먼저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노파, 어깨 위에 잠시 내려앉은 어린 참새, 눈물 흘리는 수인(囚人)들, 바닷가 언덕에 조촐한 십자가를 달고 있는 교회 등이다. 그러고선 자신을 채찍질한다. 주일에 한 번씩 면회하는 신자가 되지 말고 때 묻은 작업복 입고 땀내 나는 사람들 속으로 가라(<기독교인에게>), 예수를 해결사로 욕망하는 싸구려 은혜를 갈망하지 마라(<두 가지 은혜>), 주린 이웃의 배를 채우는 쌀밥이 되는 기도를 해라(<기도>), 높고 화려한 대형 교회 뾰족 탑이 아니라 낮고 소박한 삶에 무게를 두어라(<성자 걸레>). 읽다 보면 마치 엄중한 규율에 맞추어 수행하는 종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인데, <수행>의 “세상을 바꾸려면 내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구절을 읽으면 그가 수도하고 있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김정원의 시가 읽는 이의 가슴을 가장 많이 울리는 지점은 그 자신이 교사로 학생들을 바라볼 때이다.

“보도블록 틈에서 돋아나는 민들레 새싹만 보아도/…/분식점에서 깔깔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어도/…/눈물이 납니다//당신 혼자 살아나셔서 무엇하게요/아이들과 되살아나셔야지요//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요/봄볕 같은 엄마 아빠 품으로 영영 돌아갈 수 없다니요/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딱한 당신, 예수님!”(<뼈아픈 부활절>) “너를 사랑하는/나는//부모 같은 교사가 되고 싶고/그런 교사를 만난 학생은 복이 있다”(<교단의 산상 수훈>) “수달, 원숭이, 넋 잃고 맹골수도를 바라보는 어머니, 죽은 예수를 안은 <피에타>의 마리아와 한 점 다를 바가 있으랴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어버이 마음이!”(<부모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아이들을 사각 교실 우리에서 풀밭으로 풀어놔 마음껏 꿈을 뜯어 먹게 하고 싶은, 그런 목자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고백(<교단의 산상수훈>)은, 자본이 자유롭다고 말하는 재벌, 성적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하는 학교, 누구나 간첩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조작과 고문이 달인(<은밀하게 잔인하게>)이 득세하는 이 불의한 세상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더욱 마음을 울린다.

그도 이 사실을 알기에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는 도끼날에 도리어 향을 바르는 나무 예수”(<향나무>)에 다시 한 번 기댈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구원의 길을 묻는 세리에게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웃을 도우라고 했던 예수의 가르침이 실종된 한국 교회에 김정원의 시 전체를 바치고 싶어지고 만다.

이토록 불온한 기독교인들의 노래

윤영배와 김정원의 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이 마냥 아름답다고 노래하지만은 않는다. 예수 믿으면 천당 가고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겁주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혁명이 사산되었다고, 도시 대형 교회에는 진정한 기독교인이 없다고, 자식을 바닷속에 두고 창자가 끊어진다고, 그러니 예수님은 제발 아이들과 함께 부활해달라고 절규한다. 그러고는 절망하는 자기 자신을 깊게 응시하고,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함에도 소외되고 죽음을 맞은 자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말하자면 이들은 참으로 불순하고 불온한 기독교인이다.

이 세상에 대해 좋은 말 거의 없이 이것저것 잘못되었다고, 사산된 혁명의 불씨를 평화 생명 세력이 다시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들에게 만약 요즘 유행하는 엄혹한 정치 검열을 들이댄다면 과연 어떤 판결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예수도 당대에는 불온한 혁명가로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 예수가 사람의 몸으로 현존해 있다면 이들의 시야말로 바로 나의 노래라고 말했으리라. 자 그러니 이제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요/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딱한 당신, 예수님!”(<뼈아픈 부활절>)이라고 기도해보지 않은 기독교인이 있다면 부디 이 시집을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저자소개>

• 윤영배: 196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한신대학교 신학과와 동 신학대학원,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한신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신학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거이학원 한빛고등학교 개방이사, (사)국제청소년21 이사, 해뜰교회 담임목사이다. 2000년 《사랑이 찾아왔네》(자음과모음)를 상재하면서 등단했고, 2005년 ‘크리스천신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펴낸 시집으로는 《하늘편지》(2007 문화체육관광부 추천도서) 《하늘 사닥다리》 《가족사진》등이 있다.

• 김정원: 1962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 《애지》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5・18광주민중항쟁 소재 글쓰기 공모 대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문예공모 우수상, 수주문학상 공모 우수상, 시흥문학상 공모 장려상을 수상했다. 펴낸 시집으로는 《줄탁》 《거룩한 바보》 《환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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