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신앙은 유일신 사상이다. 유일신의 신앙은 모든 다른 신들의 존재와 종교들과 사상체계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리기에 배타주의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유일신 사상은 과연 기독교의 배타주의를 부추기고 현실 기독교 교회의 배타주의에 원류를 제공하고 있는가? 특히 성소수자차별금지의 쟁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미연관성을 띠고 있는가?

성서에 나타난 유일신 신앙

유일신 신앙을 표방하는 성경구절은 신명기 6장 4절이다. 한글역본들은 이 구절을 각기 다르게 번역한다. 한글 옛번역본은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라고 옮겼지만 최근의 개정본들은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라고 “하나” 내지는 “한 분”이란 번역어를 선호하여 개정하고 있다. 새번역은 각주를 달아서 “주 우리의 하나님, 주님은 한 분이시다” 또는 “주 우리의 하나님은 한 주님이시다” 또는 “주님은 우리의 하나님이시다. 오직 주님만이”라고 다양한 가능성도 열어 주고 있다.

LXX에는 κύριος εἷς ἐστιν(퀴리오스 헤이스 에스틴)이라고 옮겼고, VUL는 Dominus unus est(도미누스 우누스 에스트)라고 옮겼다. 히브리어 본문은 יְהוָה אֶחָד<야훼 엑하드>이다. 히브리어 אֶחָד<엑하드>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어서 성서에도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여럿 중 하나의 개체나 단위를 가리키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창1:5; 2:11; 10:25). 넓은 바다의 물이 한 장소로 모여들었다고 표현할 때 지정된 한 곳을 가리킨다(창1:9). 한 나무에 수많은 가지들이 있는데 야훼께서 아끼시는 가지는 이스라엘이라는 가지밖에 없다고 표현할 때 여러 개의 개체들 중에 하나를 가리키기도 한다(창2:21). 서로 다른 둘이 한 개체로 통합되거나 동질적인 개체로 변화되어 품게 되는 동질성이나 동격성을 가리키기도 한다(창2:24; 3:22; 11:6).

수학으로 보면, אֶחָד<엑하드>는 기수 1(一, 壹)을 가리키며(창8:5, 13), 서수로는אַחַת <악하트>로 변용되어 ‘첫째/첫번째/제일’이란 뜻이 된다(창4:19). 단수명사 אֶחָד<엑하드>를 복수형으로 사용하여 אֲחָדִים<악하딤>이란 형태도 보이는데 ‘하나들/일들’이란 복수개념에서 모든 개체가 동일한 성격을 지녔다는 관념을 전달한다(창11:1). 이처럼 ‘하나/일’이란 <엑하드>에 다양한 개념이 내포되어 있기에 유일신 사상의 본질을 논하기란 쉽지가 않다.

신존재를 논하는 종교철학에서는 유일신(monotheism)과 관련하여 다양한 용어를 사용한다. 그 범주에 단일신론(honotheism), 단신숭배론(monolatrism), 범신론(pantheism), 범재신론(panentheism), 다신론(polytheism), 무신론(atheism) 등 여러 가지 용어들이 있다. 종교철학의 논의로는 성서의 야훼신론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독교와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성경이 가르치는 유일신 사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정작 성경에는 ‘유일신’이라든가 ‘다신교’나 ‘무신론’ 같은 용어들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삼위일체’란 용어도 성경에 없다. 이들 용어들은 후대의 산물이다. BC 14세기 이집트에 파라오 아크나톤, 곧 아멘호테프 4세가 최초의 유일신 신앙을 천명했다고 크게 주목해왔다. 하지만 아크나톤조차 유일신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다.

수학자들이 1을 해석하는 어떠한 수이론으로서도 야훼 하나님의 유일성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종자의 장미꽃 송이를 한 다발로 묶어서 하나로 만들었을 때와 같이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개념으로도 유일신을 그려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성서가 성서 자체로 하여금 해석하게 하라”는 칼빈의 명제를 늘 명심해야 한다. 지금부터 신명기 6:4이 선언하는 <야훼 엑하드>라는 어구의 진의를 성서 자체 안에서 캐내 보기로 하자.

성서의 역사비평학은 유일신 이해의 새 지평을 열어준다. 고대 종교는 고대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절대군주는 자신을 유일신의 현신으로 제시함으로써 제국의 통치권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성서의 저자와 독자는 제국이나 도시국가의 절대군주 내지는 권력자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국의 노예제 체제에서 고생했던 노예노동자들이 성서의 저자이며 독자였고 그 노예들이 선포하는 삶의 선언이 유일신 선언이었다. 이들의 사상은 신명기사가의 역사서와 역대기사가의 역사서로 저술되었다.

신명기 6장 4절의 “야훼는 하나”라는 יְהוָ֛ה אֶחָ֖ד<야훼 엑하드>는 오경에 단 한 차례만 언급된다. 뿐만 아니라 오경 바깥에서도 오로지 스가랴 14장 9절에 딱 한 번 더 언급된다. 오경에서 유일신 선언은 신명기 6:4의 직접적인 문맥에 속하는 신명기 5:7-11과 그 평행구인 십계명 출애굽기 20:3-7에 나오며 이들은 전후 문단들에서 우상숭배 금령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출애굽기 20:22-26에서 제국의 우상숭배를 부정하며 유일신 야훼의 제단과 제의를 규정한다. 그러나 금신과 은신을 만들지 말라는 금령을 아론과 백성이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섬김으로써 어기고 야훼를 노하게 한다(출32:1~6; 34:17). 지구랏이나 피라미드 같은 우상을 섬기는 거대한 제국신전이 아니라 광야에 세우는 작은 성막 또는 회막이 야훼의 신전이다. 세속의 제국과는 완전히 다른 사상과 법률이 레위기 전체에 걸쳐서 선포되었다. 폭력을 기반으로 세운 모든 체제는 우상숭배이며, 모든 폭력을 배제하고 공동체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살리는 대안이 유일신 사상이다.

유일신 사상은 포로기 후기에 저술된 이사야서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개 부정문으로 표현된다. 야훼께서 선언하시기를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은 없다”라고 하신다(사44:6). 야훼 말고는 어떠한 구원자도 없다(사43:11). 초점은 “구원자”<모쉬아 מוֹשִׁיעַ>에게 맞추어져 있다. <모쉬아>는 <여슈아>와 같은 말이며 <여슈아>는 여호수아와 예수님의 이름이기도 하다. 야훼는 구원자인 동시에 창조주이다(사44:24; 45:18). “나 외에는 신이 없다”<오드 줄라티 에인 엘로힘 עוֹד זוּלָתִי אֵין אֱלֹהִים>라는 선언(사45:5-6)은 세상의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illusion)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부정사 <에인 אֵין>은 영어의 no, never, not, nothing, 등 무(無, nothing)의 개념을 전달한다. “다른 신들”은 제국의 지배자들이 신봉하며 제국의 폭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전들에 봉안되어 있다. 그러나 야훼는 이집트제국에서 압제받는 히브리 노예들의 신이며 노예들을 해방시켜 구원하는 신으로서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신이시다(출20:2-3).

신인식론과 신존재론과 영성론에서 접근한 유일신 사상은 자이나교나 리그베다나 아베스타, 등 위대한 사상서들에서 유사한 평행사상들을 찾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성서의 유일신 사상과 같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신을 논한 통찰은 없다.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창조하고 양육하고 옹호하며 모든 억눌린 생명을 자유롭게 놓아주어 저마다 복되게 살도록 해방시키는 구원자로서의 야훼! 종래에는 이와 같은 신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언어를 기록하는 모든 문자는 지식인과 권력자와 종교인의 손에 잡혀 있었고 사회에서 소외된 노예 같은 자들은 자기를 표현할 문자를 알지 못했다.

유일신 신앙의 사회적 의미

유대인 디아스포라 노예공동체는 히브리어 문자를 배우고 깨우침으로 비로소 자기 표현의 도구를 손에 넣게 되었다. 오래 동안 지배자의 손에 맡겨 두었던 역사의 서술과 해석을 비로소 피지배자의 눈으로 역사 현장에 제시할 수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유일신 야훼의 선언으로 등장하였으니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중이 일구어낸 쾌거 중의 쾌거였다.

민중이 역사를 스스로 기록하고 민중이 그 역사서의 독자가 되었다. 토라로써 보편주의의 사랑을 창조하신 야훼 하나님을 만나고 깨우친 민중의 함성이 비로소 역사서로 엮이어 출판되었다. 이 역사서를 모든 민중이 공유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곧 성서인 것이다.

노예를 해방하시는 신이신 까닭에 야훼는 “정의”로운 구원자이시다(사45:21). 인권을 유린당하고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인권을 보장해주고 자유를 주시는 신이 야훼이시다. 부자와 권력자를 낮추시는 심판의 신이시며, 빈민과 소외된 자들을 드높이고 중심에 세우시는 평등의 신이신 야훼 하나님은 고대노예제사회와 중세농노제사회와 자본주의체제 하에서는 어디에서도 도무지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이시며 현대에도 교회들이 알지 못하는 숨어 계신 하나님이시다(사45:15). 그러나 야훼 하나님은 땅 끝까지 흩어져 있는 고난의 백성들을 끌어 모아 구원의 공동체를 이루신다(사45:22; 46:9).

▲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포스터 ⓒGetty Image

신약성서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유일신 신앙을 어떠한 바리새파의 해석 보다 더 정확하게 그레코-로만 세계에 선포하고 있다. 신6:4은 신약성서 복음서에서 단 한 번 인용되는데 예수께서 율법의 대강을 요약한 첫 구절에 나온다(막12:29). 바울 사도는 구약성경의 유일신 사상을 차별 없는 복음으로서 자기 시대를 향해서 선포했다. 차별 없는 복음은 노예나 자유인, 여자나 남자, 유대인이나 헬라인, 무할례자나 할례자가 다 차별이 없다는 선언이며(골3:11), 이 배경에는 유일신 신앙이 깔려 있다. 유일신 신앙은 신약성서에서 삼위일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차별 없는 복음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신명기가 선포하는 차별 없는 재판은 정의를 이루는 기준이 되었는데(신1:17),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사도회의도 모든 교회 안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선언했다(행15:9). 사도회의의 원칙에 충실하게도 바울 사도는 가는 곳마다 차별 없는 복음을 설교하였다(롬3:2; 10:12). 이 점은 야고보 사도에게도 마찬가지로 복음의 본질에 해당하는 주제였다(약2:1, 4, 9). 신약성서가 올바르게 해석해 주는 유일신 사상은 신존재의 인식론이 아니라 차별 없는 복음의 사회역사적 언어로 제시되었다. 곧 차별을 배타하는 것이 유일신 신앙의 사회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전쟁과 인종차별과 성차별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집단적 폭력을 배타하는 것이 유일신 신앙의 본질이 된다. 성경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서구와 한국의 교회의 일각에서 성소수자의 차별금지법을 결사 반대하는 캠페인은 성서적 근거를 획득할 수 없다. 로마서 1장에도 모든 죄인의 명단에 “남색하는 자”가 차별 없이 포함되어 있다. 롬3:10에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니 나병환자 같이 소외된 사회적 소수자나 장애인이나 창기나 세리 같은 사회적 소외자들이 모두 의인이 없는 사회 속에서 차별 없는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다. 오늘날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성소수자들만을 죄인으로 몰아 부치는 행태는 복음이 아님이 명백하다. 성다수자나 성소수자나 다같이 유일신 야훼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아야 할 죄인이 아닌가?

이영재 목사(전주화평교회)  rheeyjae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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