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은 25일 오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5.31지방선거 관련 방송보도 중간평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 이철우 기자

“이번 5.31 지방선거는 중선거구제, 지방의회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광역시장과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 모두 여섯 번의 투표를 해야 하고, 또 선거권자 나이가 만 19 세로 낮아지고, 영주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도 선거를 할 수 있는 등 선거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방송은 이런 사실조차 충분히 알리지 않는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모니터 부장(5.31선거보도모니터단 시사토론팀)

김언경 민언련 모니터 부장은 25일 오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민언련 주최로 열린 ‘2006 지방선거 방송보도 중간평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해 “방송의 공공성은 선거에서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색 맞추기 토론 아닌, 정책·인물 검증돼야”

김언경 부장은 “이제 우리나라는 텔레비전을 떼놓고 선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본격 미디어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시사프로그램은 뉴스에 비해 정책·공약·후보자질 검증·선거제도·유권자운동·선거법 등을 심층으로 다룰 수 있는데도 ‘월드컵 특수’를 쫓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부장은 이어 “선거방송 토론은 그동안 편파성 시비와 흥미위주 또는 개인이나 정당의 약점 들춰 흠집 내기 등 정치공방으로 흘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2006 지방선거 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평했다.

김 부장은 그러나, “지나치게 공정성을 의식한 나머지 사회자의 재량권이나 형식을 극도로 제한해 심도 있는 토론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컸다”며 “남은기간 진행할 선거토론회만이라도 구색 맞추기식 토론이 아니라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인물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 피습, 선거보도 실종되지 않기를”

박진형 민언련 활동가(5.31선거보도모니터단 보도팀)는 ”지난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유세 중 피습된 사건이 생겨 그렇지 않아도 ‘월드컵’ 때문에 ‘체면치레’에 그치던 선거보도가 아예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진형 활동가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박 대표 피습 사건의 진실은 그것대로 밝혀야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에게 실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근헤 피습’ 관련 모니터 결과, 사건 발생 후 이틀 동안 문화방송(MBC) 16건, 한국방송(KBS) 14건, 서울방송(SBS) 11건의 보도를 내보냈고, 앞다투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 ‘대선에 미치는 영향’등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도내용은 피습상황 전달, 범인 신상과 범행동기, 범행과정, 수술경과, 각 당 반응, 정치인 피습사건의 역사, 정치인 신변보호 비상 등으로 나눠 자세히 다뤘다.

또한 문화방송과 서울방송은 박 대표 피습 관련 보도가 쏟아진 21일에는 단 한건도 지방선거 보도를 하지 않아 이 사건으로 지방선거 보도가 더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정보도에서 정책보도로

노영란 매비우스(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의도된 편파·왜곡보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유권자중심의 정책공약 보도가 아닌  ‘경마식’, ‘중계식’ 보도 등 내용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미디어선거에 접어들면서 ‘강금실의 보라색’, ‘오세훈의 녹색넥타이’, ‘꼭지점 댄스’, ‘마라톤’ 등 이미지중심 보도형태가 더 강화되어 동정을 중계하는 식의 보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공정성 시비’와 ‘선거법의 지나친 제약’으로 방송제작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후보자 동정 따라가기 보도가 아닌 정책중심 보도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며 “객관 근거가 있는 정책의 현실성과 타당성 점검 보도를 할 경우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사의 여론조사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가상대결이나 지지율이 얼마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실제 유권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중심의 여론조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보도 이후 당선자 공약실현 보도 등 이어져야

노영란 사무국장은 또 “지방선거시민연대, 메니페스토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의 정책검증 발표를 인용 보도하는 경우에도 시민단체의 성격에 따라 같은 정책에 상반된 분석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어떤 근거로 평가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최소한 판단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사무국장은 ”선거보도의 연장으로 당선 후 공약이 어떤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차기 선거보도 시점이 되면 축적된 경험으로 선거에서 정책보도가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무관심, 방송에서 관심 불러일으켜야

김영선 한국방송 ‘생방송 시사투나잇’ 피디는 “후보들이 정책을 급조해서 내놓고 토론회를 하면서 공약을 수정해나가는 등 정책자체가 일단 부실했고, 민주노동당 외에는 공약의 선명성이 없었다”며 “그러한 공약을 검증하는 시민단체 활동과 언론 보도나 토론회가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피디는 “정책선거와 공약검증이라는 방향은 옳지만 시민단체별로 같은 공약에 대한 평가도 다른 상황에서 방송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며 “언론사 스스로 평가기준을 만들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선 피디는 또 “선거방송법이 포괄적이고 모호해서 사안마다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전에 문제가 됐던 사안들(편파·왜곡)이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과 환경에 맞게 법 내용도 바뀌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선 피디는 이어 “최근 과자관련 방송 한번으로 과자 소비가 40%가 주는 결과를 낸 것을 보고 방송이야말로 어떤 매체보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청자, 유권자들이 정치를 외면하고 관심이 없다 해도 방송이 이슈를 제기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언경 민언련 모니터 부장과 박진형 활동가가 각각 ‘지방선거 방송보도·시사토론프로’ 중간평가 발제를 진행했으며, 토론자로는 김영선 한국방송 ‘시사투나잇’ 피디, 김진희 한국방송 ‘미디어포커스’ 기자,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 박건식 문화방송 ‘피디수첩’ 피디, 이종석 대전충남 민언련 선거방송모니터 팀장 등이 참석했고 김유진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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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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