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교마다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서, 그것을 위해서는 자기의 목숨까지도 바치기도 합니다. 기독교는 오래전부터 그 목적을 구원이라고 말합니다. 종교다원주의에 대하여 한동안 논쟁의 되었던 주제는 “불교에도 구원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서는 구원에 대해 단편적 모습들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합니다. 더 엄격한 사람들은 불교뿐만이 아니라 가톨릭까지도 우상숭배자들이기 때문에 구원이 없다고 합니다. 타종교를 포용하는 입장에서는 타종교인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면서 구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불교에는 구원이 없습니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해탈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에도 구원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물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그 물음을 계속 하는 것은 “기독교에도 해탈이 있느냐?”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구원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데, 그 구원에 대하여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는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무엇을 구원이라고 하느냐? 구원을 얻은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어떻게 하면 그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계속하면 복잡해진 머리를 잡고 모두가 도망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에서도 그 구원에 대하여 확실하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저기에 단편적으로 구원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도 그 구절들 중에 하나입니다.

내세의 천국과 구원을 연결시키는 것은 성서의 관심사가 아니다

구원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천국입니다. 오랫동안 일반적인 기독교에서는 구원과 내세(천국)가 밀접하게 연결되어서 이해되었습니다. 구원의 의미 중에서 처음으로 말해지는 것이 “영혼을 구원함 - 죄와 그 결과들로부터 해방되어 영원한 복락에 들어감”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구원 받았나요?” 하는 물음은 “당신은 죽게 되면, 천국에 가게 될 것을 믿습니까?” 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내세 중심적인 구원 이해는 기독교인들의 삶과 행위의 근본적인 동기를 제공합니다. 믿음, 주일성수, 예배나 기도, 헌금 등의 모든 행위의 중심에는 천국에 가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습니다. 주일성수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말인데, ‘주일에는 꼭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많이 들었던 예화는 그것을 천국과 연결시킵니다. ‘주일에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천국에 올라가는 사다리 중에서 가로대가 하나씩 빠지게 되어 많이 결석하면 천국에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헌금은 천국에서 자기가 거할 집을 짓는 데에 쓰이는 돈이라고 강조하면서 많은 액수의 돈을 바칠수록 천국에서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일반적으로 천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 이 세상에서의 삶을 다한 후에 가는 다음의 세상, 미래의 세계를 말합니다. 그래서 내세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말하면, 내세의 개념은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늦게 나타납니다. 내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B.C.E. 165년경에 쓰인 다니엘서의 마지막 장에 나타나고, 그 이전의 성서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모호하게 나타납니다. 구약에서 내세의 삶은 중심적인 화제가 아니었습니다.

성서는 현실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구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성서시대의 사람들이 하느님과 함께 한 삶은 내세에 대한 희망에 동기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구원에 관해 말하고 구원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러면 성서에서 단편적으로 나타나는 구원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것들을 살펴보는 것은 구원에 대하여 더 넓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구원이나 해방으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인 salvation은 ‘치료하기 위해 바르는 연고’를 뜻하는 salve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그러므로 구원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상처는 다양하고 깊습니다. 그 상처들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입힌 것도 있고, 우리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입힌 것도 있습니다. 그 상처들을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의 도움으로 치료하는 과정들이 성서에 반복됩니다.

구원은 하느님으로부터 오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구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하느님과 사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고, 하느님이 사람들의 문제에 개입하신 경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구원에 대한 확신은 내세에서의 영생을 억지로 믿으려는 것에서 보다는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방으로서의 구원은 성서 전체를 흐르는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출애굽 이야기는 권력에 얽매여 있으면서 종살이 하던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하느님과 해방을 위한 긴 여정을 걸어가는 히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우리를 불합리하게 속박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구원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공기만큼이나 가까이 있으며, 언제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바닷가로 밀려온 물이 다시 나가면서 뒤따라 들어오는 물과 부딪히면서 파도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집니다. 이 모든 속박 중에서 어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사람다운 삶을 방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활동의 대부분이 그를 만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속박으로부터 그들을 해방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 속박이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으로부터의 해방도 언제나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열고, 다른 생명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하느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구원은 언제나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해방 이외에도 구원에 대한 성서의 이미지는 다양하게 묘사되었습니다. 하느님을 떠나서 소외된 인간이 다시 (회개하고) 돌아가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화해로서의 구원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공포와 고독과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한 줄기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기쁨과 어우름과 생명을 누리는 깨달음으로서의 구원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인기를 모았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의 내용처럼 하느님의 사람을 경험하거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구원의 경험입니다.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고통 받고 있던 사람들이 자기가 땀 흘린 대가로 주어지는 먹을 것과 마실 것으로서의 구원이 있습니다. 광야에서 하늘의 만나를 먹고 바위에서 솟아나는 물을 마신 일이나 생명의 빵으로 오신 예수님이 밥상 공동체를 이루어 오천 명을 먹이신 일은 구원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걱정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먹고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향한 희망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 이 땅의 삶에서 하느님과 관계맺는 것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동에서 가장 일반적인 구원 이미지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꿈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하느님 나라는 사회적인 비전이자 현재적인 실재입니다. 사회적 비전으로서의 하느님 나라는 가난한 사람이 복을 받고 굶주린 사람이 배부르게 되는 함께 사는 길을 가리킵니다. 하느님 나라는 죽음 이후에나 가는 내세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땅에서의 삶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성서시대의 사람들이 경험한 구원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은 우리의 구원과 치유가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의 삶은 하느님의 구원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구원을 받았습니까?” 라는 물음이 “죽음 이후에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라는 물음으로 들릴 때에 우리는 대답하기를 머뭇거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원에 대한 확신을 말하라는 것은 강요입니다. 대신에 지금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경험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일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을 주라고 고백하고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님을 믿는 일은 구원을 얻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 구원이 이 세상에서의 삶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성서 속에 나타난 구원은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그 열매는 함께 아파함입니다.

하느님과의 이러한 관계,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모든 것은 바로 기독교인의 삶의 목적입니다. 복음은 우리의 치유와 온전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이 관계, 우리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우리를 변화시키고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의 삶을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으로 만드는 이 관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 복음을 받아들여서 구원을 얻는 것은 하느님의 통치를 위해 하느님과 함께 행동하는 과정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구원은 그것이 목적(--로부터의 구원)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향한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만들어갈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 완전히 실천되고 실현되는 구원의 세계를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라고 불렀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바로 예수님이 시작한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나가도록 부름 받은 존재입니다. 예수님의 부름에 응답한 우리의 구원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한,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구원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다른 인간,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구체적인 삶이 참된 생명을 얻은 자의 삶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다른 생명들과 함께 하느님을 경험하는 것

하느님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 공동체적인 예배와 나눔으로 마음을 열고, 기도와 명상으로 함께 아파하는 훈련을 하고, 하느님의 꿈을 나의 꿈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을 다음 세상에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다른 생명들과 함께 경험하는 삶은 하느님의 꿈인 그의 나라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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