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구별할 수 없는 윤리의 보편성
첫 만남 종교성에 대한 논의 없어 아쉬움으로
"그래도 첫 대회"  앞으로의 논의 기대
"기독교가 정작 사랑의 종교를 표방한다면 예수님은 천국에 계시지 않고 지옥에 계셔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데 김 교수님은 예수님이 어디에 계신 것 같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현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천국과 지옥에도 가실 것 같습니다"

매서운 질책에 현답이랄까? 사랑을 표방하지만 교리에 묶여 있는 기독교를 꼬집기 위한 최종석 교수(금강대학교)의 질문에 김경재 교수의 위트 넘치는 대답은 학술대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19일 기독자, 불자 교수들의 첫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성직자간 대화논의는 있었지만 학문간 교류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시청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선 제1회 불자·기독자 교수 공동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붓다와 예수'를 주제로 열린 이번 1차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봄 양 종단 학자간 심도 높은 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양 종단 학술대회는 국내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종교간 평화를 위한 정보 교류차원에서 종교간 평화를 실현하는 학자의 구체적인 역할 모색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시작 단계인 만큼 첫 주제는 양 종교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해로부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윤리적 그리고 세상을 향한 외침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자신의 생활 신앙이 아닌 학술적 탐구에서 논의되고 문제점 보다 가치에 대한 통찰이 발제자의 관심이었기에 학술대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상대 종교에 대한 존중과 가지고 있는 장점을 과장 없이 시종일관 이해의 관점에서 바라본 점은 문제점만 논쟁장으로 끌어들여 발전보다 소모에 치우치는 자기 종교 안에서의 고발 논쟁과 비교해 상당히 발전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해라는 관점에 치우친 학술대회여서 기독자·불자라는 양자의 공통점인 종교적 독특성과 첨예한 자기 특징, 예를 들어 기독교의 유일신론 혹은 예수의 신성 등에 대해서는 애써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의 논쟁이 주목된다.

<삶의 자세와 십자가의 의미>를 발제한 우희종 교수(서울대학교 수의학)는 불자의 관점에서 기독교 신앙을 분석해 냈다.

우 교수는 주로 종교학적인 관점과 불교의 연기사상을 토대로, 기독교가 교리화 되는 과정을 걷어냄으로서 종교가 갖는 보편성 속에서 불교 기독교의 진리를 엮어 내려했다.

그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하느님과 단절된 인간을 진리에 대한 믿음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함으로서 인간의 기원이자 본래 모습이기도 한 관계 복원에 있다"며 "이것은 불교의 연기와 다름이 없으며 특정 종교의 틀을 거두고 바라보면 예수는 붓다라고 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찬자 최영실 교수는 "(교리가 가지는) 오늘의 배타적이며 폭력적인 기독인들을 향한 커다란 경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종교성을 걷어내고 공통점을 찾는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의문도 함께 제기했다.

교수님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하는데 그럼 악인을 구제하기 위해 예수님은 지옥에 있을까요?

이에 반해 기독교의 입장에서 붓다를 바라본 김경재 교수는 철저히 기독교의 입장을 보충하는 선에서 불교의 독특한 사상들을 끌어들였다.

그는 기독교의 △편향적인 구원관 △이원론적 세계관 △원죄론을 통해 인간을 어둡게 보는 인간속성 △전통을 우상화하는 기독교의 자가당착 등을 불교의 유기체적 실재관과 보살의 대비 그리고 대승기론과 여래장 사상으로 보완하려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교학과 수행을 분리 혹은 심지어 대립하는 기독교에 비해 불교의 병행 수 전통을 부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논의를 통해 기독교 진리의 또 다른 점에 눈뜨게 되는 창조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동양 사상을 통해 서구의 유수 학자를 넘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과연 어디에 계실까? 어디에 계시긴 하지만 아마도 숫자로 환산하길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답변이라면 김경재 교수의 답만한 말은 힘들지 않을까?

3부와 4부에선 각자의 종교에서 바라본 자신의 영적 지도자인 예수와 붓다를 종교적 성격을 지운 지혜와 사회적 스승이란 관점에서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이만 교수(동국대학교)와 이정배 교수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스승으로서의 붓다와 예수를 발표했다.

특히 이정배 교수는 역사적 예수 연구를 토대로 '예수를 자신의 비전과 믿을 가르쳐준 위대한 스승으로 조명' 예수를 기독교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모두의 스승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발제를 통해 끄집어 내려했다.

발제 전문은 아래 링크되어 있습니다.(각주는 모두 생략되었고 각주까지 모두 보실 분들은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주십시요 23일까지 메일 보내 주시면 24일 일괄로 한글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후에는 업무관계로 요청을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장익성 기자  mocacoffee@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