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해 공식으로 불경기를 선언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하강국면이 지속하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혔다.

지난 목요일(3월 20일) 콘퍼런스보드는 “현재 추세로 보아 미국경기는 철저한 구조조정이나 관리체제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본질적인 위기가 지속될 것이다. 경기 후퇴를 선언하기에는 분명히 시기상조다. 그러나 그 조짐은 광범위하게 급속도로 감지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미국 노동성 보고서는 실업수당 신청자가 지난주 35만 6천 명에서 37만 8천 명으로 2만 2천 명이 증가했으며, 지난 1월 실직자 수가 2만 2천 명에서 2월에는 6만 3천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2003년 3·4분기 이후 첫 실업률 증가 곡선을 보여준다.

미국 증시 또한 다우존스 지수가 12,368로 268포인트 상승세를 보였으며 나스닥은 47.5포인트 오른 2,257로 마감했으나 증시는 불안한 장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또한 2008년도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07년 12월의 2.0퍼센트에서 1.4퍼센트로 하향 조정하였으며 전문가들의 진단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국의 1·4분기 GDP( Gross Domestic Product)를 0.1 퍼센트로 예측했으며 2·4분기의 GDP도 하향 예보했기 때문이다. 총체적으로 미국경제는 1·4분기와 2·4분기에도 침체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Jorgen Elmeskov도 이와 같은 견해를 피력했으며 불룸버그 통신은 JP 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부르스 캐스먼의 말을 인용하여 “미국의 경제는 경기 침체에 들어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유로 존(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 현재 15개국) 또한 미국발 경기 침체 영향권에 들어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는 좀 더 지속될 것이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음을 경제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고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유발된 주택가격의 하락, 고유가에 의해 난타당한데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 기업의 긴축재정과 지갑을 닫은 소비자에 의한 신용경색 또한 만만치 않은 기세로 위협하고 있다”

OECD는 유럽의 성장률은 1.5%를 가뿐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일본은 1.6%에서 1.5%로 0.1% 하향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목요일) 콘퍼런스보드 경기예고 지표는 5개월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국제경제 동향을 예고하도록 고안된 눈금은 지난달보다 슬럼프에 들어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보고서는 미국 연방 준비은행과 미국정부의 금리 인하와 재정투입 조치에 의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국제 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도 맞장구를 쳤다.

이쯤에서 1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최면을 걸지 않아도 서양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프랑스인 미셀 깡드쉬를 기억하는가? 국제통화기금의 총재 깡드쉬는 당시의 김영삼 대통령은 물론이려니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알아서 기었던 저승사자였다.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대통령의 모습은 현대판 삼전도의 굴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구조조정이란 이름의 "실직 폭탄"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꿈들은 지금 어디에서 자리 잡고 있을까?

꼭 10년이 흘렀다. 지금 미국의 경제위기를 대하는 세계화의 잣대는 부드럽고 정겹다. 이중 잣대여서 그렇지 모두에게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시장만능주의가 개점 휴업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그런 증거도 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화를 거부하고도 경제적 성공을 거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를 공개적으로 치하하였으니 하는 말이다.

2002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우리가 2008년 무엇을 어떻게 했던가. 경제라는 이름의 나팔소리에 따라 깨춤을 춘 건 아닐까. 환각파티에 다녀온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혹시 로또 증후군(Lotto Syndrome)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왜 우리에게는 노벨 평화상을 거절할 수 있는 레둑토가 없을까? 왜 우리에게는 세계화를 거부한 마하티르가 없을까?

3월이다. 자주의 기상, 만세 소리 드높던 그 3월이다. 제국주의와 결탁한 식민주의자들의 폭압에 맞서 일어섰던 3월에 “3.1 독립선언문”을 떠올린다.

“오등(吾 等 )은 자(滋)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지금도 선언문의 맥박은 펄펄 살아 고동치고 있다.

“아아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도다.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도다.”

과연, 힘의 시대는 갔는가? 혹시 도의의 시대를 보내버린 건 아닐까?

“아(我 ) 문화민족(文化民族)을 토매인우(土昧人遇)하야 한갓 정복자(征服者)의 쾌(快)를 탐(貪)할 뿐이요…….”

“오등(吾等)은 자(滋)에 분기(奮起)하도다. 양심(良心)이 아(我)와 동존(同存)하며 진리(眞理)가 아(我)와 병진(幷 進) 하는 도다.”

부끄럽다.

“위력(威力)이 아(我)와 동존(同存)하며 실리(實利)가 아(我)와 병진(幷 進)하도다.”로 바꿔 버린 독립선언문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다. 아니 부끄러워해야 한다.

문화민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야만을 깔고 앉아 선진을 노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도처에서 토매인우(土昧人遇) 별곡이 요란하다.

3월이 자기 전에 독립선언문을 함께 읽고 싶다. 분기(奮起)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승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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