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2일 강정포구에서의 정의구현사제단 평화미사 l 사진제공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참여불교와 해방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제게 어떤 이가 조심스레 말합니다. “참여, 해방 같은 사회적 차원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종교의 초월적 차원을 잃어 버리게 될 겁니다.” 그이처럼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초월적 종교가 사회현실에 너무 깊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어 말합니다. 물론, 종교가 추구하는 초월은 사회적 윤리를 포함하면서도 윤리와 등치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종교의 사회참여에 대한 염려나 부정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묻게 됩니다. 초월이란 무엇이고, 왜 그것이 필요한가?

초월은 인간의 이성과 경험 너머, 모든 인간적 개념과 언어가 끊어져버린 곳에 있는 신비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 초월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말로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물음에 답하는 순간 틀린 답이 되고 맙니다. 인간의 유한한 언어로 답해질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초월적이지 않으니까요. 초월을 직접 체험한 이들이 그 체험을 언어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구태여 언어를 사용한다면 “초월이 아닌 것”을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초월은 정말 초월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초월의 ‘열매’를  직접 보고 맛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먼 신비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일상적 삶의 자리 한 가운데서요. 초월의 열매를 한마디로 쉽게 이야기하면 “경계를 넘어 하나 되는 것”입니다. 좁고 이기적인 자아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생명있는 존재와 하나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불자들은 그런 초월의 체험을 ‘연기’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신비적 합일’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무아적 연기이든 인격적 합일이든 초월의 열매는 ‘자기 중심적 삶’을 그만 두고 ‘관계 중심적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존재와 하나 되는 초월의 길은 한편으로는 무척 위험한 길입니다. 다른 존재를 배제하고 해침으로써 지탱되는 맘몬의 지배질서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살리려 애쓰고 있는 이들은 초월의 아름다움과 위험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럼비 바위를 죽이려는 탐욕과 폭력의 세력에 저항하며 35일 넘게 옥중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양윤모 선생이 말합니다. “이 바위가 상처를 입으면 나도 상처를 입고, 이 바위가 죽으면 나도 죽습니다.” 은유적 수사가 아닙니다. 강정마을의 생명지킴이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이정훈 목사와 김정욱 신부가 해군이 쳐 놓은 울타리를 넘어갔다는 이유로 체포, 구속되었습니다. 그 사건은 한편으로는 반생명 정권에 분노하고 절망하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을 갖게 해 줍니다. 경계를 넘어 뭇생명과 하나 되려는 그들의 저항과 고난이 종교의 진정한 ‘초월성’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강정의 생명지킴이들이 넘고 있는 건 단지 실정법과 제도의 벽이 아닙니다. 그들은 종교와 사회의 벽을, 종교들 사이의 울타리를, 그리고 종(種)의 경계까지도 넘고 있습니다. 그들의 아름답고 위험한 초월이 구럼비 바위를, 종교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구원할 겁니다.

(표지사진 : 제주도 주최 국제사진공모전 은상 수상작 '강정마을' 정우철 감독 작품)

정경일 편집위원  jungkyeong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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