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개신교와 천주교, 정교회의 신앙적 친교와 복음 선교를 위한 일치 운동의 결실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직제협의회)가 창립해 새로운 단계로 도약을 시도한다.

▲ 22일 11시 대한성공회 대성당에서 신앙과직제협의회가 창립해 조직, 예산, 사업 등을 논의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22일 신앙과직제협의회는 창립총회에 앞서 10시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소강당에서 창립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11시 창립총회를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제까지 우리는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서로 다른 종교인 것처럼 무관심, 배타적인 말과 행동을 해왔다.”며 “이것은 신앙의 오류이기 보다 인간의 자존심과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부산물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앙의 본질을 찾아서 함께 기도하고, 사귀고, 공부하고, 행동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지상 명령으로 내려주신 일치 안에서 함께 사랑하고,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과도 사랑을 나눴으면 한다.”고 의의를 전했다.

NCCK 김영주 총무도 “오늘은 한국교회 역사에서 매우 뜻 깊은 날이 될 것”이라며, “서로의 장점, 노력, 헌신, 수고 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사하고, 함께 했어야 했지만 배타적 이해관계로 지내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각각의 신앙 전통이 독특한 교단들이 한 역사를 써보겠다는 출발점”이라며, “100년 후 교회 역사가들이 오늘을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할 것이며, 오늘은 한국교회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날”이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 천주교 주은애 수녀와 개신교 변창배 목사가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천주교 신정훈 신부는 “1967년 교회일치 주간을 시작으로 1977년에는 공동번역성서를 간행하는 등 일치포럼, 신학대화, 신학생 교류 등 공교회 차원의 교류를 지속해 왔다.”며 “지난 동안 진행된 일치 운동이 일치에 대한 관심을 증대하는 것에 있었다면, 이후에는 신학적 대화를 포함해 본격적인 일치증진을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성공회 김광준 신부도 “신앙과직제협의회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교파 간의 신앙적 친교를 이루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며 “(협의회 창립은) 한국 그리스도교 역사적 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며, 세계교회 차원의 신학적 협의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전개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이어진 11시 창립총회에서 신앙과직제협의회는 정관 및 조직구성, 사업계획안, 예산 등을 처리했다. 단체의 총회원은 NCCK와 회원교단, 천주교로 구성된 회원 60명으로 구성하기로 했으며, 천주교와 개신교가 각각 30명씩 교단에서 파송하기로 합의했다.

공동대표는 참여 교단 대표가 맡았고, 공동의장은 김희중 대주교와 NCCK 회장 박종덕 사령관이 임명됐다. 그 밖에 운영위원회와 사무국도 공동 대표와 공동 운영을 원칙으로 구성했다.

사업으로는 일치증진을 위한 활동,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활동, 함께 기도하기 등으로 나눠 일치기도주간, 공동기도문 개발, 교재개발, 공동성서번역, 신학생 교류, 일치학교 운영, 일치피정 등 다양한 사업들을 개발, 시행하기로 총의를 모았다.

▲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가 창립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박종던 사령관이 창립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신앙과직제협의회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신앙과 직제의 차이가 있었지만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해방과 자유, 정의와 평화를 위한 투쟁의 자리에서 협력해 왔다.”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에 신앙과직제협의회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교파 간의 신앙적 친교를 이룸은 물론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며 “개신교와 정교회, 그리고 천주교가 공식적 기구를 통해 일치의 증진은 물론 선교협력으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한 것은 그리스도교 역사만이 아니라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에는 NCCK, 한국정교회, 한국천주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히, 대한성공회, 한국구세군,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11개 교단 및 단체가 함께 했다.

또한 창립총회에는 천주교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WCC 아시아 의장 장상 목사와 중앙위원 배현주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조현재 차관이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으며, WCC 신앙과직제위원장 바실리오스 대주교도 서한을 통해 연대와 지지의 의사를 밝혔다.

▲ 신앙과직제협의회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한 운동을 상시적 단체 안에서 진행할 것을 결의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한편, 창립총회가 있던 성공회 서울대성당 앞에는 신앙과직제협의회의 창립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이 몰려들어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카톨릭은 기독교(개신교)와는 전혀 다른 이단 종교’이며, 교회 일치운동은 ‘배도 행위’라고 주장했다.

▲ 개신교와 천주교의 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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