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쩡한 유학생을 간첩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고 어떤 이들은 목숨까지 앗아간 박정희의 11.22 사건 50주년을 맞아 피해자들과 이들과 연대해 온 일본측 인사들이 함께 문화한마당을 열고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임석규
▲ 멀쩡한 유학생을 간첩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고 어떤 이들은 목숨까지 앗아간 박정희의 11.22 사건 50주년을 맞아 피해자들과 이들과 연대해 온 일본측 인사들이 함께 문화한마당을 열고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임석규

50년 전 유신정권 때문에 옥고를 치른 재일동포 유학생들과 국내 대학생들, 그리고 이들과 35년간 연대해 온 일본 시민들이 음악으로 치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나눴다.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11.22 사건 국내양심수동우회 등 단체들이 22일(토)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1.22 사건 50주년 -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치유와 평화의 한마당’ 둘째 날 행사인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문화한마당’ 콘서트를 연 것이다.

이날 대회의실을 채운 참석자들은 꽃다지, 권빛나, 손병휘, 이정미 등 한국과 재일동포 음악인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70~80년대 민주화 운동 속에서 불려 온 민중가요를 함께 불러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응어리진 아픔을 내려놓았다.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비서관을 통해 축사를 전한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가 단 한 순간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필요한 조치와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독으로 인사를 전한 우원식 국회의장 또한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희생에 빚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국가폭력의 역사가 사회적 기억으로 확립되도록 국회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을 전했다.

김원중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회원은 “1974년 대학 졸업 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모국 유학을 했다가 1975년 10월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간첩으로 기소됐다”며 “20대 청춘의 태반을 교도소에서 보냈다”고 증언했다.

▲ 11.22 사건의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해 그때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임석규
▲ 11.22 사건의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해 그때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임석규

이어 김 씨는 “지난 2013년 3월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재심을 신청한 재일양심수 전원 4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이는 민주화 투쟁을 전개하신 두 나라 시민들의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철 씨를 구원하는 오사카 모임’ 회원 스미타니 아키라 씨도 “11·22사건 이전부터 현재까지 재일한국인 정치범 구명운동에 참여한 일본 시민들이 오늘 이 자리의 수백, 수천 배 규모로 집회·시위·서명 활동에 참여해 왔다”고 말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지속적인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콘서트의 백미는 마지막 합창 순서였는데, 이때 부른 ‘재회’는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사건으로 무고하게 옥고를 치르고 있는 오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일본에서 누이동생인 허경자 씨가 작사·작곡한 곡이었다.

권혜효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대표는 “오늘 이 행사는 국가폭력 피해자, 그들을 뒤에서 묵묵히 돕고 응원했던 일본 구원회원들, 민주주의를 위해 불의에 맞섰던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자리였다”고 평하며 향후에도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기억과 실천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틀간 일정을 주관한 단체로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11.22 사건 국내양심수동우회, 국가폭력생존자회, 민족문제연구소,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 재일동포 정치범 사건 재심 변호단,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포럼 진실과 정의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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