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의 글을 에큐메니안에 올려 주신점 에 대해서 감사드린다. 그런데 에큐메니안이 포용성에 먼저 감사를 해야 할 사람은 정강길 씨 자신이 아닐까 한다.

자칭 진보기독교인이라는 사람 손으로 예수의 허구성을 소개하는 글이 버젓이 기사에 올라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기독교인의 글이 올라오는 것도 놀랄 만한 것도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정강길 씨는 그 점에 몹시 불만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선 글에서 반기독교인들에게도 다양한 부류가 있다는 말을 했는데 정강길 씨는 이것을 일축해 버린다. 아나키스트, 패미니스트 같은 하위분류가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기독교박멸’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 ‘안티기독교는 기독교의 가치를 모조리 부정하는 사람들임을 본인 스스로 시인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그것을 시인 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예수를 부정한다’고 했을 뿐 ‘기독교 가치를 모조리 부정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사실 일반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부정하는 것’ = ‘기독교 가치를 부정하는 것’ 이므로 차이가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강길 씨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대안기독교에게는 그것이 동일하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수의 허구성을 주장하면서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렇다.

정강길 씨가 주장하는 대안기독교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그의 입장에서는 ‘예수를 부정하는 것’과 ‘기독교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의 글을 의도를 갖고 곡해하여 ‘기독교 가치를 모조리 부정하는 안티’임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인데, 예수의 허구성을 받아들인다는 진보기독교인이, 반론 제기에서는 정통 기독교 입장으로 순식간에 변신한 것이다.

기독교인들과 논쟁을 하면서 이런 일을 종종 경험 하는데, 보수기독교가 순식간에 진보기독교로 돌변하여 공격하는 일을 여러 번 당해 봤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역사문제로 논쟁을 하던 중에, 보수기독교인이 가나안 정복설의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며 안티들의 무지함을 비웃었던 일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문제는 그가 제시한 가나안 정복설 등이 안티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급진주장이라는 점이다. 더욱 아이러니 한 부분은 그것을 제시한 사람은 성경은 일점일획 오류가 없다며 반기독교인과 강하게 맞섰던 보수기독교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다. 역시 구약의 역사는 허구였다. 좋은 자료 제공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그때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지금 진보기독교인에게서도 경험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예수의 허구성을 입에 담던 진보기독교인이 순식간에 보수로 변신해서 공격한다.

나는 예수를 부정하는 반기독교인 이라고 말했다. 나의 발언이 일반 기독교인들에게는 기독교의 가치를 모조리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정강길 씨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정강길 씨에게는 예수를 부정하는 것이 곧 기독교의 가치를 모조리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강길 씨에게 당부 드리자면 상대방을 짓밟기 위해 순식간에 변신하는 행태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습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의 허구성을 입에 담으면서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그럴 수 있는 기독교인도 있다. 영지주의자라면 말이다.

그러나 정강길 씨는 영지주의자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말하는 대안기독교가 무엇인지 나는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지도 않다.

예수마저도 허구 속에 던져 버렸지만 기독교 가치만큼은 버리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가 최후까지 남겨둔 기독교의 가치란 과연 무엇인가?

사랑? 지상천국? 만약 이런 것을 신봉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주장 한다면, 대한민국 전 국민을 가리켜 기독교인 이라고 우겨도 좋을 것이다.

정강길 씨가 품은 큰 뜻을 알아보지 못하는 나를 보고 그분께서는 비웃으며 자신이 품고 있는 가치를 이야기 하실지 모르겠다.

아마도 전부 다 좋은 내용들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기독교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다. 억지로 연관 지으려 한다면 이 세상사람 전부 기독교인이라고 우겨도 될지 의문이다.

앞서 글을 올렸던 이유는 책을 소개하는 정강길 씨 기사 논조가 뒤틀려 질대로 뒤틀려 졌기 때문이다. 반기독교인은 예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라며 비판하는 기사가 기독교 사이트에 올라온다 해도 그다지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예수의 허구성을 주장하는 책을 기독교 사이트에 소개하면서 반기독교를 조롱했다는 점이다. 보수·진보·안티기독교인들에게 그 책을 권하면서 안티들에게 더 공부하고 오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린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에 반기독교인들은 오래전부터 연구를 진행해 왔으므로 정강길 씨 주장은 사실왜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반기독교인의 자료가 외국 전문 학자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 점을 분명하게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예수신화를 더 공부하라고 했던 정강길 씨 자신이야말로 이 분야에 대해 무슨 연구를 했는지 의문이다.

아둔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 50점을 받은 학생이, 빈둥빈둥 놀면서 수학 0점을 받은 학생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충고를 들은 기분이다.

정강길 씨는 반기독교인의 예수신화연구가 티모시프리크의 <예수는 신화다>에서 비롯되었으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 알고 있거나 또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 책이 출판되기 훨씬 전, 반기련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단군상 파괴 사건으로 다음넷 클럽안티기독교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반기독교 운동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던 것은 10 여 년 전이다.

그때 모여든 안티들은 정말 맨주먹 이었다. 보수기독교에 대항하는 안티들도 ‘문자주의적’이라 비웃었는데, 당시 안티들은 ‘문자주의적’ 성경공격도 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맨주먹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외국의 반기독교인은 성경의 오류도 지적하는데, 그 수준도 못되는 한국의 반기독교인들은 외국을 좀 보고 배우라는 비아냥조 기사가 가톨릭 계열 언론에 실릴 정도였으니까.

당시 반기독교인에게 ‘성혈과 성배’와 ‘예수를 찾아서’라는 문서가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성혈과 성배’는 ‘다빈치코드’의 원류가 되는 책으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예수를 찾아서’는 예수신화에 대한 최초의 자료였다. 이것은 재미교포가 한국어로 작성된 문서였는데, 당시 그분은 외국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정보들을 모아놓았다. 그분의 충고에 따라 그 분야에 대한 자료수집이 시작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무렵에 예수신화 연구가 외국에서 본 궤도에 올랐던 시점이라는 것이다. 티모시프리크의 ‘예수는 신화다’는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런 토양 아래서 등장할 수밖에 없던 책이라 본다.

예수신화에 흥미를 느낀 반기독교인은 ‘예수를 찾아서’를 발전시키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반기독교인의 예수신화연구 뿌리가 되었다. 티모시프리크의 ‘예수는 신화다’는 그보다 훨씬 늦게 등장했다.

영지주의와 가현설 같은 것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공개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들을 모르는 것은 별 문제될 게 없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정강길 씨 특유의 독단과 독선인가?

정강길 씨는 안티기독교인들에게 인정받아야 학문적 성과가 되냐고 하소연 하고 있지만, 우린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 한국의 진보 기독교인들이 예수신화 연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기독교의 중요한 가치를 박살내는 연구를 기독교인들이 하지 않는다고 뭐라 탓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핵심은 그 연구조차 아예 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왜 반기독교 탓을 하냐는 것이다.

연구 실적이 전무한 사람들이 반기독교를 조롱한다는 것이 내 글의 핵심인데, 정강길 씨는 ‘물타기’ 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는 책을 학술서라고 여기는가? 물론 오강남 교수님의 그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자면 그 책은 학술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강길 씨의 대부분 글 역시 기독교 비판 또는 진보기독교에 대한 담론일 뿐, 학술서나 연구물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정강길 씨는 나에게 고등비평에 대한 자료가 안티들에게 존재한다면 가져와 보라고 우기고 있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예수를 날려 버리는 자료를 기독교 사이트에 연재하라는 말인가? 그것이 받아들여질까?

물론 정강길 씨 책 소개가 에큐메니안에 버젓이 올라오는 상황을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엄청 욕을 먹겠지만)

문제는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성경은 일점일획 오류도 없다는 보수 기독교가 아니라, 예수의 허구성마저도 입에 담는 사이라는 점이다. 싸움이 되겠는가? 기껏해야 “이것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식의 꼬투리 잡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것이야 말로 생떼가 아닐까?

정말로 원한다면 아둔하고 미련한 실력이지만 연재할 의사도 있다. 그것이 받아들여질지 의문이지만. 하지만 나 혼자 연재하는 것 보다 문제를 먼저 제기한 정강길 씨도 함께 연재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반기독교의 부족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은 얼마나 대한한 정보를 획득했는지 몸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가능성은 희박 하지만 기대된다. 나야 원래부터 욕을 먹겠지만 정강길 씨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정강길 씨가 꿈꾸는 대안 기독교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나는 류상태 씨를 통해 대안기독교의 가능성을 보았다. 사자들과 어린양들이 뛰노는 비현실의 일들을 류상태 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기독교인과 기독교인들이 허울 없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모임도 한다. 그곳에 모인 반기독교인이 온건파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극렬안티들도 있다.

그러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극렬안티들 조차도 류상태 씨 말에 순종하며, 기독교인들을 대할 때 네티켓을 지킨다.

단순히 류상태 씨가 운영자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아예 그런 방향으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좋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상종못 할 반기독교인과 기독교인들이라는 점이다.

못 말리는 기독교 광신자가 나타나면 안티들과 기독교인들이 합심하고, 심지어 불교광신자가 나타나서 불교교리로 기독교를 비판하자 안티들에게 ‘개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물러나기도 한다.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성경구절을 제시하며 기독교를 비판하던 안티도 있었는데, 그 내용이 지나쳐서 오히려 여성과 장애인을 모독하는 지경에 이르자, 안티와 기독교인의 집중 비판을 받고 물러가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류상태 씨는 기독교에서 변절자라는 욕을 들었고, 반기독교인은 “그래봤자 저 사람은 목사가 아닌가?”하며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극렬안티들 조차 어느덧 적개심을 놓아 버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반기독교인과 기독교인들이 함께 뒹구는 대안기독교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류상태 씨를 만나면 만날수록 적개심이나 증오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 “요즘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반기독교인이다. 그렇다면 정강길 씨가 예수조차도 허구 속으로 던져놓고도 최후까지 움켜쥐고 있는 기독교 가치는 무엇인가? 사랑? 용서?

조롱과 비아냥이 가득 찬 정강길 씨를 보면 깊은 적개심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기독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적개심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의 허구성을 말하면서 반기독교를 조롱하는 것은 뒤틀려져도 너무 뒤틀려 졌다. 적개심 때문에 아무데나 대고 반기독교 탓하는 것은 이성을 상실한 것이다.

최신근  007@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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