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송출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고용허가제가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바뀔 움직임이 있어 관련 단체들이 이를 시정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 정부종합청사에서 개최된 "고용허가제 사후관리 대행기관 선정 밀실야합 규탄" 기자회견 -ⓒ 장익성

9월25일(월)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는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와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등 1백여 명이, “이주 노동자 인권을 이권 단체에 넘기는 밀실 행정을 정부가 하고 있다”며 정부의 즉각 적인 논의 중지와 “이권단체와 분리된 공공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요구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사무국장 우삼열 목사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십여 차례에 걸쳐 정부가 이권단체에 인권을 넘겨주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 목사는 “관계자들을 통해 인권단체가 알게 된 것은 지난 8월이며 특히 송출비리의 주역이었던 중소기업중앙회 관리 하에 다시금 산업연수생 제도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5년 7월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2007년 1월1일부터 산업연수제를 폐지하고 외국인력정책을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기로 확정 발표했다. 하지만 곧이어 2005년 10월 13일 국무조정실 주재 하에 관계부처회의를 열어 제도 일원화 이후 대행기관의 운영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즉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비롯한 대항기관들이 해외 현지 선발에서 국내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정부 부처를 대신해 이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행기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등이 산업연수생제도 당시 외국인 송출과 관련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고 지적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중앙회(중기업)를 비롯한 대행기관들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를 저질러 수차례 언론에 오르내렸다.

특히, 중기업은 고위간부의 뇌물 수수혐의 뿐 아니라 99년부터 의도적으로 외국인 연수생 귀국자 수를 조작해 수백 억 원의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보도(2001년 8월29일 동아일보 3면에 보도)되는 등 10여 차례 이상 언론과 국정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정부의 밀실야합은 송출 브로커와 정부가 다시 손잡자는 이야기”라며 “제목은 고용허가제 지만 내용은 결국 산업기술연수제도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라고 항의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모 정당에서 2년 후까지 내용은 중기업 대행 체제인 산업연수체제로 가다가 이후 정권 교체 후 산업연수제도로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외국 노동자에 대한 이권교육이나 기본권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외국인 근로자 인권에 관한 사안은 국가 공공성에 대한 문제임으로 중기업과 같은 이권단체의 개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단체들의 요구사항이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익성 기자  mocacoff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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