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는 14일, 명동 청어람 3실에서 ‘교단총회,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ㅣ 김보람

“초기 개신교가 봉건질서를 개혁하고 새 가치관 형성에 일익을 담당하며 큰 호응과 지지를 얻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교회는 신뢰회복을 위해 교회구조 개혁과 함께 공공성 회복에 전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주한 한신대학교 교회사학과 연구교수는 14일, 명동 청어람 3실에서 ‘교단총회,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 개신교회 전개·분화 과정을 말하며 “분열주의 극복과 일치를 위해서는 에큐메니칼 운동 주제를 생명과 삶으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선교지역분할협정과 개신교 교파분열

김 교수는 “개신교 교파분열은 서구교회 교파유형 교회가 피선교지인 한국에 그대로 이식되었기 때문”이며 “특히 1892년 서울에서 미감리교와 북장로교 선교부가 협의한 ‘선교지역분할협정’은 한국교회에 교파유형교회를 고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선교지역분할협정은 다양한 교파가 지역을 나누어 선교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인구 5.000명 이상인 곳에서는 모든 교파가 포교활동을 할 수 있지만 5.000명 미만인 곳에서는 먼저 포교활동을 시작한 교파를 인정하고 다른 교파 선교사가 출입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한반도에 개신교 선교사가 들어온 것은 1884년이며, 미국 북장로교를 시작으로 감리교·남장로교·남감리교, 영국 성공회, 캐나다 장로교, 구세군 등 다양한 교파에서 20여 년 간 약 500여명이 활동했다.

김 교수는 선교지역분할협정이 “선교사끼리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실시하였지만 서구 교파유형의 교회 정착 배경이 되었고 이후 한국 개신교회 에큐메니칼 의식을 둔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지적했다.

“성령운동, 한국 기독교 교세확장 원동력”

김 교수는 개신교 125년 역사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며 “초창기 선교사들은 한국 개화·개혁에 공헌했고, 민족위기 상황에 대안으로 개신교가 등장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특히 1907년 성령운동은 교회 비정치와·내세주의신앙이란 비판에도 한국적 기독교를 뿌리내리고 교세를 확장시킨 원동력이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51년부터 90년대 초까지를 2~4단계로 나누며 분열의 시기(1951년 신사참배문제로 '고려파' 분열, 1953년 진보·보수대립으로 '기장' 분열, 1959년 박형룡 3.000만한 사건과 경기노회 총대사건으로 장로교 통합·합동 분열 등)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시기에 개신교가 항일운동의 보루였으며, 70년대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적극참여 했고 소외계층에 안식처 제공 등 역할을 감당하며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정체성 잃은 개신교, 생명과 삶의 문제가 해법”

그는 95년부터 지금까지를 5단계로 구분하며 “현재 개신교는 세속주의에 매몰되어 정체성을 잃어버린 위기의 시기”라 말했다.

그는 “교회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종교사유화와 성장위주 전도전략이 초래한 교회 간 과열경쟁, 목회자 자질부족 등이 그 이유일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에큐메니칼 운동 주제를 교회적이고 교리적인 차원에서 생명과 삶에 대한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경제 불의와 환경문제 등을 적극 수용하고 교회 간 상호소통과 연대로 분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생과 화합 길을 열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목사·장로 임기제, 교권주의 타파 출발점”

정진우 목사(서울제일교회, 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선교국장)도 발제에서 “교회 비민주화(형식적 대의제, 민주 의사 결정 왜곡 등), 정치화, 운영 비효율·비생산성 등”이 문제라며 “목사·장로 임기제, 확장된 형태 총회 개최, 개교회로 의식전환 등을 제안”했다.

정 목사는 “모든 교회 상층 구조에 ‘교권주의’가 있는데 이 교권주의를 민주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목사와 장로 ‘임기제’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최소영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실장은 교단 총회 여성의 낮은 참여율 극복을 위해서 다양성과 개방성, 지도력훈련과 지원 등 노력과 함께 “단순한 쿼터제를 넘어 적극 참여가 자연스러워지는 의식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구교형 성서한국 사무총장은 “한국교회 (대부분) 교단은 역사에서 대체로 사회현안에 대해 애써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지만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하였는데, 이는 거의 보수 태도 일색”이라 지적했다.

구 총장은 “과거 독재정부 시절 ‘정교분리’를 내세워 현실개입을 꺼리던 태도에서 최근 사회현안에 깊이 관여하게 된 근거와 동기를 분명히 하고, 과거 침묵에 대한 해명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구 총장은 이어 "한국교회와 교단은 교회 관심사와 이해를 넘어 사회 일반 공공성 요구와 필요에 응답하는 성격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감동주지 못한 개신교 촛불, 공신력 잃었다”

박득훈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앞서 인사말에서 “촛불 정국에 정의구현사제단이 참여하자 많은 국민이 기뻐하고 감동했지만 이어진 개신교 참여는 이 같은 감동을 주지 못했다”며 “개신교가 국민에게 공신력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개신교가 권위를 잃은 데에는 교권분열, 권력추구 등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토론회에서 ‘교단을 통해 교회가 아름다운 교회 모습을 되찾는’ 길을 모색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는 “뜻있는 기독단체와 성도들이 ‘총회가 건강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염원하며 결성한 연대단체”다. 김동환 장로(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남기업 박사(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교단총회 참관 ▲참관 평가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은 고상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이 사회를 맡아 김주한 교수·정진우 목사·최소영 실잘·구교형 총장 발제를 진행했으며, 기독인 30여명이 참석하여 토론을 이어갔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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