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루 걷는 걸음 수가 7,783보라고 한다. 계산해 보니 내가 걸음마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걸음 보는 약 1억 3천 1백만 보!!!

88년 대학가요제에 참여하면서 90년도부터 10여 년 동안 한 때였지만 찬양 사역자로 돌아다니며 느끼게 된 그것은 그 노래를 부르는 자기 자신의 노래를 진심으로 불러볼 때 실제 그렇게 살게 된다는 그것을 새삼 나중에 깨닫게 된다.

나의 세 번째 음반에 수록된 곡을 보면, ‘사랑을 나누며’ , ‘평화 가득한 세상’, ‘민들레와 소나무’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대부분 소외 계층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순화된 복음의 장르로 소화해 보았던 음반이기도 하다. CCM계에서도 드문 주제의 음반인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음반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대학생 시절 민주화 운동의 한가운데에서 장충동 형제교회에 출석하면서 특별히 관심 가졌던 분야는 공장 노동자와 소위 달동네 철거에 대한 대항이었다.

혈기 충천했던 20대 후반시절, 수많은 철거 현장에서 불법 철거에 밤샘 저항을 할 때마다 속속 공권력에 의해 무력하게 무너지는 우리의 바리케이드를 보면서 나의 마음도 무너져 ‘작은 자이언트’라는 별명을 가졌던 내가 극단적 싸움을 강행해 감옥신세를 여러 번 반복하던 그 시절이었다.

언 땅에 오줌을 누는 격임을 알면서도, 이 무심한 사회에 생명과 주거의 숭고함을 누구한테라도 알리고 싶었고, 간절히 짐심으로 외치고 싶었다.

한영애의 노래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의 가사가 그때의 심정을 대신해 준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어둠은 늘 그렇게 벌써 깔려 있어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에 대답하듯
검어진 골목길에 그냥 한번 불러봤소
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오늘 밤도 편안히들 주무시고 계시는지
밤이 너무 긴 것 같은 생각에
아침을 보려 아침을 보려 하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나와 같이 누구 아침을 볼 사람 거기 없소
누군가 깨었다면 내게 대답해 줘“

‘아름다운 땅’이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진 세 번째 음반은 이와 같은 메아리를 담고자 수많은  밤을 지세며 진심을 담아 한달에 걸쳐 어렵게 제작되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예배음악이 대세를 이루는 기독교인들에게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하였지만, 대신 나는 현장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그들에게 이 노래들을 들려 주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진심으로 불렀던 그 노래들의 가사를 살펴보니, 내가 지금 그 가사의 내용대로 삶을 살고 있다는 그것을 새삼 깨달으며 놀라운 심정을 갖게 된다. 30여 년 전 부른 노래들이 지금 1억 3천 1백만 보의 걸음 걷는 길의 삶이 되고 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이 시대적 사회의 담론을 더 다양한 문화로 해석하고 실현해 보길 바라본다.

아마도 대구 에큐메니안의 역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