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불의한 권력에 저항할 때"


▲ 14일 오후2시 감신대에서 열린 비상시국기도회에서 갈릴리 교회 이종철 목사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국민적 비난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신교 교단들도 이에 대한 성토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오후2시 대한기독교감리회(이하 감리교)도 감신대학교(이하 감신대) 중강당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감리교 비상시국기도회’를 열고 ‘특검 실시’와 ‘책임자 및 관련자 처벌’을 주장했다.

기도회에 모인 150여명의 목회자 및 신도들은 ‘민주주의 회복’과 ‘민중 생존권’을 위해 기도했으며, 18대 대선 부정사건으로 인해 훼손된 ‘민주주의 회복을 소명으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설교를 맡은 감리교 삼남연회 석준복 감독은 시편 15편을 본문으로 “전쟁의 부재만이 평화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며 “모든 인류가 평화를 바라고 있지만 이 땅에서는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석 감독은 “박근혜 정부는 반값 등록금, 노인복지정책, 노동자 임금 및 수당 등 많은 약속을 했지만 어느 한 가지 실천된 것이 없다.”며 교회 공동체가 역할을 강조했다.


▲ 설교를 맡은 감리교 삼남연회 석준복 감독. ⓒ에큐메니안 고수봉

그는 “예수님은 가장 의로운 자를 짐승 취급받던 사마리아 여인에 비유하여 말했다. 가장 힘없는 사람을 통해서 희망을 약속했다.”며 “멀리 비추는 큰 빛이 되려고 하기 보다는 가장 약한 곳을 비추는 하나님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다.”라고 독려했다.

성만찬과 봉헌 시간 후 참가자들은 ‘민주주의를 석방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지난 12월 31일 분신한 고 이남종 씨의 죽음을 “지난 40년 세월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애써 외면하던, 우리의 비겁을 내리치는 날카로운 비수”라며 “지금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저항할 때”라고 전했다.

또한 “18대 대선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이 무너졌다. 진실과 정의는 탄압받고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고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휘두르는 종북몰이의 칼날이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들은 ▲국가권력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과 책임을 규명할 특검 실시, ▲대선 개입한 국가기관 책임자 및 관련자 처벌, ▲마녀사냥식 종북몰이 중단, ▲철도와 의료 민영화 중지, ▲새누리당과 언론의 각성을 요구하며, “불의한 정권의 퇴진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감신대에서 1부 기도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감리교 본부까지 거리행진을 가졌다. 행진 도중 참가자들은 민주노총 건물로 이동해 철도 민영화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에게 지지의 뜻을 전하려 했다. 그러나 자진 출두 의사를 밝힌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운집한 경찰들로 인해 건물 외곽에서 간략한 기도회를 진행했다.


▲ 시국선언 낭독 후 '박근혜 사퇴'를 외치고 있는 목회자들. ⓒ에큐메니안 고수봉

거리행진 후 감리교회관 앞에서 조화순 목사는 참가자들에게 고 이남종 씨의 유서를 직접 읽어주었다. 그녀는 “그는 사슬을 몸에 묶고 신나를 몸에 부어 산화했다. 예수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불의와 사회악에 침묵하는 것은 그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집단 자위권 선포,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안보를 빌미로 공안정국을 만들 것”을 예견하며, “평화, 통일, 민주를 말하면 무조건 종북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목소리는 일반 사람들이 낼 수 없기에 종교인들이 해야 한다. 다같이 하나님과 함께 이 변혁의 역사의 주동자가 되자.”고 강조했다.

감리교는 이번 기도회를 시작으로 ‘감리교비상시국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감리교 농촌선교목회자회, 여성지도력개발원, 청년회전국연합회, 감신대국정원사태대책모임 등 11개 단체가 함께 구성했다.


▲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며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간략한 기도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감리교 총회본부가 위치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하는 도중 참가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장하기도 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의 부당성을 알리는 손피켓 위로 국민대통합위원회 간판이 보인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조화순 목사는 고 이종남 씨를 '오늘의 예수'에 비유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감리교비상시국기도회 성명서>

민주주의를 석방하라!

‘그리스도께서 우리로 자유케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세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갈 5:1)
2014년 새해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닙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자 하는 어둠의 세력을 향하여 목숨을 던져 항거한 광야의 소리였습니다. 지난 40년 세월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애써 외면하던, 우리의 비겁을 내리치는 날카로운 비수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민주주의 파괴와 독재로 직행하는 천길만길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마땅히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저항해야할 때입니다.

‘너희는 공의를 쓰디쓴 소태처럼 만들며, 정의를 땅바닥에 팽개치는 자들이다’ (암 5:7)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지 1년이 지났지만 정통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 권력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분명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엄정 중립을 통해 공정한 선거를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18대 대선에서는 이 원칙이 무너졌습니다. 총체적 관권부정선거가 민의를 왜곡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당연히 선거과정의 불법과 부정을 철저히 밝혀내고 책임자를 문책하며, 근본적 재발방지책을 세워 무너진 민주주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는 탄압받고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휘두르는 종북몰이의 칼날이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누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절박한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는 하늘에서 굽어본다’ (시 85:11)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민주주의란 일방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이 일상이 되는 사회는 독재이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박근혜 정권은 소통을 잃어버린 불통의 정치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수시로 원칙을 들먹이지만, 민심은 다른 생각을 허용하지 못하는 초조한 권력의 광기를 목격할 뿐입니다. 그러나 권력은 절대화하는 순간 반드시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이제라도 박근혜 정권은 어두운 음모로 가득찬 밀실에서 벗어나 광장에서 외치는 민심과 소통해야 합니다. 만약 끝까지 민심을 외면하고 소통을 거부한다면, 우리 감리교인이 앞장서 불의한 정권의 퇴진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우리의 요구 -

하나, 18대 대선 과정에서 일어난 국가권력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과 책임을 규명할 특검을 즉시 실시하라!

하나,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국정원,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책임자 및 관련자를 즉각 처벌하라!

하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이념갈등으로 오도하는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당장 중단하라!

하나, 박근혜 정권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철도와 의료 민영화 시도를 중지하라!

하나,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과 정권의 나팔수로 변질한 언론은 철저하게 각성하라!

하나, 모든 감리교인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라는 우리 시대의 소명에 동참하라!

2014년 1월 14일
감리교 비상시국기도회 참석자 일동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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