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교인들의 정확한 인원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간의 각종 보도와 교계에서 나오는 얘기를 토대로 보면 6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인원이다. 단원고 2학년 학생 중엔 유독 교인이 많았다고 한다. 고훈 목사가 시무하는 안산제일교회를 비롯, 안산광림교회, 동산교회, 명성감리교회, 성문교회 등 안산 지역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만 해도 30~40명에 이르고 있다. 멀리 경기도 성남의 선한목자교회 고등부 학생도 몇 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모의 경우 아무리 신앙심이 돈독하다 하더라도 망연자실은 물론, 잠시나마 또는 한 동안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있을 게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믿음의 깊이를 논한다면, 그건 희생 학생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오히려 희생자 가족 가운데는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하는 임요한(단원고·18) 군-평소 부친의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되겠다고 했다는-의 부친 임온유 목사(성문교회 담임)처럼 “실수하지 않는 하나님”이라는 고백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분이 대다수일 게다.

여기서 임 목사가 고백한 ‘실수하지 않는 하나님’이란 무슨 뜻일까? 필자는 이번 참사가 하나님께서 한국 교계에 주신 경고라고 추론한다. 왜냐하면 수십 명의 교인 희생자는 그 자체로 ‘순교자(martyr)’이며 하나님께서 그처럼 많은 교인, 그것도 젊은 학생들이 ‘춥고 어두운 스올’에서 숨지도록 내버려두셨을 땐 뭔가 큰 뜻이 있을 거라고 유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에서 하나님이 하시고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역시 추론이지만,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딤후 3:5)’ 한국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질타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단의 괴수를 써서 무고한 젊은 생명을 희생시키셨을 거냐는 얘기다. 이 같은 사례는 구약에서 이스라엘이 타락했을 때, 하나님께서 이방 권력들을 움직여 이스라엘을 속박과 핍절의 늪으로 몰아넣으셨던 여러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단 교주의 일탈 행각에 멍드는 신도들

세월호 사태를 유발한 이단 교주 유병언의 일탈 행각은 세인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할 만큼 파렴치하다. 그것도 한두 사안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악랄하다는 점에서 분노를 넘어서 연민마저 느끼게 된다.

필자는 그의 일탈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것 중 하나로 유병언이 이단 권력의 대물림을 획책하고 있는 점을 꼽고 싶다. 유는 둘째 아들 혁기로 하여금 구원파 신도들에게 설교를 시키는 등 띄워줌으로써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단 체제를 대물림함으로써 확대재생산을 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다음, 이른바 사진작가의 탈을 쓰고 지구촌 곳곳에서 전시회를 연 점 역시 파렴치한 행태다. 유병언은 ‘아해’라는 가명으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나 바르세이유 미술관, 체코 프라하 국립미술관 등 유수의 전시관에서 호화판 사진전시회를 가졌다. 박물관장이나 미술관장으로부터 상찬(賞讚)어린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거액의 장소사용료를 건네고 전시 공간을 빌리는 자에게 어찌 ‘조악한 작품’이란 평가를 내릴 것인가! 저급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사진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작품’이란 걸 방계회사에 수백억 원을 받고 팔아 넘겨 돈을 챙겼다. 물론 이것이 유병언 일가로의 편법적 금전 이동이란 건 중학생만 되어도 알 수 있다.

이단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치 행위는 비단 유병언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신예 이단으로 한국 교계를 공략하고 있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호주 교계에 따르면 2013년 4월 이만희는 비서로 보이는 여성과 국적기의 1등석(first class)에 앉아 호주 시드니 공항에 내렸다. 공교롭게도 그 비행기엔 감리교 최고위 감독 한 분이 동승했다. 그 분은 시드니에서 열리는 감리교 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 차 그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10여시간 동안을 3등석(economy class)에서 보냈다. 매년 3월 열리는 시드니성시화대회의 주강사로 참석한 홍정길 목사(밀알재단 이사장-2013년), 손봉호 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2014년) 같은 분도 여지없이 이코노미 석에 앉아 갔다.

일부 대형교회 목사도 이단 판박이 행각

이단 교주들의 일탈 행각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이단 교주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 중 하나로 꼽히는 한 교회 담임목사(교회에선 그를 당회장 목사님이라 부른다)의 행태를 보자. 편의상 그의 이니셜을 X라 하자. X는 물고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익투스(ΙΧΘΥΣ)에서 따왔음을 밝혀둔다. 하지만 익투스(ictus)는 영어로 ‘발작’이라는 뜻도 있다.

대한민국 교계는 물론, 정계, 경제계, 문화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는 2000년 5월, 월간잡지 S와의 와이드 인터뷰에서 “세습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공언했다. 그리고는 최근 교회 인근 위성도시에 수백억 원을 들여 지교회를 지은 뒤 맏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부여한 데 이어, 자기 교회 성도들에게 교회 이적(移籍)을 강요하고 있다. 그 교회 신도들에 따르면, 호적상 나이가 2년 어리게 등재돼 내년에 은퇴하는 그는 최근 ‘바지 목사’를 담임으로 내정해 놓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이 교회헌법에 목회 세습을 금지하자 이른바 ‘쿳션 세습’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설교 도중 “우리 교회에서 나간 장로 중 잘된 꼴을 보지 못했다”는 막말까지 내뱉고 있다. 바꿔 말하면 자기 교회 이외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야말로 이단 사이비가 주장하는 바와 뭐가 다른가! 스스로 박수나 술객(術客)임을 자임하는 셈이다.

X는 수년 전 느닷없이 시인으로 등단한다. 목사가 시인으로 등단하는 거야 그리 신기할 것 없다. 문제는 그를 등단시킨 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이 건네졌다는 점이다. 같은 건물 옆 사무실에 있는 사진관련 예술단체장이 그 사실을 알고 입이 댓자나 나왔다. 그러자 그 단체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 분을 사진작가로 등단시키자!”고.

그는 ‘해외선교집회’라는 명목으로 1년에 6회 이상 해외에 나간다. 그가 해외에 나갈 때는 대개 부인을 대동하고 수십 명의 교인이 그를 수행한다. X 부부는 당연히(?) 1등석을 탄다. 교인들은 첨엔 그 사실을 몰랐다. 수년 전 그가 설교 도중 “1등석에서 장애인으로 신앙심이 돈독한 어느 교인을 만났다”는 얘기를 함으로써 알려진 사실이다. 그건 애교로 봐주자. 언필칭 10만 성도(실제론 5만 명 내외)를 이끄는 교회 담임목사가 3등석을 탄대서야 말이 되는가!

“다보스 포럼에 공짜로 갔다”고?

정말 가관인 건 그의 ‘다보스포럼 참석기’다. 2011년 1월 하순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참석하고 돌아온 후 그는 한 동안 설교 때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을 자랑삼아 얘기했다. 거기서 설교를 했다고. 그런데 기실 그가 다보스포럼에서 한 활동은 ‘한반도 통일 전망’에 관한 1시간짜리 세션의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것이 다였다.

영어를 못해 맏아들을 통역으로 대동하고 포럼에 참석한 그는, “통일된 한국을 위협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전제한 뒤 “하나님의 섭리로 축복을 받으며 재결합한 한 쌍이 주변에 위협이 되겠느냐”며 축복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의 발언이 떠 있다. 그것으로 다보스 포럼에서 그의 공식 활동은 끝났다. 그런데 돌아와서 그곳에서 설교를 했으며 참석자들이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마도 스위스의 한인교회에서 설교한 것을 잠시 허언증(虛言症:Pseudologia Fantastica)으로 인해 그렇게 말한 것 아닌지? 참고로 허언증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습관’이다.

그것까지는 그대로 넘어가자. 문제는 자신과 아들이 마치 다보스포럼에 ‘초청’된 것처럼(그러니까 무료로 참석한 것처럼) 얘기한 거다. 다보스 포럼은 공짜가 없다. 미국의 CNN 등에 따르면 기업 회원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려면 평균 참가비가 4만 달러(약 4200여 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다보스포럼의 의제를 설정하는 데 참가하는 전략적 파트너의 경우 무려 50만 달러(약 5억3000여만 원) 이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Faculty Member에겐 왕복 2등석(business class) 항공권과 체류 비용을 제공한다. 그 외엔 예외가 없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경도된 인사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는 그래서 ‘부자들의 사교클럽’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다보스는 이 행사 하나로 우리 돈으로 500억 원 가량을 챙긴다. 그 돈으로 1년을 먹고 산다. 물가가 엄청 비싼 건 당연한 이치다.

이 포럼에 대항하기 위해 중남미 진보세력이 중심이 돼 ‘또 다른 대안 세계’를 기치로 내걸고 2001년부터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기간에 맞춰 세계사회포럼(FSM=Fórum Social Mundial)을 열 정도로 지구촌의 원성이 잦은 모임이다.

당신들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됐소!

다시 X 얘기로 돌아가자. 그가 포럼 패널로서 참가비를 면제받았다면 Faculty Member여야 한다. 근데 그는 Faculty Member가 아니다. 당시 그와 함께 패널에 참가했던 Faculty Member Y대 M 교수로부터 확인한 사항이다. 게다가 통역으로 대동한 아들의 참가비는?

말은 바로 해야 한다. 특히 바른 목회자라면 거짓말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순진한 교인은 잠시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더욱이 그는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에서 허언(虛言)을 밥 먹듯이 하는 목사로 정평 나 있다.

이단 욕할 것 하나 없다. 요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보여주는 타락상! 이단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감히 말한다!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 목사들의 타락에 주님이 분노하셔서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이단을 통해 경고를 보내신 거라고. 그래서 애꿎은 우리 아이들이 순교자로 희생된 거라고.

<윤재석 CBS 국제담당 해설위원>

윤재석 CBS 국제담당 해설위원  blest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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