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7시30분, 향린교회 3층 예배당에서 "공부, 지성이 자라나는 뿌듯함"이라는 제목으로 '제 9기 평신도아카데미'의 4번째 강연이  열렸다.@에큐메니안 전동균

"교육은 절망이지만 배움은 희망입니다"

건물은 낡았지만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16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을지로 2가에 있는 '향린교회'에서 '평신도아카데미 9기'의 4회차 강연이 있었다. 이번 강연은 현 자본주의 사회와 교육의 관계를 진단하고 자본의 요구가 아닌 온전한 인간의 길을 가게 하는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강사로 나선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는 자본주의에 끌려가는 교육의 사례로 현 우리나라의 교육실태를 주된 실례로 들어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제학력평가(PISA) 통계치에서 핀란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공부하는 시간은 핀란드에 비해 2배 이상이다. 공부시간 대비 효율이 최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를, 왜 배우는지도 모르는 '주입식 교육방식'과 오로지 점수로만 평가하는 '의미 없는 경쟁구도'로 제시했다. 특히, 경쟁과 관련해서 기업 '소니(SONY)'의 실례를 소개하며, "내부에 필요 없는 경쟁을 시켰던 소니는 그로 인해 오히려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되었다. 경쟁을 열심히 시킨다고 경쟁력이 커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수요자인 청소년들이 어떤 삶의 자리에서 무엇에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 '노동시장'과 '소비시장'이라 설명했다. 즉, "모든 교육과 배움의 목적은 '노동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거기에서 번 돈으로 '소비시장'에서 원 없이 소비하는 것에 있다"며 그 다음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또래집단', 그 다음은 '학교', 그리고 '가정'이 가장 영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이런 구도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행복할 수 없다"며 OECD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도가 최저를 기록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런 점에서 "과거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오히려 지금의 아이들보다 훨씬 건강하게 교육받고 자랐다"며 자료사진들과 함께, 획일화 되고 근 시야적인 세상에 살아야만 하는 현재의 아이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노하우에만 집중하지 말고, 교육을 왜 하는지 얼마만큼 해야하는지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강연 중인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에큐메니안 전동균

김 교수는 대안적인 측면에서, "학교가 모든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아이들이 질 높은 수준의 배움에 도전하게 하고, 교실에서의 배움을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하는 공동체적인 실천으로 재구성하며, 학교를 교사들이 공동으로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 개혁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내용인 '대상세계'와의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수행되는 다른 학습자의 인식이나 교사의 인식과 만나고 대화해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자기 자신과도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이런 방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저래가지고 대학가겠어?"라고 자문하고, 시흥시 장곡중학교의 실례를 들어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자답했다.

김 교수는 "자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본에 끌려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배우고 가르치는 노하우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말고, 왜 배우는지, 그리고 왜 가르치는지, 얼마 만큼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학부모와 아이들의 관계에서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고민한다면 현재 절망의 교육이 희망의 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를 경청한 한 청년은 강의 후의 소감에 대해 "내가 보낸 청소년의 시기가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끌려갔던 것이었음에 놀랐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런 내용들을 참고해서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로서 강연에 참석했던 한 주부는 "들을 때는 공감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저런 점들을 고려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강의는 열린 강의로서, '기독인연대(대표 김동한, 김종원, 최영숙)'가 주관했다. 9회차를 마감한 '평신도아카데미'는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변혁의 몫을 담당할 주체로서의 '평신도'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년 다른 주제로 열리고 있다.

전통적인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단 하나의 유일한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신도아카데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이제는 평신도들이 목회자를 거치지 않고도 전문적인 신학의 분야와 다양한 분야들을 배우고, 동시에 가르치고 서로 토론하여 주체성을 키우는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평신도아카데미'가 훗날 평신도 운동을 이끈  마중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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