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모 총경급 인사의 경찰 무기계약직 여성(주무관)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후, 서울경찰청이 지난 6월4일 “전의경 성희롱 예방 특별 교육”을 지시했으나 일선경찰서에서는 이를 주무관까지 포함하는 교육으로 형식적이고 무리하게 추진하여 오히려 성희롱이 발생하는 사건이 언론보도와 당사자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일례로 지난 6월12일 마포경찰서에서는 전의경 대상 성희롱 예방특별교육이 아니라 ‘20대 성년들을 위한 밝은 성’이라는 성교육으로 임의로 변경하여 40 여성 주무관 3명을 포함시켜 진행했다. 때문에 100여명의 전경들이 있는 가운데 여성 주무관들은 “여성의 거부는 내숭이다” 등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성교육을 받았고 극심한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 노원경찰서 등에서는 여성 주무관들이 성희롱예방교육을 전의경들과 받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19개 인권단체들은 총경급 인사의 무기계약직 여성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고도 제대로 공개하거나 조치하지 않은 채, 전의경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으로 면피하려 한 점을 비판했다. 특히 마포경찰서는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교육’에 대한 개념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성희롱을 하는 결과를 낳았다. 성희롱과 여성 인권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마포경찰서에서는 성교육인지 성희롱 예방교육인지 몰랐다. 무기계약직 여성들이 개인사정으로 기존 교육에 참석하지 않아 이번 교육에 포함시켰다. 등의 변명을 하고 있으나 추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는 거짓이다. 마포경찰서의 경우 성교육에 무기계약직 참석은 서장까지 보고와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서들에서는 정기 성희롱 예방교육시 경찰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참석을 배제해왔다.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라는 피해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해 2차 3차 피해를 양산하고 또다시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려는 경찰을 강력 규탄한다. 이번 사건은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내부 성희롱 문제 대응에 있어서는 보여주기 식 요식행위에 그치고 성폭력 가해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런 경찰이 4대악 척결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며 국민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경찰의 성 차별과 무기계약직 차별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인식한다. 무기계약직은 최근 공공기관 등에서 고용한 지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이라는 미명으로 만들어낸 직급이다.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계약이 연장된다는 것일 뿐 계약직일 뿐이다. 이들은 승진, 수당, 교육 등에서 배제되며 정규직과는 심각한 차별을 겪는다.

우리는 이 ‘계약’이라는 족쇄가 부당한 것에 저항할 수 없게 하고 성희롱도 감내해야 하며 차별에도 침묵하게 함을 알고 있다. 내부에서도 동료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인간이하의 취급과 대우를 받으면서도 온갖 차별과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의 실태에 눈을 감는 한, 이번과 같은 일은 어떤 형태로든 어느 기관에서든 반복될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사회는 이제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됐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경찰 섬범죄가 계속되고 경찰이 내부 성희롱 문제를 인권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일회성 교육 등 요식행위로 일관하고 무마하는 데만 급급하면서 국민들에게 성폭력 척결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강조한다. 이에 경찰청에 아래와 같이 요구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처리결과를 주시할 것이며 인권단체로서 적극 대응하고 연대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 마포경찰청은 해당 교육의 책임자를 징계하고 피해 당사자들과 국민 앞에 사과하라.
- 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경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하라,
- 경찰청은 경찰 무기계약자들에 대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하라,
- 경찰청은  내부에서부터 성범죄 척결 노력을 하고 근본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지침을 확립하라,
- 경찰청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차별적인 고용,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라.

2013년 6월 20일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법인권사회연구소, 불교인권위원회,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새사회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미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이상 19개 인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