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총무 김은규)는 10일 용산참사 검찰 수사발표에 대한 논평을 내어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표하고, 검찰은 자신이 어떤 결과를 자초했는지 다시한번 돌아보고 정의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참사가 본질적으로 경찰의 과격한 공격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작전명령을 지시한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죄과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용산참사 검찰 수사발표에 대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성명서
“살려 달라고 부르짖어도 듣지 않으시고,
‘폭력이다!’ 하고 외쳐도 구해 주지 않으시니,
주님, 언제까지 그러실 겁니까?
어찌하여 나로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악을 그대로 보기만 하십니까?
약탈과 폭력이 제 앞에서 벌어지고,
다툼과 시비가 그칠 사이가 없습니다.
율법이 해이하고, 공의가 아주 시행되지 못합니다.
악인이 의인을 협박하니, 공의가 왜곡되고 말았습니다.” (구약성서 하박국서 1:2-4)
검찰은 진정 국민의 공권력임을 포기한 것인가?
2월 9일 검찰은 용산 철거민 망루에서 불타죽은 희생자들의 죽음의 책임을 희생자 자신에게 씌우고, 한명의 경찰의 죽음에 대한 책임도 그들에게 물어, 죽은 자 대신 살아남은 철거민들을 구속한다는 수사발표를 했다. 수십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십여일 넘게 수사했다는 결과를 접하면서 우리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어찌 이리도 어처구니 없는 수사발표를 믿으라고 하는 것인지 당황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런 황당한 수사발표를 과연 국민들에게 버젓이 공표하는 이들이 과연 이 나라의 검찰 조직이란 사실이 믿기 어렵고, 이 나라의 운명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경찰 공권력이 잘못된 지시를 받는 경우 처참한 희생을 초래하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보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공권력 차원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희망을 검찰의 수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을 일방적으로 비호하고, 정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렸다. 국가의 법과 질서를 지키고 집행하는 양대 공권력이 합작하여 가난하고 힘없는 철거민들을 감옥에 가두었으니, 이는 참으로 비통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사회적 약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 정부가 진정 정의를 세우려고 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폭력으로 다스릴 뿐 아니라, 힘있는 자들의 편을 드는 편파 수사는 오늘날의 검찰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쓴 것이 무슨 죄냐고 울부짖는 가난한 사람들의 호소가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들의 아픔에 무감각한 권력자들은 이 나라를 다스릴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믿는다.
이에, 우리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검찰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검찰은 수사발표에서 자신이 어떤 결과를 자초했는지를 다시한번 돌아보고 정의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강제철거를 당해 철거폭력배들에게 쫓겨 망루 꼭대기로 올라간 이들을 살인자로 규정한 것이다. 법질서의 최후 보루라 할 검찰의 법 정신과 수사 능력이 이런 상태라면 이 나라의 정의는 세워질 수 없다. 불타죽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살아남은 유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 경찰 공권력이 국민을 공격하고 급기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것은 비록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을지라도 그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징벌이 있어야 한다. 공권력이 저지른 짓이기에 그 죄과는 추상같아야 하며, 그러할 때 공권력의 신뢰는 회복되며 법과 질서는 보존된다. 공권력 집행에서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해 주기 바란다. 검찰은 정치권력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을 갖고 재수사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우리는 이번 용산의 무고한 희생자들은 경찰의 과격한 공격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작전명령을 지시한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죄과를 물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용산에서 불타 죽은 억울한 희생자들은 죽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았다. 살기위해 그곳에 올라갔다. 이들의 억울함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겸손하고 낮은 태도를 가지고 경제위기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참된 대통령으로 일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2009년 2월 10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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