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心園) 안병무 선생 17주기를 맞아 ‘심원 안병무 선생 기념사업회(회장 조헌정, 이하 사업회)’는 25일 오후3시 향린교회 본단에서 ‘오클로스 민중’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페르난도 엔스 교수(암스텔담 대학/기독교윤리),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성서학), 김성경 교수(싱가폴 국립대학 교수/사회학)가 발제를 맡았다. 이에 각각의 주제에 따라 김희헌 박사(한신대학교 연구교수/조직신학), 기야마 히로또 박사(일본 성공회/조직신학), 최형묵 박사(한국민중신학회 총무/기독교윤리)가 논평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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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향린교회 본단에서 '오클로스 민중'이란 주제로 각각 세명의 발제자와 논평자가 민중신학 토론을 벌였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
오클로스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먼저 사업회가 이번에 출간한 <21세기 민중신학>의 기고자이기도 한 페르난도 엔스 교수는 ‘정의로운 평화의 자유-현재의 에큐메니컬 담론을 위한, 민중신학 다시 보기’라는 글을 통해 독일 교회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그는 그 속에서 발견한 ‘민중’을 통해 상황신학으로서 민중신학이 새로운 에큐메니컬 패러다임인 ‘정의로운 평화’를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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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르난도 엔스(좌) 교수와 김희헌 박사(우). ⓒ에큐메니안 고수봉 | ||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사람들이 ‘민중’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자각하게 되었을 때, 엔스 교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의한 정권에, 조성된 공포에 저항하게 만들었고, 자유와 해방에 대한 열망을 갖게 했다고 한다. 이 속에서 교회는 운동의 주도 세력은 아니었지만 민중의 교회로써 ‘비폭력’ 운동을 이끄는 공간이 되었으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었다.
그는 “민중신학은 하나의 한국적 상황신학일 수 있지만 상황과 문화를 횡단해 에큐메니컬적으로 민중신학을 읽는 것은 가능하다.”며 “이것이 불의와 폭력, 억압받는 상황에 놓인 무수한 교회들의 공통된 경험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오클로스, 민중의 경험은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민중이 변혁의 주체로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낸 지금도 민중을 억압하는 현실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엔스 교수는 “우리는 억압과 제약, 불의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제는 우리가 얻은 이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것은 정치에 참여해야 할 자유, 서로를 책임져야 할 자유”라며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불의와 폭력에 그리스도에게 속한 모든 신자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모두가 단결해 대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의와 평화를 둘러싼 세계 교회의 에큐메니컬 대화에 민중신학이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엔스 교수의 가장 핵심적인 물음이라고 한다. 그는 새로운 에큐메니컬 패러다임으로 ‘정의로운 평화’를 언급하면서 “정의와 평화를 분리하지 않기 위해서는 통전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민중신학이 말하는 ‘오클로스’에 대해 강조한다.
그는 “교회들이 오클로스를 초청하고 환영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실재의 렌즈로 사회적 실재들을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교회가 예수의 현존을 통해 역사의 주체로 자각한 ‘민중’의 시각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이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위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논평을 맡은 김희헌 박사는 “정의로운 평화(just peace)를 현실화하기 위해 ‘책임성을 향한 자유’라는 개념으로써 억압, 제약,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을 포함한 모든 신앙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신앙의 자유로 요청한다.”며 “민중신학이 상황신학으로써 민중의 고난에 근거함은 모든 상황 속에서 기독교 신학이 지켜야할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고난과 노동의 자리에서 멀어진 교회의 그릇된 종교적 상상력을 시정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책임성을 향한 자유는 자신의 조건을 뛰어넘는 상상력, 행위를 필요로 하는데,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은 인간의 ‘자기초월’의 문제를 ‘교만’의 죄로 봤다.”며 “민중신학이 민중을 자기초월적 존재로서 역사를 속량해가는 메시아적 주체라고 한 주장에 대해 좀 더 긴밀한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정리했다.
파괴된 오클로스 민중, 어떻게 말하게 할 것인가?
김진호 연구실장은 오늘날의 민중, 사회적 배제로 인해 자기 파괴의 현상을 겪는 민중의 현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귀속성을 비자발적으로 박탈당한 존재’로서 안병무 선생의 ‘오클로스론’을 통해 오늘날 지구화 시대에 자기 파괴로 인해 스스로를 말할 수 없는 오클로스적 민중을 증언해야 하는 것이 신학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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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호 연구실장(좌)과 가야마 히로또 신부(좌). ⓒ에큐메니안 고수봉 | ||
이를 민중의 자기 파괴 현상으로 보았는데, 자신의 상황을 명확히 말하지 못하거나 노동력 상실, 주변 사람에 대한 적대감과 폭력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자산을 갖지 못한 탓에 각종 질병의 유병률도 높아져 간다. 또한 범죄에 더 의존적이며 자존성을 극도로 약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빈곤계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김 연구실장은 “지구화 시대 민중은 ‘귀속성의 박탈체험’과 연관되어 있는데, 안병무 선생의 시대보다 지금 오늘날 민중의 존재 양식과 더욱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사회적으로 배제된 민중은 국가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시민, 주변인들로부터도 격리되고 고립된다.
이를 위해 그는 ‘자기를 증언하지 못하는 민중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자기 언어를 상실해 스스로를 말할 수 없는 민중을 증언해야 하는 것이 민중신학자들의 역할이라고 한다. 그는 “오클로스의 소리, 비언어적 은폐된 소리를 듣고 그들의 몸, 영혼을 병들게 했던 배제의 체계를 해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 그것이 ‘한의 사제’”라며 “민중신학자의 증언은 노숙자이자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자, 자기 서사 능력을 상실한 자의 변론행위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고통체계의 작동방식을 이야기함으로써 그가 단순한 가해자가 아닌 희생자이기도 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증언은 고통체계에 우리 자신이 공모자로 연루되어 있음과 그 체제가 어떻게 배제의 기제를 작동시키는지 폭로함으로써 균열을 내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에 가야마 히로또 신부는 ‘귀속성의 박탈’에 대해 ‘타율적 귀속’도 폭력이며 ‘자유의 박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김진호 연구실장이 예로 든) 거라사의 광인은 박탈되어 추방된 사람들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포섭을 거부하는 사람들, 대다수를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는 이인(異人)의 표상”이라며 새로운 해석을 제기했다. 히로또 신부는 사람들을 자유를 박탈하는 구조와 체제를 위협하는 광인으로 해석하고 예수는 이 사람을 레기온(군대)의 영에 의한 대리투쟁이 아닌 그 자신의 투쟁을 시작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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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경 교수(좌)와 최형묵 목사(우). ⓒ에큐메니안 고수봉 | ||
이에 최형묵 목사는 “북한 여성들이 행위주체로서 불가피하게 내쫓기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스스로가 처한 조건을 활용하여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주체로 바라보고 있다.”며 “새로운 시각을 통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논평했다.
한편 사업회는 심포지엄에 앞서 미국에서 출간된 <Reading Minjung Theology in the Twenty-First Century>의 한글판인 책 <21세기 민중신학-세계의 신학자들, 안병무를 말하다>를 소개했다. 이 책은 안병무 선생의 민중에 대한 시각 변화를 담은 4편의 논문과 이를 추적하는 김진호 연구실장의 논문, 민중신학에 대한 세계 신학자들의 기고글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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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병무기념사업회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21세기 민중신학> 출간을 밝혔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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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