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야권의 대참패로 끝난 보궐선거가 끝난 뒤 ‘잠시’ 맨붕에 빠졌다. 여기에서 ‘잠시’라고 한 것은 이미 지난 대선 뒤에 ‘긴’ 맨붕에 빠진 것과 비교해서이다. 그러나 잠시라고는 했지만 충격은 어쩌면 더 컸던 것 같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집약해서 보여준 엄청난 사건이었다.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와 체제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 주었다. 그래서 ‘세월호 이후의 우리 사회’는 대통령의 어법대로 대개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변화의 단초가 될 진상을 규명하자는 특별법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위해 유가족들이 삼복더위에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이러한 일들이 진행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랐는데 선거 결과는 그러한 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세력에  손을 들어준 실망스런 결과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휴가철이라지만 이런 중대한 국면에서 하필이면 왜 야권을 탄핵할까? 이런 원망스러운 생각은 며칠을 지나며 바뀌기 시작했다. 세월호 이후의 사회를 준비하려면 '너희부터 변화하라'는 국민의 메시지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 절실한 곳은 사실 한국교회이다. 세월호 이후의 한국교회에는 이른바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신앙’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한국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가로막는 세력이란 오명을 씻고 새로운 하나님나라의 비전을 제시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추동해 나갈 한국교회안의 주체세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러한 주체 세력을 ‘에큐메니컬 에반젤리스트(ecumenical evangelist, 교회연합과 사회연대를 위한 복음주의자)’라고 명명해 본다. 이들이 나름대로의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의 변화를 추동해 가는데는 한계가 많음을 보게 된다.(그리고 고백한다). 그래서 야권의 탄핵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도 변화하자.

에큐메니안이 10년을 준비하며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에큐메니안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것은 바로 그 속에 에큐메니안에 대한 소망이 대략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에큐메니안이라 제호는 처음에 어떤 의미로 만들었지는 소상히 모르지만 에큐메니안은 이러한 한국교회의 변화를 위한 나팔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추동해 나갈 에큐메니컬 에반젤리스트들의 나눔과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이러한 기본적인 바람과 함께 몇 가지 희망사항과 주문사항을 적어본다. 

에큐메니안은 기독교 대안언론으로 출발했다. 각 교단의 기관지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더 이상 ‘새로운 기독교’를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보았기에 출발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새로운 기독교의 모습은 무엇이며 그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다가 갈 필요가 있다. 그런면에서 에큐메니안의 정체성도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특정 교단의 개혁적 신문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기독교종합적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에 신문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방향성은 좀더 뚜렷해져야 할 것이다.

에큐메니안의 운영체제에 대한 제안을 하자면 요사의 많이 회자되는 ‘협동조합’방식의 운영의 도입을 조심스레 타진해 보았으면 한다. 얼마전 진보적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러 전환했다. 협동조합은 이른바 운영에 있어서의 민주성과 출자를 통한 경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오래된 미래’이다. 더구나 협동조합의 정신은 가장 기독교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에큐메니안의 참여 주체를 넓혀 나가기 위한 좋은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사이 대안언론들은 다양한 매체의 사용(예를 들어 팟캐스트 방송등)과 교육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팟캐스트 방송 중에 기독교적 내용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진보적 언론들을 보면 다야한 인문교육과정들이 많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에큐메니안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독교단체와 교육기관들과 연결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적 기독교 언론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서로 기사도 공유하고 기자도 공통적으로 양성하고, 그렇게 해서 기독교 대안언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

이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나가려고 하는 에큐메니안에 너무 지나친 바램을 많이 적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이것이 단지 한 신문사에 하는 주문이 아니라 이 시대를 고민하는 많은 에큐메니컬 에반젤리스트들의 고민과 과제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양해 할 수 있지 않을까?

김영철목사(생명평화마당 실행위원장)

김영철 목사  cathi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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