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랑은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것이야.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이고, 몸이 아픈 사람을 간호해 주는 것이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학원에 다니게 해 주거나 직접 가르쳐 주는 것이야. 흔히 교회에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나 신앙의 문제를 보고 “기도하겠습니다”고 말을 하지. 다 허튼소리야. 몸이 움직이지 않고 말로만 하는 것은 사랑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면, 생활비를 쪼개서라도 주는 것이 사랑이야. “말로는 사랑한다, 그러면서 나 몰라”하는 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사랑에 대한 책들을 보면, 우주적인 사랑, 전(全) 지구적 사랑 등을 말하는데, 오빠는 모순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사랑은 아주 구체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야. 구체성을 띠고 있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 사상이나 이념이야. 우주를 사랑하고 전(全) 세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하나의 이념, 또는 이데올로기라는 말이지.
사랑과 이념이 다른 점이 무엇일까? 이념은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지금 여기를 희생하는 것이고, 사랑은 지금 여기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이것이 아주 결정적인 차이야. 이런 점에서 보면 사랑도 이념이 될 수가 있어. 지금 여기서 사랑하지 않고 미래만 바라보면 이념이 되는 거야. 그러나 진짜 사랑은 아무리 원대한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사랑하는 것 때문에 포기를 하는 거야.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사상이라는 말이 있지.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하나의 민족이고, 형제다, 이 얼마나 좋은 사상이야. 그래 봤자, 이념이고 이데올로기야. 이 사상이 이데올로기가 되지 않으려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진짜로 형제 대하듯이 대해야 해. 흥미로운 사실은 지금 여기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형제로 대하는 사람은 그렇게 원대한 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야. 사랑은 이데올로기마저도 넘어 버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것 때문에 전(全)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을 위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야.
우주적인 사랑을 논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어. “생각은 우주적으로, 실천은 지역적으로”라는 말이야. 뜻은 참 좋은 말이야. 이 말에 대해 정식으로 반박할 수는 없어. 그러나 이 말이 지니고 있는 함정을 조심해야 해. 생각을 우주적으로 하고, 실천을 지금 여기서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면, 불가능해. 생각을 우주적으로 하면 생각이 관념화되고, 관념화된 생각은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죽음이 온 인류를 구원했다고 하잖아. 그러나 예수님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인류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야. 예수님은 자기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사랑했어. 그리고 그들 중 하나라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이 말은 요한복음에 나와. “내가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지켜서 보호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들 가운데서는 한 사람도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요17:12a)
예수님의 사랑은 아주 구체적이었지. 그럼에도 온 인류를 구원했다는 말은 후대의 해석이야. 후대의 해석이라고 해서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야. 구체적인 사랑이 온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을 에둘러 이야기하는 거야. 다시 말해서, 아주 구체적인 사랑이 우주적인 사랑이라는 말이지, 우주적인 사랑이 구체적인 사랑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야. 우주적인 사랑은 안중에 없어도 된다는 뜻이지.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인 사랑이 우주적인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반대로는 아니라는 뜻이야.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 나와. 그들이 왜 싸웠는가 하면, 하나님의 나라에서 누가 예수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겠느냐는 다툼이지.(마20:20-28) 평생을 사랑하라고 가르쳤건만, 아직도 누가 위에 서느냐의 문제로 싸우고 있어.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해.
“너희 사이에서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20:26b-27)
이렇게 말했는데도 제자들은 그 뜻을 다 헤아리지 못했어. 아마도 제자들은 또다시 높아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섬기려고 했을 것이고, 으뜸이 되려고 종이 되려고 했을 거야. 이념을 위해 사랑을 희생하는 대표적인 경우야.
참 인간의 악한 본성은 뿌리가 깊어. 높아지려고 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져야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 높아지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겨져 있는 한,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우주적인 사랑도 마찬가지야. 우주적인 사랑을 논하는 순간,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려. 우주적인 사랑을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이용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
요한복음에 보면, “서로 사랑하라”(요13:34b)는 말이 나와. 이것을 요한복음에서는 새 계명이라고 해. 그러면 원래의 계명은 무엇일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아니겠어. 이것으로 충분한데, 요한은 왜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었을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구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야. “서로”라는 말은 아주 구체적인 말이야. 서로는 동네사람도 아니고, 지역주민도 아니고, 사해동포는 더더욱 아니야. 아주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바로 “너”가 서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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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mé Morot의 선한사마리아인.1880년.(The Good Samaritan by Aimé Morot (1880) shows the Good Samaritan taking the injured man to the inn) | ||
그런데 율법학자는 “내 이웃이 누구냐”고 예수님께 되물어. 이렇게 되묻는 이유는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물었다고 성경에 쓰여 있어. 자신이 사랑을 잘한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물어본 것이지. 자기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잘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물어본 것이야. 이 질문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을 하셔.
“예수께서 응답하여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서, 거의 죽게 된 채로 내버려 두고 갔다. 마침 어떤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이와 같이, 레위 사람도 그곳에 이르러서,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눅10:30-34)
이 본문에서 말하는 중요한 단어는 “길을 가다가”라는 단어야. 강도 만난 사람도 길을 가고 있었고, 제사장, 레위인, 사마리아사람도 길을 가고 있었어. 길을 가다나 만난 사람을 강도는 강도질을 하고, 제사장과 레위인은 피해서 지나가고, 사마리아사람은 그 사람을 사랑했다는 말이지.
예수님은 이렇게 말하고, 율법학자에게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라고 말씀하시지. 지금 예수님은 너는 사마리아사람처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돌려 말하고 있는 거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다는 율법학자에게 말이지. 율법학자의 사랑은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 학자이니,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겠어.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잘한다고 생각을 했겠어. 사해동포주의니, 우주적 사랑이니, 여러 가지 말을 했을 거야.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아주 구체적으로 길을 가다가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거야.
신약성경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쓴 책들이 아닌 것을 명심해야 해. 복음서도 마찬가지고, 서신서도 마찬가지야. 심지어는 요한계시록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쓴 책이 아니라는 말이지. 아주 구체적인 대상들이 있었어. 그 대상이란 다름이 아니라 교회들이야. 마가복음은 마가교회를 향해, 요한복음은 요한교회를 향해 썼던 글이라는 뜻이지. 서신서는 더욱 명확해. 데살로니가전서는 데살로니가교회에 썼던 책이고, 고린도서는 고린도교회에게 썼던 편지야.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성경을 읽어봐. 사랑하라는 말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허공을 치듯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 아닌 것을 금방 알게 되어 있어. 사랑하라는 말은 아주 구체적인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야. 모든 인간이 사랑해야 한다? 성경은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 바로 네가 사랑해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과 사랑하라고 쓴 책이란 말이야.
현대교회 안에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사랑이 없으면 교회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고, 사랑이 있으면 그 안에서 더 열심히 사랑하면 돼.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여기(교회)에서 사랑하느냐의 문제야.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교회 밖에서는 사랑할 수 없나요?”라는 질문을 해. 원칙적으로는 교회 밖에서 사랑할 수 없어. 왜냐하면, 교회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래. 사랑하는 곳이 교회고, 사랑하지 않으면 교회가 아냐! 사랑이 없는 곳에 가서 사랑을 하게 되면 그곳이 또 교회가 되기 때문에, “교회 밖에서는 사랑할 수 없나요?”라는 질문이 모순이 되어버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랑을 또다시 우주적으로 이끌어가는 못된 마음 때문에 그래. 사랑하면 교회고, 사랑하지 않으면 교회가 아니야. 그냥 여기에서 출발하면 돼. 그 외의 다른 생각은 사랑하는 일에 별로 도움이 안 돼.
이렇게 말하면, “그러면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배타적인 것입니까?”라고 질문을 하고는 하지. 이 질문 역시 사랑을 우주적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래.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사랑하고 있는데, ‘배타적이다, 아니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사랑을 토론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을 모두 사랑할 수 있을까? 거짓말이야. 그것은 가능한 것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눈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해.
확실한 것 하나는, 사랑은 무한한 확장성이 있다는 거야. 사랑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 사랑은 전염병처럼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것이야. 성경에 하나님나라를 누룩과 겨자씨, 밀알 등으로 비유하잖아. 이런 비유들의 공통적인 것은 확장성이야. 언제 그 일이 시작되는지는 모르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장한다는 거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마저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좋아. 그건 우리의 일이 아냐. 우리의 일이란 바로 여기에서 지금 사랑하는 거야.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 나중의 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
또 이런 질문도 하지. “다른 종교에는 사랑이 없는 건가요?”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오빠는 모르는 이야기야. 오빠는 교회는 사랑하는 곳이라는 것을 분명히 경험했고, 또 교회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아. 다른 종교는, 그 사람들의 문제야. 그 사람들도 사랑하는 모임이 되면 좋겠지. 그러나 나의 주요한 관심은 교회야. 교회는 정확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또 그 일을 해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래.
한번 정리하고 다음으로 가자. 사랑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아주 구체적인 것이다.
문동수 목사 lith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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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나이 6000년설’을 비판하면 징계대상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