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틱』紙가 북한이 러시아로 송출한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죠?

네, 프랑스의 진보적 시사매거진인 “르몽드 디플로마틱”(Le monde diplomatique) 최근호는 “러시아의 지옥으로 떠난 북한 노동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극동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기사를 쓴 알렝 데발포(Alain Devalpo)라는 저널리스트는 극동 러시아 현장을 직접 탐사한 후에 이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두 군데 현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한 군데는 연해주의 주도인 하바롭스크 부근의 한 벌목장이고, 다른 한 군데는 북한에서 멀지 않은 블라디보스톡입니다. 알렝 데발포씨는 이들 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주로 남한의 선교사들의 주선으로 접촉했습니다.

우선, 이 기사에 따르면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로의 인력 송출은 과거와 달리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정치범을 포함한 범죄자들을 보냈지만 지금은 본인의 의사에 따른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극동러시아, 그러니까 광활한 시베리아의 동부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러시아의 1/3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러시아 인구 전체의 5% 밖에 안 됩니다. 그 만큼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요, 러시아는 중국인들이 이 지역을 차지할것을 두려워해서 중국 노동자들 보다는 북한 노동자들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벌목노동자 송출 역사

벌목노동자들의 송출은 지금까지 3차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1945년 해방 이후 북한과 소련이 긴밀하게 관계를 맺어가는 와중에 한 차례 인력송출이 이뤄졌는데 25,000명 정도 규모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최근까지 비밀이었다가 공개된 1966년의 브레즈네프- 김일성 비밀회담에서 결정되었던 것인데요, 송출 규모는 15,000에서 20,000명 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번째 송출은 90년대 중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이루어진 결정에 따른 것인데요, 북한이 러시아에 지고 있던 빚을 갚기위한 것이라고 르몽드 디플로마틱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회담에서 북측은 채무의 탕감을 촉구했지만, 러시아측은 이를 거부했고, 그러자 북측이 인력송출을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측 통계에 따르면, 매년 1만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에 입국하고 있다고 합니다.

▲ 벌목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어떤가요?

우선 노동시간이 생각보다 긴데요, 매일 16시간에서 17시간 정도 노동한다고 하는데요, 벌목장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 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년에 총 일주일 정도의 휴가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이들 노동자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시베리아 겨울이라고 하는데요, 겨울밤에는 기온이 영하 60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또 힘든 것은 노동량에 비해, 이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의 양이 너무 부족해서 언제나 배가 고프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벌목장은 철조망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진 않지만, 어차피 너무 광활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벌목장에서 빠져 나가기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벌목장에서 이탈했다가 붙들리는 날에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들 북한 노동자들은 외부의 러시아인들을 만나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노동을 한 댓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교환권을 받아 이것을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낸다는데요, 문제는 이 교환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에는 물건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이 교환권이 유동성이 별로 없는 거죠.

▲  블라디보스톡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상황이 좀 낫겠군요? 큰 도시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은 좀 더 서구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의 도시라서 북한 당국은 문화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로 평양 거주자들 중에서 당성이 좋은 사람들을 노동자로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벌목공들과 마찬가지로 기혼자여야 하고 이탈이나 망명을 막기 위해 가족들은 본국에 놔두고 와야 합니다. 가족들 생각해서 도망가지 말라는 거죠.

이들은 블라디보스톡의 많은 작업장들에게 일하고 있는데, 현지 신문에 따르면, 이들 “까레이스키”들은 “일을 빨리하고, 임금이 낮고, 성실하다”고 합니다.

이들을 담당하는 것은 6개의 북한 인력송출회사인데요, 이들은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도착하자 마자 여권을 압수한다고 하는데요, 노동자들은 이 인력송출회사에 매달 250유로를 납입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택시의 납입금과 비슷한데요, 이 250유로를 내고 남는 것이 노동자 개인의 수입이 되는 거죠. 250유로면 우리돈으로 30만이 좀 넘는 건데요, 문제는 이 돈이 극동러시아 임금수준에서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지역 대학교수 월급이 125유로, 우리돈으로 15만원 정도 된다고 하니까, 250유로를 납입하려면 대학교수 두 배를 벌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두 개가 넘는 경우가 많고, 밤늦게 까지 일하다 공장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 공장주들의 노동착취도 심해서 어떤 경우엔 집 페인트 칠하는 것과 같은 개인적인 허드렛일들도 시킨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쓴 알렝 데발포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한 북한노동자를 인터뷰했는데요, 이 사람은 여기서의 일이 너무 힘들고 돈도 별로 모이지 않아서 여기서의 일을 그만 두고 말레이지아나 쿠웨이트로 갈까 생각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북한 노동자는 1999년 이후 잠적해서 6년째 블라디보스톡에서 숨어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사람은 기회를 잡아 남한에 오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당국이 이들의 망명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 이탈자들은 현재 남한의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극동 러시아에는 이러한 북한 이탈자들이 1,000 명 정도 있다고 르몽드 디플로마틱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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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규 님은 외무고시 외교통상부를 거쳐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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