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조현오 경찰청장의 첫 임무입니까?" 인간띠 잇기 행사를 막아선 경찰들을 향해 단호하게 외치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에큐메니안 전동균

 잔뜩 구겨진 서울 하늘처럼, 세종로 사거리 동아일보 빌딩 앞에는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난 군중과 짜증섞인 표정의 경찰들이 뒤섞인 이곳에서, 서로 반대입장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사정을 서로 이해해 달라고 애원하는 듯 했다.

 

경찰들의 저지선이 생기기 전 보신각에 모여있던 시민들. 많은 시민들은 동아일보 빌딩 앞에서 경찰들에 의해 고립당해 문화제에 참가하지 못했다.@에큐메니안 전동균

 

개신교 대표로 기도문을 낭독하는 윤인중 목사(생명평화기독교연대)@에큐메니안 전동균

11일 오후 7시, 큰 울림을 상징하는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4대종단과 야당, 진보단체, 각계인사등으로 구성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정부의 환경파괴 사업추진을 꼬집는 문화제를 열었다.

행사의 시작은 4대 종단 지도자들의 기도였다. 환경파괴 정책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자 모인이들의 기도가 각자가 믿는 신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함으로 문화제는 시작되었다. 개신교 대표로 기도를 맡은 윤인중 목사(생명평화기독교연대)는 "계절도 변해 지금은 가을이 되었는데, 정권은 민심의 흐름과는 상관 없이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생명의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이제 행동으로 함께 하는 종교인들이 모두 될 수 있기를"기원했다.

이어진 예술인들의 퍼포먼스보다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낸 공연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충남 홍성군) 학생들의 합창이었다. 누가봐도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은 노래를 시작하기 앞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84명인데,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저희는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당연히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친구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더군요.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그리고 정부에게 "지금 흐르는 강들은 기성세대의 것만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강을 개발하려면 우리에게도 허락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일침을 가했다. 앳되지만 분명하고도 설득력 있는 발언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저희 학교는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는,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학교입니다"  많은 시민들을 공감시킨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 학생들.@에큐메니안 전동균

 앞서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범대위는 "4대강 삽질 중단"을 외치며 거리로 달려나왔다. 동아일보 빌딩 앞에서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통해 광화문 광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와중에 경찰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 "한쪽은 4대강 반대"를, 다른 한쪽은 "불법집회 자진해산"을 외치며, 서로 어긋난 대화를 이어갔다. 문화제가 열리던 시간에도 보신각으로 향하는 길은 경찰에게 원천 봉쇄되어 문화제에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간띠 잇기 행사를 저지하던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 집회와 상관없이 길을 지나다 이에 휘말린 시민들도 있었다.@에큐메니안 전동균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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