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교 제36회 총회 입법의회의 뜨거운 감자는 감독회장의 겸임 문제였다. ⓒ임석규
▲ 감리교 제36회 총회 입법의회의 뜨거운 감자는 감독회장의 겸임 문제였다. ⓒ임석규

감리교회 ‘교리와장정’의 개정을 다루는 입법의회 첫날부터 절차뿐만 아니라 감독회장에 대한 불신이 표출됐고, 의회장 밖은 총회를 향한 항의의 피켓팅이 난무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아래 기감, 감독회장 김정석 목사)가 28일(화)부터 오는 30일(목)까지 강원도 고성 소노캄 델피노 리조트 그랜드볼륨에서 ‘새로운 감리교회, 하나 된 감리교회’라는 주제로 제36회 총회 입법의회를 연 것이다.

전국 11개 연회 소속 목회자·평신도로 구성된 의회원들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한 개회 예배를 필두로 감리교의 제반 규정을 담은 교리와장정의 개정안 48건 개정을 다루는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첫 예배에서 예수에게 하인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간청한 백부장의 이야기가 담긴 신약성경 마태복음 8:5-13을 본문으로 설교한 김정석 기감 감독회장은 “백부장은 말씀의 능력을 삶에 받아들이는 신앙의 본보기를 보였다”며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할 때 참된 역사가 일어난다”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회장은 “감리교회가 제도나 법보다 사람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과 겸손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오늘 이 자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서로 사랑하며, 겸손히 섬기는 감리교회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감독회장의 설교와 입법회의의 주제와는 달리 예배 직후 이어진 입법총회 초반부터 의회원들은 김 감독회장에게 ‘감독회장 먼저 감리교의 법을 따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 감리교 입법총회 밖은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하는 곳이 되었다. 감리교 내 3개 신학교 통합문제와 교회재산문제, 성소수자 문제까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임석규
▲ 감리교 입법총회 밖은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하는 곳이 되었다. 감리교 내 3개 신학교 통합문제와 교회재산문제, 성소수자 문제까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임석규

이는 김 감독회장이 담임목사직을 사임했던 광림교회에서 여전히 예배 때 설교에 나선 문제 때문인데, 현행 감리교 교리와장정은 교회 담임목사가 감독회장에 선출될 때 해당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김 감독회장은 “광림교회 신도들의 부탁에 따라 설교하는 것이지, 지난해 12월 광림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한 상태”라며 ‘개교회 차원의 결정’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해명의 여파로 장정개정위원회가 ‘독단적 리더쉽을 예방하고, 감독회장의 사례비·주택비·판공비 등 관련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감독회장 임기 4년 전임제의 4년 겸임제로의 개정안은 찬성 132표와 반대 305표로 부결됐다.

또한 일부 의회원들은 회무 처리를 위한 전자투표 체계에 대한 반대의사를 개진했는데, 한 의회원은 “전자투표는 투표자가 찬·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언제든지 쉽게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며 극우 세력들이 내세우는 음모론을 제기해 전자투표 관리회사로부터 유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의회장 밖은 교리와장정 개정을 반대하는 피케팅과 감리교신학대학교로의 일방적인 통폐합을 반대하는 목원대학교·협성대학교 신학공동체의 항의 시위,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이들과 연대해 온 목사를 향한 처벌을 규정하는 교리와장정 조항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 게시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게다가 감리교 내 성소수자들을 배제하는 진영 측에서 내건 막대 광고(배너)들 중 일부에는 ‘동성애 지지하는 기독교장로회(기장) 목사들은 회개하라!’, ‘기장 총회서도 동성애 반대가 더 많다’는 등 내용이 한국기독교장로회 내 불법 집단 의혹을 받는 ‘동성애·동성혼 반대대책위원회’ 측의 사진과 함께 걸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입법의회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교단 내 일부 집단의 일방적 주장을 가지고 교단 전체의 의사처럼 사용된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향후에 양 교단 간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을 수 있기에 지금이라도 해당 배너는 철거돼야 한다”고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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