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상황이었지만 민중신학 세미나의 참여도와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특히, 오늘부터 진행된 생명선교연대 현장 목회자들의 생생한 목회경험과 이를 토대로 민중신학적 주제를 가지고 발제가 진행되면서 참여자들은 보다 진지한 고민의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오늘 발제는 경기도 안양에 소재한 안민교회 담임목사인 정상시 목사(한신대 75학번, 안민희망사랑둥지 대표)의 "다시 민중교회를 말한다 - “교회개혁과 민중교회”라는 제목으로 교회론을 중심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정상시 목사는 “작금의 한국교회는 물질주의, 거대주의(giantism), 성공주의, 강자주의로 질주하고 있다. 물질화, 권력화가 제국화의 징조이다. 대형교회를 모두 제국형 교회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자기 신도의 이름도 성도 모르는 관계라면 이미 생명 공동체는 아닐 것이다.”라고 자신의 글 가운데 지적하면서, 요한복음 10:14-15을 예로 들었다. 즉, 교회는 권력지향이 아니라 ‘바닥’을 지향하는 섬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교회 공동체는 “민중성이 회복되고, 희년 공동체이며, 평화 공동체, 종말론적 희망공동체로서 피조물의 신음과 생명 공동체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 현대사는 민초들의 고난사로서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대안공동체로서의 민중의 희망이 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래도 교회가 희망’임을 강조하였다. 즉 ‘새로운 희망의 싹수로서 민중의 절망을 해소하고 위기 시대의 바다를 건너갈 대안(對岸) 공동체로서 교회의 희망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시 목사의 발제에 이어서 유미선, 이화랑의 논찬과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다. 논의는 ‘자본주의 체제안에서 민중들의 삶과 민중교회의 어려운 경제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제도교회와 민중교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민중신학과 민중교회의 상호적인 교류와 연대의 문제는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가?’ 등이 중점으로 다루어졌다.

배성진이 던진 “사회적 요구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정상시 목사(안민교회)는 “교회의 조직적인 틀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한세욱은 “민중교회는 민중신학을 담보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전성표 목사(이웃사랑교회)는 “민중교회와 민중신학은 ‘민중’이라는 성은 같지만 이론과 현장이라는 차이 때문에 배다른 자식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는 “민중신학과 민중교회는 이론과 현장(사건)이라는 다른 토대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것이 먼저라는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서 민중신학의 이론을 실천하고 민중교회의 사건을 체계화 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연식은 “민중신학이 지향하는 민중교회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할만한 연대적인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적 활동은 있는가?”라고 문제제기를 하였고, 이에 정상시 목사는 “공동체 연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해결점은 교회내의 구성원들이 나눔과 소통이 가능하고 연대가 가능한 범위내의 공동체가 된다면, 공동체가 가지는 힘이 생긴다. 그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류장현 교수(한신대 조직신학)는 교회개혁과 민중교회의 상관성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민중교회는 기존교회에 대한 대립이 아니며, 이미 정해진 틀(범주)로 정형화해서는 안 된다. 교회의 본질로써의 교회, 제자 공동체로써의 본래적인 형태가 민중교회다. 또한 민중교회 운동의 성격은 탈(脫)/향(向) 운동으로서 ‘탈’은 탈출공동체, 교회개혁운동, 새로운 교회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향’은 서남동의 말을 인용하여 ‘서구신학과 제도적 교회로부터 탈출하여 교회가 제도화되기 이전의 예수 공동체의 종말론적 본래성을 회복하는 공동체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교회는 서남동의 표현대로 ‘민중의 교회’이며, ‘제3의 교회’이다. 이러한 교회의 선교현장은 ‘고통당하는 민중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이고 ‘두 이야기가 합류하는 곳’이며, ‘성령이 활동하시는 곳’이고,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가 일어나는 곳이다. 민중교회는 건물이나 조직체가 아니라 역사적 해방사건 자체를 교회로 볼 수 있고, 교회의 본래성과 진정성을 찾으려는 운동으로 ‘무형(無形)의 성령의 교회’이다.”

이어지는 다음 세미나는 10월 8일(목) 오후 1:50-4:30까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수유리) 백석관 301호에서 진행된다. 주제는 “민중교회의 예전”이며, 김대영 목사(대동교회)의 발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편집 및 정리: 고수봉, 박혜진, 신동화

신동화 기자  yawhe522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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