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동성 공개결혼식이 열렸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 단체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결혼식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 스프링클 교수는 "성소수자들이 교회 공동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신앙공동체"라고 설명한다. ⓒ에큐메니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불러온 사건, 미국  텍사스 트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스티븐 스프링클 교수(Stephen V. Sprinkle)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큰 범죄를 가져오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에서 14명의 성소수자 혐오 범죄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 혐오가 얼마나 끔직한 범죄를 발생하게 하는지 경감심을 갖고, 희생자들도 동일한 인간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15일 오후7시30분 섬돌향린교회 2층 한터에서는 <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 한국 출판을 기념해 방한한 스프링클 교수의 초청강연회가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의 주관으로 열렸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스프링클 교수는 이번 강연의 본제를 ‘내 아이를 잊지 마세요.’라고 소개하면서 ‘성적 혐오 범죄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이 왜 정의의 문제인지’를 함께 나누고자 했다.

그는 “인간은 간접적이지만 끔찍한 살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에게 주어진 날에 감사하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 도사리는 위험의 가능성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기도 한다.”며 “마치 선로에서 이탈한 기차처럼 평범하고 편안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갱신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에 대한 끔찍한 살해가 역사적으로 지속되지 않는 것처럼 성소수자를 비인간화 시키는 혐오범죄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성소수자를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인식할 때라고 지적했다.

▲ 통역을 맡은 같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강남순 교수와 스프링클 교수. ⓒ에큐메니안

이 책에서 성소수자 혐오 범죄의 희생자로 매튜 셰퍼드는 같은 마을에 사는 남성 두 명에게 계획적으로 살해당했다. 그들은 훔친 권총으로 매튜의 머리를 내리쳐 부서뜨렸고, 그의 시신을 질질 끌고 가 울타리에 걸쳐 놓았다.

이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스프링클 교수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오말리는 자신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오말리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매튜의 사건을 자신의 주변의 사람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소수자 혐오범죄를 단지 비극적인 한 사건으로 보길 원하지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가 이성애적 성차별주의, 가부장적 가치 체계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다는 현실이 성소수자 혐오범죄를 더욱 끔직하고 비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신앙공동체가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전달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신앙공동체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전수하고, 전수받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며 “죽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의한 현실에 신앙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사회정의에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는 "성소수자 혐오 문제는 인간에 대한 혐오이기 때문에 종교를 넘어 인류가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큐메니안

그러나 기독교 안에는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기독교는 역사에서 신학적 근거를 들어 특정한 그룹을 박해해 왔는데, 오늘날에는 성소수자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 의하면, 성소수자 혐오범죄 중 열에 아홉은 종교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캔자스의 어느 교회는 ‘하나님은 동성애자들을 혐오한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진리와 사랑의 불로 다스려야 한다.”며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신앙인과 공동체의 연대, 새로운 방법의 모색 등 신앙적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받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기 위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혐오 범죄에 의해 일찍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삶을 연장시키는 것은 성소수자를 위해 일할 때”라며 “성소수자 혐오범죄에 희생된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죽음은 “생명은 고귀하고, 그 삶은 어떤 이유로도 훼손되고 망가질 수 없다는 것을 전해준다.”며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계속 전하는 것이 정의로운 교회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성소수자 혐오 범죄의 희생자, 그 주변의 친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성소수자들은 나와 다른 별개의 사람이 아닌 주변의 친구, 가족, 이웃 그리고 나와 같은 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14명의 희생들의 이야기는 그 사람들에게 별종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돌려주는 일”이라며 “성소수자들의 정당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마지막 말을 맺었다.

스티븐 스프링클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확대하는 단체인 ‘미국인권운동(Human Rights Campaign)’을 비롯해 인권운동가로서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자 학자이다. 그는 2012년 <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로 미국의 독립출판사협의회(Independent Book Publishers)로부터 ‘The IPPY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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