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학 목사(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공동대표). ⓒ에큐메니안

어느 나라나 한나라의 의인인 인물을 잘 존경하고 따르는 나라는 역사적 위기에서 자주적이고 능동적 대처를 하는 것이고 하늘이 낸 인물을 난도질 하면 그 나라는 반드시 자국의 국민들이 서로 물도 뜯으며 노략질 하다가 외세에 시달리는 형국에 처하고 마는 것입니다.

선생님, 안양교도소 병동에서 운동 때마다 같이 손을 잡고 걸으며 선생님께로부터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생의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몇 가지를 확인한 증인으로 설 수 있음을 다행으로 압니다.

73년 말 헌법개헌 서명운동을 하신 선생님을 대통령 긴급조치로 소급 구속하며 이런 정치적 수난을 당하신 것은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제가 물었을 때 선생님께서 “박정희의 과거 친일에 대한 열등의식이 학도병 탈출 독립군인 나를 그냥두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미국과 함께 독립군을 조직하시었는데 미국이 왜 가만히 있느냐고 물었을 때에 선생님은 “분단을 지속하여 자국의 아세아 패권을 유지하는 미국은 절대 나를 지원할 수 없다. 나는 미국이 가장 위험하게 보는 남과 북을 하나로 보는 통일지향 지도자이기에 자기 이익에 충성해주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미국이 나를 보호해 줄 리가 없다.”라고 잘라 말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박정희는 시민운동으로는 몰아낼 수 없다는 결론과 김재규 장군과 함께 박정희 제거는 총을 가진 김재규가 정치개혁은 장준하가 한다는 밀약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그냥두지 않았습니다. 저들이 누굽니까? 폭력의 전문가들 아닙니까? 그들은 평화주의자 김구를 죽였습니다.

여운영, 송진우, 장덕수 등을 차례로 암살하였습니다. 획일주의자들이 모든 약소국가에서 다른 성향의 지도자를 폭력으로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선생님을 먼저 포천 약사봉에서 암살한 자들은 이 땅에 기득권층을 길러내고 부와 힘을 독점하고 정치를 장악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혼을 베는 문화를 보급하고 바른 역사를 외면하고 아침햇살 환히 비치는 이 나라를 다른 나라의 부속품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일본에 판 이완용 같이 비겁한 자들을 보호해주고 기득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이 음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생님, 지금은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높아져서 글로벌 의식을 넘어 우주적 가치를 지향해야 할 때입니다. 아시아 세계전문가들이 모여서 일본의 핵오염에 대한 공동대책을 강구하여 피해를 줄이고 재발방지를 해야 할 때입니다. 지구촌 환경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소비생활 패턴을 바꾸어야 하며 얼마 후에 닥칠 아시아 경제블럭에서 남과 북이 단일한 힘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시대정신은 평화통일입니다. 이것이 가장 우선인데도 대선에서도 이런 이슈는 무서워 못 건드리고 고작 NLL 꼼수에 걸려 복지운운 하다가 국민을 병들게 만든 정치지도자들이 원통합니다.

병든 사상 비뚤어진 정치는 결국 어느 방송사 구호로 <광복절 날 먹고 자고 드라마 보자>로 되었습니다. 정치, 문화, 종교 할 것 없이 시대사상을 버리고 요사스런 논리로 백성들의 혼을 흔듭니다. 백성들은 혼이 나갔습니다. 북에서는 배고파서 죽고 남에서는 배터져 죽는 시대가 하늘의 벌, 역사의 벌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눈물의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 땅에 무섭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마지막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예레미야 5장 30-31) 결국 그가 말한 대로 그 날 모든 귀족이 공무원이 군인이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우리의 정치는 당쟁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당파 때의 억지와 음모 조작으로 정국을 어지럽히는 패거리정치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답답하십니까?

미국과 소련의 패권주의가 조선의 평화주의를 없애고 분단과 전쟁으로 가더니 그 60주년이 지난 지금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렵게 돌려받기로 한 군사작전권 마저 반납하고 다시 헌납하는 못나고 자신 없는 민족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평화협정을 주장하면 모두가 종북주의자로 내몰리는 한심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저들은 온 세상에 벽을 치고 있습니다. 그 벽을 감당하지 못해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힘없는 개인에서부터 사회복지 공무원, 용산에서 죽어간 집 없는 이들, 24명이 차례로 죽어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필경 이 나라 전직 대통령까지 거대한 벽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야 합니다.

▲ 헌화하는 이해학 목사. ⓒ에큐메니안

국정원에 의해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암살당한 백범이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이 나라를 위해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부치는 댓글을 국가 예산 1조원을 쓰고 있는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위해 국기를 흔들어버린 사건이 터졌는데도 뻔뻔스럽고 오만한 언사들을 온 언론이 지면을 거짓으로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닉슨을 몰아낸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얼마나 큰 사건인가?

그런데 장준하 선생님! 우리들의 투쟁이 매도되고 있다는 것보다 어떻게 홍익인간의 정신을 물려받은 동족들이 이렇게 천박해 졌는지 부끄러워 살 수가 없습니다. 선거 때는 인터넷 국정원 여성의 인권을 그렇게 팔아먹던 박근혜 후보가 그것으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서는 사오정 게임하듯 살살 국민을 비웃고 있습니다. 어찌하려고 그러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장보고는 구라파까지 실크로드를 만들었는데 이 시대 정치인들은 남북으로 나누고 동서로 나누고 이제는 가진 자와 못가진자로 나눈 뒤로 폭력적 패권주의자들을 동원하여 평화주의자들을 옹벽을 쳐서 도려내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장준하 선생님, 선생님은 미리 아셨나 봅니다.
2011년 8월 초순, 폭우가 무너뜨린 장준하선생님 묘소 옹벽, 무너진 것은 그냥 옹벽이 아니라 강요된 거짓의 옹벽입니다. 거짓의 옹벽이 무너지자 진실의 등불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작년 8월1일 옹벽붕괴로 인한 묘소 이장 과정에서 뵙게 된 선생님의 유해가 바로 진실의 등불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유해는 “나는 결코 15m 거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외치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몸을 증거로 내놓으신 선생님의 큰 뜻에 따라 <장준하선생암살의혹규명범국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선생님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습니다. 그 결과 ‘실족추락사’가 아니라 ‘타살’임을 명명백백하게 증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갈 길은 그 다음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타살이라면 범인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뒤 어둠 속에 숨은 교활하고 악랄한 배후세력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들을 밝혀내는 것! 이것이 우리의 갈 길이요 사명입니다.

이 길을 가기 위해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칠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는 특별법, 여와 야가 함께 동의하는 특별법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그간 사인규명 활동을 해 온 국민대책위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을 출범시키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은 국민과 정치권과 협력하여 선생님 암살의 실체를 밝힘은 물론,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널리 알리는 사업 등을 광범위하게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품으신 정의롭고 평화로운 조국 건설을 다수의 깨우침으로 다수의 힘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살겠다고 선생님 영전에서 맹세합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 故 장준하 선생 추모비.ⓒ에큐메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