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신학(4) : 생태-페미니즘과 신학

로즈마리 류터
정연복 역(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생태-페미니즘(eco-feminism)이란 무엇인가? 생태-페미니즘과 신학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나는 세 가지 주제를 논의함으로써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생태학적 위기, 페미니즘, 그리고 신학.

생태학적 위기는 상호 연관된 많은 위기들, 즉 대기오염과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기본적인 천연자원들의 고갈, 인구과잉 특히 소위 제3세계 내에서의 전 세계 인구의 반의 굶주림과 점증적인 가난 등을 가리킨다. 이런 현상들은 현대의 개발모델, 즉 자연을 착취하기만 할 뿐 자원들을 회복하거나 인간 상호간에 정의를 증진시키는 일에는 무관심한 모델이 안고 있는 위기의 요소들로 이해될 수 있다.

페미니즘은 공적인 삶에서 여성들을 주변화되어 마땅한 열등집단으로 정의하는 문화 및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이다. 여성해방 신학(feminist theology)은 전통 신학이 사회와 교회와 교회의 가르침들 안에서 이런 가부장적 형태들을 얼마나 강조하는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예를 들어 여자는 남자 다음에 창조되었다는 생각, 여자가 원죄를 범했기에 인간이 지상 낙원에서 추방되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생각 등이 바로 그렇다. 그러므로 여성은 그들의 본성상의 이유 때문에, 또한 이브가 지은 죄에 대한 형벌로서 남성에게 종속되어 당연하다는 것이다.

생태-페미니즘 신학은 여성해방 신학이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문화에 기초한 비판”과 대화하도록 이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서는 땅이나 자연이 하나의 여성 혹은 여성적 실재로 인식된다. 이로써 자연은 남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 본질상 아무런 정신이나 생명을 갖고 있지 못한 하나의 물질적 존재인 자연은 남성들에 의해 착취되어야 할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다. 생태학적 위기의 문화적 뿌리들은 여성과 자연 모두를 정신이 없는 실재로서, 그리고 지배적인 남성들에 의해 착취되어야 할 수단들로 간주하는 이런 공통된 인식에서 발견될 수 있다.

여성과 자연에 대한 이런 관점에는 희랍인들과 히브리인들의 세계관 모두가 반영되어 있다. 플라톤의 티메우스(Timaeus)에서 발견되는 우주 창조 이야기에 따르면, 태초에 두 가지 실재, 즉 관념(이데아) 혹은 지적 세계의 실재와 물질적 실재가 존재했다. 창조자는 관념들의 형태에 따라 물질을 만들었다. 맨 처음에, 창조자는 우주를 하나의 둥글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다양한 층을 이루는 계급구조적인 것으로 틀지었다. 우주 밖의 가장 높은 곳에는 지적인 관념들의 세계가 위치했다. 우주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항성(恒星)들의 영역이 위치했다. 이 별들 아래 일곱 개의 행성이 놓였는데, 이 행성들 중 맨 끝에 놓인 것이 달이었다. 달 밑에는 대기가 놓였고,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곳에는 땅이 놓여졌다. 달보다 위에 있는 지역들은 불멸하는 것으로, 그리고 달 아래 놓인 생명체들은 죽음을 면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나서, 창조자는 이 세계의 영혼을 창조하고 이 영혼을 우주 속으로 불어넣었다. 그러자 우주는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창조자는 그렇게 하고도 남은 이 세계의 영혼을 취하여 산산조각을 냈다. 그는 영혼이 관념들에 관한 진리를 배울 수 있도록 이 조각들을 별들 속에 집어넣었다. 창조자는 행성들을 주관하는 신들에게 인간들의 몸을 만들도록 명했다. 이들 몸 안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취한 영혼들이 땅 위에 놓여졌다. 각기 영혼은 육체의 열정들을 다스리라는 과업을 부여받았다. 이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룬 영혼은 자기 별로 되돌아가 거기에서 복된 생명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이 과업을 성취하지 못한 영혼은 사후에 한 여성이나 동물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우주적 계급구조와 성(性)의 계급구조, 이 둘의 관계에 대한 플라톤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신-물질 및 영혼-육체 사이의 계급구조와 남성-여성 및 인간-동물 사이의 계급구조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 플라톤과 그 밖의 희랍 철학자들에게 있어서, 여성은 물질 및 물질의 비이성적 열정들과 한 통속인 반면 남성은 이성 및 정신과 한 통속이다. 남성이 여성을 마땅히 지배해야 하는 것처럼, 이성은 육체를 지배해야만 한다.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은 이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대표하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다. 창세기의 창조설화에 따르면, 하나님은 태초의 혼돈의 상태에서 우주, 하늘, 그리고 땅을 창조했다. 이 혼돈을 표현하기 위해 “공허”, “흑암/어둠”, “깊음/심연”, “물”과 같은 몇몇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은 혼돈 밖에 존재하면서 이 혼돈에 형태를 부여한다. 하나님은 “활동원리”(active principle)이다. 혼돈은 하나님의 창조력을 받아들이는 그릇이다. 하나님의 영(靈, 기운)이 물 위를 휘돌았다.

하나님은 명령의 말씀을 통해 창조한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시자 빛이 있었다. 혼돈은 그 명령에 저항하지 않는다. 혼돈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명령 아래 있다. 하나님은 엿새에 걸쳐 이 세계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는 휴식을 취하셨다. 이로써 인류와 전체 피조물을 위한 하나의 규범을 세우셨다. 즉 우리는 엿새 동안은 힘써 일해야 하지만 안식일에는 일을 멈춘 채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 즉 창조의 여섯째 날에 지으신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땅을 다스릴 권한을, 곧 바다의 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의 짐승과 식물과 나무들을 다스릴 권한을 주셨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창 1:28)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피조계에 대한 인간의 주권을 강조하는 것을 “인간중심주의”라고 부른다. 이런 식의 태도에서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활동의 정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지구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단지 최근에 이르러서라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는 무려 50억 년을 존재해온 반면, 인간은 겨우 10만 년 동안만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겨우 지난 1만 년 동안에 걸쳐서야 우리 인간은 식물과 동물들을 길들여왔으며, 그리하여 이 지구상에서 지배적인 종(種)이 된 것이다.

창세기의 창조설화가 그 형태를 취한 것은 식물과 동물을 길들여 가는 그런 과정 속에서도 원시 단계에 속한다. 창세기 본문은 다른 피조물들과 이 땅의 모든 생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의 생태학적 위기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땅과 식물과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렇듯 지배적인 태도가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자연의 착취와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닌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다.

창세기의 설화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자연을 다스리는 역할을 인간에게 부여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모습”(창 1:27)은 이 역할과 관련하여 이해된다. 즉 인간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자연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창세기 1장은 남성이 여성을 다스릴 수 있는 이와 동일한 형태의 지배권을 남성에게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분명하다. 이와 반대로, 남성과 여성은 동시에 창조되었고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연을 다스림에 있어 하나님을 대표하는 과업을 동등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논리적으로 맞다.

본래의 창조에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혹은 다양한 계급과 인종으로 이루어진 인간 집단들 사이에 지배-종속의 관계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창세기 1장은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집단적인 하나님 형상, 곧 각 개인들 사이에 아무런 구별이 없이 모두 그 형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런 인간 개념은 인간 사이의 평등을 지향하는 현대의 운동들, 압제받는 인종이나 민족들의 인간적인 시민적 권리, 노예제도 페지와 여성해방을 편드는 운동들에서 하나의 핵심 개념이 되어왔다.

그러나 창세기 1장 27절에 대한 이런 해석은 최근의 사고의 산물이다. 히브리 문화에서는 그 본문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즉 히브리인들의 전통적인 사고에서는, 땅을 다스림에 있어서 하나님을 대신하는 일은 가족의 우두머리인 남성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창세기 2장에서 아담의 갈빗대로 이브를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레위기와 신명기에서 발견되는 이스라엘의 법률들에서는 노예들과 함께 여성들의 종속성 역시 이스라엘에서 늘 변함없는 것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난다. 그 당시의 다른 가부장제 사회들에서처럼, 이스라엘 남성들은 여성들과 노예들, 동물과 토지를 가족의 우두머리인 남성의 다스림을 받아 마땅한 사유재산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생태학적 위기에 대해 책임이 있는가?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들에서 여성과 자연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촉진시키는 명령(mandate)의 근원을 발견해야만 하는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적인 영성”(spirituality of mutuality)을 편듦에 있어서 성경의 종교를 거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이런 사악함들을 근거로 하여 성경의 종교를 비난하는 이러한 경향성이 생태-페미니즘 저작들에서 종종 발견된다.

내 견해로는 성경에 대한 이런 식의 비난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여성과 자연에 대한 이런 지배적인 태도들은 그 당시의 모든 가부장제 사회들 안에도 있었다. 이런 태도들은 이스라엘에만 특정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더욱이 히브리 문화를 포함하는 이런 전통 문화들은 땅에 대한 착취를 제한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땅을 돌보고 유지하는 규정들 또한 확고히 세웠다. 고대의 과학기술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대로의 땅에 대한 극단적인 남용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직 현대에 이르러서야, 산업주의와 식민지주의의 동시적인 등장과 더불어 우리는 땅과 다른 인종(민족)들을 착취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가능성, 즉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생존의 위기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목격해온 것이다. 동시에 과학 이데올로기는 전통 문화들의 한 부분이었던 땅에 대한 착취에 맞서는 고대의 규정들마저 제거해왔다. 이로써 오늘날 땅의 자원들에 대한 무제한적 착취를 생각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들이 오늘의 점증하는 위기에 어떤 근본 원인들을 제공해왔다고 우리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위기는 현대의 산업화와 식민지주의로 불꽃이 당겨졌고 날로 그 위기가 심화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산업화를 유지시키는 뿌리들, 히브리인들과 희랍인들의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를 포함하는 뿌리들과 함께, 산업화에 기초한 우리의 발전모델을 시급히 시정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성경의 문화에 깃들인 긍정적인 요소들, 새로운 생태-페미니즘 문화를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될 요소들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란 무엇인가? 성경의 전통들과 고전적인 기독교는 여성과 자연에 대한 착취를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태학적 가치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견해다. 나는 특히 두 가지, 즉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계약 개념,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우주 개념을 제시하고 싶다.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의 계약은 여성과 노예들을 포함하는 가족 구성원 전체를 포괄하고 있음을 우리는 성경에서 발견한다. 이 계약에는 자연과 동물, 식물과 땅도 포함된다. 이런 사람들이나 존재들을 사용함에 있어서 재산 소유자로서의 남성의 권리는 제약을 받는다. 게다가 매 안식일마다 모든 사람, 즉 노예들과 남성과 여성, 더 나아가 동물과 땅까지도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게 계약의 정신이다.

역사 속에서는 불의한 관계들이 발전한다는 인식이 성경의 법률들에도 또한 담겨 있다. 따라서 하나님은 이런 불의한 관계들을 주기적으로 해체시킬 것을, 그리고 인간과 동물과 땅 사이에 정의로운 관계들을 회복할 것을 요구하신다. 셩경의 이상은 땅의 자원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골고루 나눠지는 것이다. 주기적인 휴식과 땅의 회복이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일체의 관계를 바르게 하는 이런 과정은 “희년법”(레위기 25장)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매 50년마다 모든 노예들은 석방되어야 하고, 빼앗겼던 토지는 노예로 전락한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져야 하고, 동물과 땅은 넉넉한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인간들 상호간의,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모든 관계는 정의로운 균형으로 복귀해야 한다.

희년 개념은 나사렛 회당에서의 예수의 가르침들에도 반영되어 있다. 예수께서는 현재적인 구원의 날을 선포함에 있어서 예언자 이사야의 희년 개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누가 4:18-19; 이사야 61:1-2 참조).

다음으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우주라는 신약성서의 주제는 요한복음과 몇몇 바울서신들에서 발견된다. 요한복음 1장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 세계의 참된 시초로 계시한다. 세상은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그 말씀은 이 세상에 들어오신다. 이 세상을 회복시키고 또 인간을 생명의 시초인 그분의 말씀에 의해 유지되는,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참된 정체성에로 복귀시키기 위함이다.

골로새서에서 우리는 충만한 구원에 대한 하나의 환상을 발견한다. 이 환상에서는 우주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온전히 회복된다: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시며 만물에 앞서 태어나신 분이십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 곧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왕권과 주권과 권세와 세력의 여러 천신들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모두 그분을 통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그분을 통해서 그리고 그분을 위해서 창조되었습니다. 그분은 만물보다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속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완전한 본질을 그리스도에게 기꺼이 주시고 그리스도를 내세워 하늘과 땅의 만물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셨습니다. 곧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의 피로써 평화를 이룩하셨습니다”(1:15-20).

그리스도를 통해 정의가 회복되고 거룩하게 된 우주에 대한 이 환상들 속에는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영성을 위한 몇 가지 요소가 암시되어 있다. 생태학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의 상황에서 생태-페미니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이 새로운 영성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우리는 이 생태-페미니즘 문화를 위해 여성과 남성, 다양한 사회계급, 국제 무대의 여러 나라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새로운 관계, 즉 폭력이나 착취가 아니라 상호 지지와 생명의 관계들을 계획하고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복음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모든 변형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루도록 명하시는 구원,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는 데서 절정에 달하는 그 구원에로의 부르심의 일부다. 그러나 어쩌면 오늘날 성경의 이런 상징들만으로는 불충분할지 모른다. 다른 문화들, 특별히 토착민들의 옛 문화들을 존경하고 이 문화들로부터 배우는 일이 아울러 요구된다. 토착민들의 문화에는 인간과 식물과 동물과 영(靈)들 사이의 공동체에 대한 환상, 현대의 문화가 상실한 하나의 우주적 공동체에 대한 환상의 요소들이 종종 보존되어 있다.

생태학적 문화와 사회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는 지배와 착취의 관계들을 상호 지지의 관계들로 변형시켜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개념, 모든 차원에서의 하나님과 피조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상(像)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런 변형은 결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제 하나님은 더 이상 지배의 관계를 명하는 강제력으로 여겨질 수 없다. 하나님은 상호 지지의 힘, 상호성에 기초한 참된 생명의 근원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바로 이 하나님이 지구촌의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인간 상호간에 지지적 관계들을 구축하는 창조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상호 지지적 관계들 안에서 살도록 인간을 부르시는 참된 근원이요 기초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에만,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효과적으로 재건축할 수 있다.

* 이 글은 Rosemary Radford Ruether, Eco-feminism and Theology, in: Ecotheology: Voices from South and North, ed., David G. Hallman, Orbis Books, Maryknoll, New York, 1994, pp.199-204의 完譯이다. 류터는 개럿 신학교의 응용신학(Applied Theology) 교수이며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 대학원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National Catholic Reporter와 벨기에에서 발행되는 Wereldwijd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녀는 종교와 여성, 평화와 정의와 생태계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있다.

정연복  pkom54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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