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여민회 김숙경 총무

지난 몇개월간 각종 집회와 모임에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여성이 눈에 띈다. 항상 웃는 그녀는 조용히 있지만 화사하게 모든 사람의 눈에 띄었다. 낯선 여성의 등장에 에큐메니칼 단체 실무자들 조차 그가 누군지 궁금증을 가졌다. 최근 그의 발품은 결실을 맺고 있는듯 하다. 이제 어느 자리건 그가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되었고, 동시에 그가 속한 단체 역시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보인다.

발품의 주인공은 기독여민회(이하 기여민) 김숙경 총무. 지난 5월 취임한 김 총무는 상당기간 활동이 중지되었던 기여민의 재기를 알리는 일과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기여민의 축하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력이 없다. 그런 그가 말한다. "기여민이 이제 스무살이 되었어요. 10대의 방황을 끝내고 이제 성숙해질 나이가 된거죠."

김 총무는 기여민의 고민거리가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예수-여성-민중', 기여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 세가지 주제가 현실에서는 조화보다는 편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에만 치중할 경우 '기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고, 반대로 교회 내 신앙운동에만 집중한다면 교회의 공식적인 평신도 조직과 굳이 구분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목회자는 '모셔야 한다'고 배워와서 지금도 목회자들에게는 최대한 배려하게 된다는 김 총무는 현재 일산에서 어린이도서관으로 유명한 동녘교회(담임 변경수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포항의 침례교회에서 독실한 신앙생활을 했지만 대학 시절 교회를 떠났던 김 총무는 이 교회에서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김 총무는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로 시민사회운동과 연을 맺은 이후, 고양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실, 민주노동당 고양시협의회 정책위원장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스무살의 성숙한 기여민을 세우겠다는 김 총무의 의욕은 앞의 다양한 경험들에 의해 뒷받침 되는듯 하다.

27일(금) 오후 4시에 열리는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김숙경 총무를 직접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자기 소개를 해달라
성신여대 법대 85학번이다. 지금은 아이 둘하고 같이 살고 있다. 결혼하기 전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로 일했다. 결혼 후에는 가정에만 있다가 2003년 고양시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활동과 조직 홍보 지역자치 등의 활동을 했고, 민노당 고양시지역협의회 정책부장으로 일했다. 기여민은 2006는 5월1일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  주로 교회 밖에서 일해오셨는데 기여민에 오시게된 동기는.
공채를 통해 기여민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포항에서 침례교를 다녔고, 중고등학교에는 교회가 모든 것인 것처럼 열심히 다녔다. 고3때부터 성경에 대한 의문이 생겨서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회 전도사님은 대답보다는 "너같은 아이가 다시 돌아오면 더 신실해지더라"는 한마디만 하더라. 결국 대학에서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납득할만한 대답도 주지 못했던 교회는 멀리하게 되었다. 기여민에 올 때에도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기여민의 기독성은 보수적인 기독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왔다. 여성과 민중은 살아가면서 화두로 가지고 있고, 그를 위해 여기로 오게 되었다.

▲ 기여민의 현재 회원 규모는
현재 130-150명 가량의 개인회원이 있다. 지역조직은 아직 따로 없고 위원회 활동 중심인데, 현재 일부 위원회를 제외하면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 기여민은 최근 침체기를 겪었다. 20주년이 기여민의 전환점이 될까.
정체성에 대해 회원과 실무자 모두가 고민 중이다. 예수와 여성, 민중을 함께 가지고 가야 할 것이다. 이 셋을 분리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셋을 함께 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과 운동은 계속 논의를 해야하는 것이고 논의 중이다. 20주년이 끝나고 나면 지역조직을 활성화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제 활발히 도약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영성에 대한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는데, 기여민만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운동 방식을 찾아내려고 한다. 회원들 대부분이 현장을 가진 활동가들이므로 회원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20주년을 계기로 힘을 내려고 한다. 20주년 주제가 "발로 쓰는 생명의 역사 기독여민회 20년"이다. 독수리가 피곤치 않고 날개 친다는 성서말씀처럼 다시 발로 써가는 새로운 역사 만들어 갈 것이다.

▲ 기여민의 고민이 무엇인가
앞서 말한대로 정체성의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또 하나의 고민은 새로운 젊은이들이 재충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다른 단체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기독교 부문이 시민사회에서 소위 찬밥신세가 된 것도 우리가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 20주년 행사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여민의 20년 활동을 예수-여성-민중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새로운 도전과 전망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여민 20년사를 책으로 담았다. 지난 20년간 활동해 온 것을 신학적으로 재해석 하는 작업으로 이은선 박경림 최영실 김은혜 교수 등 여성신학자들이 참여했다.

▲ 20주년 기념행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당연히 예배를 드린다. 기념예배에서는 여느예배와 다른 공동설교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운동은 자매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정신에서 20주년을 상징하는 20명이 설교를 한다. 20장의 역사적 사진과 함께. 그리고 축하문화행사는 태동기 아동기 청소년기 스무살로 넘어가는 컨셉으로 준비되고 있다. 성숙한 기여민의 내일을 보여줄 것이다.

▲ 평신도로서 기독교운동에서 활동하면서 겪는 애로는
기독교운동이 목회자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평신도이기 때문에 느끼는 특별한 애로는 없다. 물론 평신도로서 제약도 있고,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교계에서 평신도에게는 특별한 기대감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다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지를 수' 있다.

▲ 그래도 목회자와의 관계에서 힘든 점이 있을텐데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목사님을 항상 모셔야한다고 배우고 알아왔다. 그래서 목사님들과 활동할 때 조금 힘들다. 맞춰줘야한다는 무의식 때문에. 그러나 목사님들이 먼저 요구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굴레를 못벗어나는 것이다.

▲  기여민 총무로서 사회와 교회 어느 곳에 중점을 둘 것인가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 기여민이 사회문제로만 가면 기여민의 정체성이 없다. 또 교회에만 치중해도 마찬가지이다. 두 가지를 잘 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을 할 때도 두 가지가 적절히 배려되어야 한다. 지금 회원들은 사회개혁 쪽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개혁을 하게 되는 동인은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혁 기자  omyst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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