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쿰

마가복음 5:38-43

정진우 목사

성경을 조금 읽어본 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겠습니다만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 마가복음 5장은 조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복잡한 것을 참 싫어해서 가능하면 이 말씀은 전하지 않으려고 미루어 두었습니다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 말씀에 사로잡히고 말았으니 피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5장의 마지막 부분인 38절부터 읽었습니다만 이야기의 시작은 훨씬 앞쪽 21절에서 시작합니다. 회당장 야이로라는 분이 예수께 달려와서 자신의 딸이 다 죽어 가는데 와서 좀 손을 얹어 살려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게 사실 보통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직까지는 저만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이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하여튼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건이고 이야기인지 그 사건을 목도한 사람들의 반응에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42절에 이 사건을 목도한 사람들의 반응을 뭐라고 하고 있습니까? “크게 놀랐다.” 우리 말 성경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만 정말 이 말이야 말로 오역 중에 대단히 큰 오역입니다. 이런 것을 가지고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하는 데 여기서 크게 놀랐다 하는 헬라어 원문은 엑스타시스라는 말입니다 엑스타시스 그건 놀랐다는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황홀경에 빠져 들었다는 말입니다.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이야기!

이 썩을 몸이, 이 한심한 인생이 이 절망과 죽음의 행진에 갇혀 있는 이 역사가 새 희망을 찾는 이야기라는 말입니다. 하여튼 각설하고!

여러분 회당장이 무엇하는 사람입니까? 요즘말로 하면 무엇입니까? 목사요 성직자입니다. 유대교 목사가 회당장 아닙니까?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야이로라는 이름의 뜻입니다. 그 뜻은 ‘그가 살리리라’ 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야이로라는 이름을 굳이 우리말로 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살림이 정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돕는 사람을 도우미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가 살리리라 하는 이 회당장의 이름은 한국말로 번역하면 살림이정도가 될 것이겠지요. 그런데 살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당장의 딸이 병들어 죽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님께 달려왔다. 여러분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게 무슨 그냥 병 고치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얼마 전 황수관이라는 분이 평균 나이보다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사람들이 그의 이른 죽음에서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그가 늘 건강을 대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이론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놀라움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살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대 회당장 딸이 죽어가고 있다. 그가 예수를 찾아 왔다. 이건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이건 여느 아버지가 딸을 고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가 예수님이 무슨 병이든지 척척 고치고 죽은 이들도 다 살려내는 초능력을 지닌 분쯤으로 이해하라고 성경책에 적혀 있다고 생각하면, 예수님이 정말 위대한 분이고 전지전능하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해입니다. 성경은 그런 나이브하고 한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책이 아닙니다. 성경을 그렇게만 읽으면 정말 성경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놓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야기 인즉 이런 것이죠.

유대교의 시대는 갔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이름으로 아무리 거찰하게 떠들어도 그건 다 거짓말이다. 그런 말아닙니까? 이런 이야기에서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하면, 기존의 종교 사상 이념 성명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움트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하면 그래서 늘 같은 이야기나 하고 오늘의 자기 삶을 흔들어 깨우지 못하면 성경을 서점에 가서 제돈 주고 사보는 것이야 말릴 수 없지만 그게 다 미망이고 헛것을 보고 사는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요즘 종교가 얼마나 많습니까? 여기저기서 다 구원을 말하고 극락과 천국을 말하지만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용산에서도 죽고 천안함에서도 죽고, 쌍용차에서도 죽고 여기저기서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시대도 그랬다는 것입니다. 종교가 없어서가 아니지요. 구원과 믿음을 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지요. 그런데 다 종교도 있고 교리도 있고 경전도 있고 성당과 교회와 절간도 없는 곳이 없지만 그런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지 못하니 이게 문제가 아닙니까?

죽음의 문화를 어떻게 생명의 문화로 바꿀 것인가? 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게 바로 새 시대의 숙제 새해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새해가 진정으로 새해가 되려면 그런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죽임에서 살림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말입니다. 아직도 교회가 적고 교인이 적고 목사가 적고 장로가 적고 집사가 적고 성직자가 적고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하느냐고 이 성경은 우리에게 묻고 있지 않습니까?

보세요! 진짜 생명을 살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생명사건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40절에 뭐라고 되어 있습니까? ‘다 내 보내고’, 본문이 너무 길어서 우리가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오늘 본문 바로 앞에는 37절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말고는 아무도 따라오는 것을 허락지 않으셨다.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 그런 말입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진짜 죽음의 행진을 막고 싶다면 제대로 믿으라는 것입니다. 거죽만 믿지 말고 속 믿음이 영근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전 뜰만 밟지 말고 입술로만 예수 찾지 말고 나더러 주여 주여만 하지 말고 예수 진짜 믿는 사람! 그 사람이 되는 길로 가라는 것이지요. 세상에 구호로서의 믿음 참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참 믿음의 일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그런 비판이 이 속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하여튼 그런데 회당장의 부탁을 받고 그의 딸을 고치러 가는데 중간에 그만 사건이 생기고 맙니다. 회당장 입장에서는 일각이 여삼추 아니겠습니까? 급해 죽겠는데 그만, 한 여자가 예수의 발길을 잡습니다. 그 사건이 저 유명한 혈루병 앓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왜 마가복음 5장에서는 야이로의 딸을 고치러 가는데 중간에 혈루병 앓은 여인을 고치는 이야기가 끼어들었을까? 이것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소위 성경학자들이 샌드위치 구조라고 일찍이 명명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만 오늘은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는 없고 다만 그런 이야기가 끼어들었다는 것만 확인해둡시다. 훗날을 기약하면서..

그렇게 한 혈루병 여인을 고치느라 예수 일행의 발길이 지체되는 동안 아이가 그만 죽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 현장에 도착할 쯤 이미 그때는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우리가 읽은 본문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첫 반응이 참 이상합니다. 아이가 죽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어떻겠습니까? 12살 소녀가 죽었다. 억울한 죽음입니다. 안타가운 죽음입니다. 울고불고 난리가 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어찌하여 떠들고 울고 있느냐? 여러분 이게 말입니까? 짜장면입니까? 어찌해서 떠들고 울고 있느냐니? 아무리 예수님이라도 좀 지나치신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진단은 달랐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죽지 않고 자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두 눈 뻔히 뜨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예수를 비웃습니다. 저 미친 사람 아냐? 그렇게 손가락질 했다는 이야기지요. 죽었는가, 자고 있는가?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느 편입니까? 여러분은 이 소녀가 죽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자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 가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 소녀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녀는 그저 한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눈을 크게 떠서 보면 죽음과 잠 사이에서 해매는 모든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너와 나의 이야기!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수님 당시 유대교라고 하는 낡은 종교 이데올로기에 빠져 죽음과 잠 사이를 헤매고 있는 유대민중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당시 유대는 로마의 식민지였고 많은 뜻있는 사람들은 이제 역사는 죽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 끝났다. 이제 역사의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로마는 전 세계를 호령하고 유대인들은 지리멸렬하고.

사실은 이 이야기에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경험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마가복음서가 쓰여 지던 주후 70년 소위 마지막 독립운동이라고 하는 유대전쟁의 처절한 패배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수백 년 식민지를 견디다 못해 마지막 힘을 모아 유대인들은 로마에 저항하는 큰 독립전쟁을 일으켰습니다만 처절하게 패배하고 맙니다. 패배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돌 위에 돌 하나 남기지 않았다고 할 만큼 하나님의 도성 예루살렘은 초토화 되었고 그와 함께 모든 역사의 희망은 송두리째 날아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슨 희망이 남아 있는가? 그런 절망의 한 가운데 오늘 성경 기자인 마가는 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 절망의 시간 절망의 한복판에 예수를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도 살아가면서 비슷한 절망을 느낄 때가 있지 않습니까? 다 끝났다. 더 이상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요즘도 여기저기서 그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절망의 군상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일수록 절망의 몸짓이 커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는 바로 그 절망의 한복판으로 뚜벅뚜벅 걸어 오셔서 아이는 죽지 않았다고 그저 잠들고 있다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저 잠들고 있다 그리고 그는 손을 잡으시고 달리다 쿰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 예수님이 취한 행동 두 가지가 다 의미심장합니다. 하나는 손을 잡는 것입니다. 원래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에게 처음 가서 아이의 병을 고쳐달라고 할 때 손을 얹어 안수기도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안수기도 대신 그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안수기도와 손을 잡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 것입니다. 안수 기도는 일방적으로 능력자가 무능력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안수기도 대신 그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이것은 일방적 시혜와 배품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입니다.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입니다. 손을 잡는 것 그것은 너를 대상화하지 않고 함께 하자는 격려입니다. 아이 안의 능력을 깨우는 즐탁동기, 병아리가 알을 깨는 순간 어미닭이 부리로 껍질을 깨는 그런 순간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는 능력자고 우리는 무능력자라는 이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예수님이 다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그런 비주체적 신앙으로는 절망의 시대를 이길 수 없다!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여 생명의 나라를 세울 수 없다! 그런 엄중한 선언 그게 바로 손을 잡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예수의 말씀 달리다 쿰! 왜 이 대목에서 갑자가 예수님은 헬라어로 진행되던 사건을 중단하고 아람어로 말을 바꾸시는 것입니까? 그냥 소녀여 일어나라고 하시면 되지 왜 굳이 말을 바꾸어서 달리다 쿰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이점이 바로 이 소녀가 단순히 한 소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전쟁에서 패배하고 절망속의 유대민중을 의미한다는 것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말입니다. 로마인들이 알아들 수 없는 자신들만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인 것입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요. 모두가 끝났다고 말하는 절망의 순간에도 절망할 수 없는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남았다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소리치는 것이지요.

이후에도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왜 아이는 굳이 열두 살 이어야 했을까? 예수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우리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졌을까? 그러나 오늘은 그 이야기는 생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다시 살아난 그 소녀는 여전히 누군가의 양육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예수님이 그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하는 명령으로 이 소녀가 일어나는 이야기는 마쳐지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절망하고 있고 어디선가 죽음의 행진이 계속되는 세상의 이야기는 이천년 전의 이야기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도 뜻있는 사람들이 쉽게 절망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이들은 너무 깊은 절망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습니다. 이 시대의 죽음의 문화 이 행진을 누군가 있어 멈추게 해야 하고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면 거기 오늘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달리다쿰! 우리 그렇게 세상에 생명을 전하는 그런 교회가 되도록 합시다. 달리다 쿰! 죽음 속을 헤매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그런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도록 합시다. 그렇게 깨어난 어린 소녀 그 소녀에게 먹을 주어 씩씩한 동량으로 커 갈 수 있도록 양육하는 그런 사명을 자각합시다.

절망의 시대정신 한복판에서 교회는 다시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달리다 쿰 세상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살려내라고 나처럼 한번 해보라고 예수님이 우리를 손짓하고 계시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믿음 없고 패역한 시대 거기 누군가 있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희망을 만들어야 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내야 합니다.

아! 우리 서울제일교회와 우리 교인들이 저와 여러분이 이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새 시대의 주인공! 새 역사를 여는 주인공! 죽음의 문화 가득한 이 땅에 생명 역사를 일으키는 그래서 마침내 하나님의 아들딸이 되는 그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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