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신학(3) : 여성, 경제, 생태계

Aruna Gnanadason
정연복 역(한국기독교 연구소 편집위원)

들어가는 말

정의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들은 너무 오랫동안 창조에 대한 관심을 우리가 우선적인 문제들이라고 여기는 것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에 인도에서는 환경운동과 여성운동이 창조에 대한 관심을 회복시켰는데, 이 창조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전체 역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창조의 회복을 위해 우리가 긴급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도의 산림들이 사라지고 있다(우리는 매년 130만 헥타르의 산림을 잃고 있다). 토양이 황폐화되고 있다. 물과 바람에 의한 침식이 엄청나다(인도 전체 땅의 56.6%가 침식의 피해를 입었다). 홍수와 가뭄이 해마다 심각한 손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하수 수위(水位)가 떨어지고 있다. 비료와 살충제는 물론 오염물질과 화학 폐기물 또한 우리 환경의 중심부를 좀먹고 있다.

비나 아가왈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몇 가지 핵심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 “과학적” 산림 관리. 식민지 시대 이대로 국가는 지역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적 권리를 박탈한 채 산림과 토지를 인수 및 관리해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산림 계획들은 돈벌이가 되는 종(種)들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경제 발전의 기반인 철도와 교량을 건설하고 배를 만들기 위해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베어왔고, 이로써 약간의 이익을 거두고 있기는 하다. 전통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여성들은 산림의 보호자들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산림을 통해 그들의 생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 사유화. 예전에는 지역 사람들이 토지의 한 구획씩을 맡아 잘 관리했다. 그들은 그 구획에 대해 공동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토지가 없는 이들을 위한 토지” 계획들이라고 명명한 일련의 계획은 사실 각 개인들에 의한 토지의 착취를 조장해왔다. 이 개인들의 대부분은 물론 남성이다.

* 지역 자원 관리의 부실. 자원의 사용을 위한 전통적인 제도적 관리가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예전에는 한 지역사회가 땅을 경작할 때 그 땅에 속한 자원의 사용과 자원의 관리에 대한 책임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자원의 사용은 지역사회의 통제를 받았고, 여성들 역시 자원을 사용할 권리가 있었다.

*인구 증가. 인구 증가가 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결코 주된 원인은 아니다. 환경 파괴와 연관된 가난은 점차적으로 광범위하면서도 유익한 반응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성들에게 주어진 낮은 지위와 인구 증가 및 환경 파괴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창조에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은 창조에 대한 인간 중심적 견해라고 여성들은 주장할 것이다.

*농업 기술과 생산 제도들. 이런 제도들을 선택하는 것은 지배적인 “과학적 농업”과 분리될 수 없다. 과학적 농업은 창조의 전체성을 무시한 채 땅을 마구 사용하는 데 기초한 발전 패러다임의 일부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종(種)들의 다양성, 자연 과정들, 그리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지속 가능한 상호작용의 형태들에 대한 토착민들의 지식을 고의적으로 평가절하하고 주변화하는 일이 벌어져왔다. 여성들의 지식과 창조성은 완전히 무시당해왔다.


나는 이 논문의 제목에 의도적으로 “경제”라는 단어를 포함시켰다. 그것은, 대부분의 제3세계에 서 그러하듯이, 인도의 여성들에게 있어서도 생태계와 환경 및 환경 자원들을 보호하는 것은 곧 생계와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인도의 대다수 여성은 가난하다. 그들은 인도의 농촌을 떠받치고 있는 생존경제(subsistence economy)의 중추다. 여성 생태학자인 밴다나 쉬바가 표현하는 대로, 인도의 많은 지역의 가난한 여성들은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기 위해 매일 일하는” 이들이다. 환경 파괴의 희생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여성들은 또한 “개발”에 의해 강요되는 땅과 땅의 자원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땅을 보호하는 운동들에도 적극적이다.

성인 여성들과 여자아이들은 환경 파괴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노동에 대한 성(性) 역할 분담으로 말미암아 땅의 자원들과 연관된 가장 힘든 종류의 일들, 즉 식량을 모으고 물을 길어 먼 곳까지 나르는 일 등은 여성의 몫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낭비적인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여성이 가족의 필요를 돌볼 것으로 기대하는데, 종종 이 힘든 일을 여성 혼자 떠맡아야 한다. 자원이 다 떨어지면, 여성들은 식량과 물과 생계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 아주 멀리까지 가야만 하기도 한다. 비나 아가왈은 또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언급한다: "다양한 지표들(사망률, 병원에 드나드는 통계, 인도 전체에 걸쳐 남성 100명 대 여성 93명에 달하는 성비율 따위)이 말해 주듯이, 농촌 가구들에서는 (식량과 의료를 포함하여) 생계에 필수적인 자원들의 분배에 있어서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다."

덧붙여 말해야 할 것은, 인도 여성들은 자원과 토지, 혹은 생산 기술에 접근할 통로가 차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남성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 그들은 체계적이고 숙련된 노동력이 결여된 값싼 산업예비군 정도로 간주된다. 인도 정부가 채택한 발전 형태에서는, 여성들은 주변부로 밀려난 채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투쟁해야만 하는 게 분명하다.

이런 사실은 전체적인 “발전”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여성운동의 주목을 끌어왔다. 그런 패러다임에서는 여성들과 그 밖의 종속적인 신분을 가진 불가촉 천민들(Dalits)이나 부족민들 중의 그 누구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해왔다. “발전”을 주로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모델은 지역의 여성을 포함하는 많은 주변화된 사람들, 그리고 전체 피조물에게 큰 손실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이런 손실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을 또렷한 어조로 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다시금 밴다나 쉬바의 말을 인용해 보자:

"우리는 발전을 하나의 가부장제적 프로젝트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발전은 서구 자본주의 가부장제 의 중심에서 출현했으며, 가정과 지역사회, 그리고 제3세계의 전체 사회구조들 속에서 그런 가부장제 적 구조들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노동의 구조들은 물론 지식의 구조들이 가부장제적 편견에 물들어 있다. 이 편견이 “발전” 활동의 모양을 형성하며, 거꾸로 “발전” 활동은 그 편견을 강화시켜준다. 자연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여성들의 지식과 노동은 주변화되거나 추방당한다. 대신 그 자리에 여성들의 지식과 활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자연과 사회 모두를 파편화시키는 사고와 행동 패턴들이 도입된다."

더욱이 우리는 정부와 발전을 추진하는 여러 정부 기관들이 “여성의 몫”이나 “발전 속의 여성”과 같은 표현들을 끌어들이면서 여성을 이런 지배적인 발전과정 속에 통합시키려 애쓰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실은 이런 지배적인 모델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여성의 “발전”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과정들에 좌절과 환멸을 느낀 나머지 인도의 많은 농촌 여성들은 그들 자신의 협동조합들을 만들어왔다. 이로써 그들은 발전의 주요 과정들에서 스스로 탈락하는 그들의 조직화된 힘을 신뢰하며, 그런 과정들을 조금이나마 연기시킬 수 있는 그들 나름의 소규모 비공식적 구조들을 설립하게 되는 것이다.


1. 새로운 경제 정책: 환경과 여성

최근 들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들에 따라 경제정책이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여성과 피조물 모두에 미치는 영향력을 논의하는 것은 인도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띤다. 사유화와 화폐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는 그런 정책 전환은 사람들과 땅의 자원들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가브리엘 디트리히는 이렇게 경고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태계에 대한 관심들은 자리를 박탈당하게 되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T)에 의해 윤곽이 잡힌 지적 소유권에 관한 규정들은 사람들의 대안적인 지식체계들을 난폭하게 무너뜨리거나 도용한다."

시장지향적(market-oriented) 산업경제는 점증적인 에너지 생산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보다 많은 댐과 핵에너지 계획들이 뒤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 것들이 환경과 사람들의 생명에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가는 최근 역사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성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로 인한 물과 식량의 부족에 대처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우타크핸드 지역에서 벌어지는 칩코운동(The Chipko Movement)은 주로 여성 부족민들이 중심을 이루는 투쟁인데, 이 투쟁 가운데서 지역 사람들은 나무를 청부업자들이 고용한 남성들의 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무에 꼭 들러붙었다. 아울러 그들은 산간 지역에서의 무차별 채굴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생태계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상징적인 목소리인 이 오랜 투쟁을 밴다나 쉬바는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칩코운동은 우타-프라데쉬(Uttar-Pradesh)의 산간 지역들 전체에 걸쳐서 상업적 산림 개발에 반대하는 여론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나무들의 무차별 벌목은 그곳 도처의 산들을 황폐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 이 지역들의 300명 이상의 주민이 산사태와 심각한 침식 토양의 위기에 직면했다.

산림 개발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그 운동은, 앞서 1965년에 알코올 중독에 반대하는 여론을 동원했었고 지금은 나무를 구하자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옮겨다니는 50살 먹은 히마 데비 같은 여성들에 의해 자극과 격려를 받았다. 그녀는 여러 시위들에서 여성의 입장을 대변했고, 지금은 산간 지역 전체를 경매에 붙이는 것에 항의하고 있다: “나의 누이들은 크하리프(kharif) 작물을 수확하느라 바쁘다. 그들은 키질을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다. 나는 그들의 메시지를 갖고 여러분들에게 왔다. 나무 베는 일을 중지하라.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 나무조차 없다. 새들이 떼를 지어 우리 농작물로 날아와 그것을 먹어 치운다. 우리는 뭘 먹으란 말인가? 장작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요리를 하란 말인가?”
애드와니의 바흐니 데비(Bachni Devi of Adwani)는 산림을 벌채해도 좋은 지역 계약권을 따낸 바로 자신의 남편에게 맞서는 저항을 이끌었다. 산림청 관리들이 달려와서 여성들과 칩코 운동가들을 두 눈을 부릅뜨고 협박을 했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이라고는 환한 대낮에 점화된 랜턴을 치켜들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여성들은 “우리는 당신네들에게 산림 관리라는 게 대체 뭔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 왔소”라고 대답했다. 관리들 중 하나가 “어리석은 여자들 같으니라구. 벌목을 방해하는 당신네들이 산림의 가치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 당신들은 산림이 뭘 가져다 주는지 알기나 해? 산림들은 이익과 송진과 재목을 가져다 준단 말이야”라고 야유했다. 그러자 여성들은 즉각 합창으로 응수했다:

산림은 뭘 가져다 줄까?
흙과 물, 또 맑은 공기를 가져다 주지.
흙과 물, 또 맑은 공기를 가져다 주지.
땅과 땅이 낳는 모든 것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지.

애드와니 지역의 비폭력 불복종운동(satyagraha)은 칩코운동에 새로운 방향을 가져다주었다. 그 운동 의 철학과 정치는 이제 여성들의 욕구와 인식을 반영하는 쪽으로 전개되었다. 여성 농민들이 공공연하게 나서서 한편으로는 환원주의자들의(reductionist) 상업적인 산림 정책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식론적, 경제적, 또 정치적으로 그런 정책의 노예가 된 지역 남성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창조에 맞서는 그 어떤 행위도 여성과 창조 사이의 영적인 유대를 얼마나 심각하게 깨뜨리는가를 예증하기 위해 나는 일부러 광범위하게 인용했다. 아리아인 이전의(pre-Aryan) 인도의 사고에서는 자연은 여성적 원리의 구현으로 상징화되었다. 역동적인 여성적 원리인 샤크티(shakti, 에너지, 힘)는 만물의 근원이며 본질이다. 프라크리티(prakriti, 자연)는 이 원초적 에너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브후데비(bhudevi, 여신인 땅)와 브후마타(bhumatha, 어머니 땅)와 같은 공통 개념들은 이 점을 강조한다.

산림 채굴에 맞선 투쟁의 여성 지도자인 이트와리 데비는 여성들이 자신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어떻게 자연에서 힘을 얻어왔는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우리의 힘은 자연의 힘이다. 우리의 샤크티는 프라크리티에서 온다. 개발 청부업자들에 맞서는 우리 의 힘은 이런 내적 근원에서 나오며, 또 돈과 근육의 힘이라는 거짓된 힘을 갖고 우리를 억누르고 못 살게 굴려고 애쓰는 그들로 말미암아 오히려 강화된다. 이 광산을 폐쇄하기 위한, 그리고 정부가 대표하는 권력에 도전하고 반대하기 위한 평화적인 저항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과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생명까지를 바쳐왔다. 우리를 범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우리의 일치를 강화시켜 주었을 따름이었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쇠몽둥이로 아이들을 내리쳤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샤크티를 파괴시키지는 못했다."


2. 깨어진 유대

그러나 이 고유한 유대는 깨어지고 모욕을 당해왔다. 본질에 있어서 매우 가부장제적인 인도 문화는 전통적으로 여성을 출산과 양육이라는 종속적인 역할에만 한정시켰다. 이것은 실제로 여성과 자연 모두를 학대하고 남용하는 데 기여했다. 인도인들의 가부장제 정신에서는 여성들은 새 생명을 낳고 기를 수 있으므로, 또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천연자원의 고갈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어온 자들이므로, 여성의 책임이란 자녀들을 돌보고 물길을 찾고 가정에서 필요한 연료를 충당하는 것이다. 이로써 여성들은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즉 여성들은 집안 일에만 충실하도록 길들여졌고, 자기네 가족의 불안정한 생계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또한 이것은 여성과 자연을 천하고 열등하고 명예스럽지 못한 것으로, 즉 제멋대로 사용하고 학대하고 내버려도 좋은 것으로 간주해도 된다는 근거를 제공해왔다. 인도의 종교들은 거짓 신성(神性)을 내세워 이런 학대를 합법화해왔다.


3. 상호의존에 대한 총체적 비전

여성주의적(feminist) 패러다임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비록 여성들이 환경 파괴의 특별한 희생자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성들은 환경운동에 참여함에 있어서 자신들을 단지 희생자로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명을 이해하고, 신학을 하고, 또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갈등과 분열과 이원론을 해결하는 총체적이며 새로운 창조적 방법에 대해 말한다. 땅을 구하려는 투쟁들에 참여하고 있는 농촌과 여러 부족의 여성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통찰력에 따르면, 여성들은 힘든 살림살이 앞에서 수동적으로 체념하기는커녕 생명 유지를 위한 창조적인 행동들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생태-여성주의 비전에서는 만물에 깃들인 생명, 그리고 하나님이 베푸시는 모든 은총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것은 창조의 선물의 가치를 오직 시장에서의 사용가치라는 관점에서만 측정하는 발전에 대한 제한된 견해들에 도전한다. 우리가 마땅히 소중히 여겨야 하는 많은 환경자원들, 즉 우리가 호흡하는 맑은 공기,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나무나 산 등이 경제적 척도에서는 제외된다. 그런데도 관광산업에서처럼 그런 자원들을 착취하거나 파괴시키는 일, 또 그런 파괴를 복구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일에 “성장”과 “생산”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이 붙는다.

따라서 생태-여성주의자들의 신학적 비전에서는 창조, 곧 생물과 무생물 모두 안에 있는 하나님의 모든 선물이 신성하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것은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배척한다. 왜냐하면 그 세계관은 생명을 주는 어머니 땅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것을 뽑아가는 것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여기에 대한 성서적 인가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에게서 생명의 “작은 것들”에 대한 강한 긍정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의 가르침과 사역에서 이런 작은 것들, 가령 들의 백합 한 송이, 돌 하나, 겨자씨 한 알, 밀의 낟알들, 물고기와 떡 덩어리, 돼지들, 침과 진흙, 공중의 새들에게서 영감을 이끌어냈다. 자신의 일상생활에 충실한 여성들 또한 자신의 가족이나 지역사회의 성장과 건강을 향상시켜 줄 환경을 돌보고 가꾸면서 생명의 미세한 것들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해왔다.

생태-여성주의자들의 신학적 비전에서는 인간과 자연 사이처럼 여성과 자연 사이의 연관을 또한 강조한다. 이것은 서구의 가부장제 신학에 깊이 침투되어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마음-몸, 정신-육체, 문화-자연, 남자-여자의 이원론들, 그리고 “존재의 사슬”(chain of being)과 “명령의 사슬”(chain of command)이라는 계급 구조적 이론들에 도전한다. 그러한 철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그리고 성(性)과 인종과 계급과 카스트 제도에 기초한 그 밖의 다른 형태의 지배를 정당화해왔다. 식민지 팽창, 이 세계를 “문명화”하려는 백인 남성들의 충동, 시장에 기초한 산업 발전이나 경제성장, 우리 사회에서의 주변화된 이들의 노동력 착취, 여성을 상대로 하는 조잡한 형태의 폭력과 불의, 이 모든 것이 그런 잘못된 철학의 결과물이다.

5천 년 전에 인도는 농업국가였다. 인간과 흙 사이에는 견고한 유대가 있었고, 그래서 땅은 인도인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었다. 아직까지도 인도는 농업국가다. 우리는 진보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땅에 대한 무분별한 침략 행위를 통해 생명의 기초를 파괴하려는 모든 시도들로부터 땅을 보호해야만 한다. 우리의 어머니인 땅이 자기를 지켜 달라고 우리에게 울부짖는다. 너무 늦기 전에, 교회와 생태계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이 여성의 목소리와 환경운동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글은 Aruna Gnanadason, Women, Economy and Ecology, in: Ecotheology: Voices from South and North, ed., Hallman, Orbis Books, Maryknoll, New York, 1994, pp.179-185의 完譯이다. 그녀는 정의, 평화, 창조에 관한 WCC Programme Unit에서 여성들을 위한 행정간사 역을 맡고 있다. 남인도 교회 소속인 그녀는 1982년 여성들을 위한 행정간사로서 인도 NCC에 가입하여 여성들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교회에서의 여성 평화운동을 이끌었고, 교회 여성들이 세속적인 여성운동들과 관련을 맺도록 도왔다. 현재는 제3세계 신학자 에큐메니컬 협회(EATWOT)의 여성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연복  pkom5452@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