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는 게 생활이 된 편이다. 그래서 언제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편에 속한다. 독서의 장르는 정해 놓지 않는 편이다. 역사, 종교, 심리학, 경제, 기행문, 시집, 평전, 수필 등등. 테마도 정해 놓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 나오는 지은이 소개, 책 소개, 인물 소개 등을 체크 해놓았다가 거래 서점(인터넷 서점)의 보관함에 보관해 둔 후 한꺼번에 신청하곤 한다. 어떤 때는 한꺼번에 30만원어치(물론 단행본만) 이상을 구매한 적도 있다.

책은 나를 만들어온 참된 스승이자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의 모태신앙인에다가 보수적인 신학교를 나온 내가 이 만큼 이단자(?)가 된 것은 다 독서 덕분이라 하겠다. 독서 덕분에 나의 생각은 몇 번이고 껍질을 벗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음이 올 때 느끼는 희열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때가 사실 나에겐 제일 행복하다.

▲ 더아모의집이 있는 마을엔 큰 냇가가 있다. 우리는 거기를 강이라고 부르며 종종 산책을 하곤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한 나로서는 독서가 나로 하여금 경험을 하게하여 지평을 넓혀주는 손쉬운 길이었으리라. 지금도 여전히 가난한 형편과 책임져야할 가족 등이 있어 세계여행을 꿈도 못 꾸거니와 국내 여행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위로 받는 것은 임마누엘 칸트를 보면서 이기도 하다.

칸트는 자기가 다녔던 산책로와 집과 주변만을 평생 왔다 갔다 했지만, 그의 사상은 세상을 꿰뚫기에 충분했다는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자위의 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를 돌아보고 싶지만 안 그래도 좋다. 다 돌아봐야만 세상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서적만 뒤적거릴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인격과 식견의 용량은 항상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것이리라. 소위 말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 특정 종교인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많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래서 편견, 선입견, 독선, 아집 등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매우 곤란해 하는 것이다.

특히 남들을 가르치거나 인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가르치기 위해 독서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 독서하거나, 업무의 필요에 따라 독서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다 보면 책 안에 담겨져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는 보지 못하고 빙산의 일각을 붙들고 마치 다 알아버린 양 떠들 때가 있는 것이다.

나는 독서를 할 때 밑줄 치는 것을 좋아한다. 괜찮은 말들은 해당 페이지에다가 볼펜으로 한 번 더 따라 쓰기도 한다. 그래야 다음에 볼 때 한 번 더 눈이 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버스 간에서 본 책에 밑줄 친 구절을 한 번 읊으면서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그 구절이 지금 내가 말했던 주제와 통하는 듯 하여서이다.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양성을 불편해 합니다.(야누슈 코르착, 폴란드의 교육자· 철학자·의사·아동인권옹호가)”

송상호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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