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주 담당교수. ⓒ에큐메니안 고수봉

김창주 교수(이하 김): 본래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자전거 순례를 매년 해왔다. 떠나기 일주일 전에, 몇몇 임원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문제가 제기됐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평화’의 가치에 부합된다고 생각해 다시 일정을 잡게 됐다.

이성휘 단장(이하 이): 지난 5월에 세월호 사건으로 소라탑 광장에서 다른 신학생들과 삭발 및 단식 농성을 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었고, 약자를 억압하지 않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영오 씨가 단식을 하시면서 굉장히 야위어 가고, 점점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결심하게 됐다. 게다가 유족들과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들은 척도 않고, 여당과 야당은 유가족 뒷통수만 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화가 나기도 했다.

자전거 종주를 하는 동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다닌 것으로 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이: 인솔하는 차에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구를 붙이자는 의견이 나와 중간에 제작하러 갔더니 사장님께서 우리에게 비타민 음료를 선물했다. 자동차로 지나가시다. 엄지를 세우는 분도 있었다.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분을 볼 때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런 분들을 볼 때면 세월호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그래도 호응하는 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시민들의 반응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간혹 좋은 일 한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있고, 음료를 선물하는 분도 있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신 분들은 을지로에서 젊은 여성분이 우리를 향해서 ‘수고한다. 아주 좋은 일 한다.’며 연신 파이팅을 보내줬다. 어떤 분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기도 했다. 반면에 비난조의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있다.

▲ 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팽목항에서 주요 거점을 돌아 573km를 달려왔다. (사진: 자전거 국토종주단)

김: 위험은 항상 있었다. 영산강, 금강, 탄천, 한강 등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은 위험이 덜하고, 수월하지만 간혹 타게 되는 일반도로는 위험하다. 차량 통행도 많고 큰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위험하다. 더 위험한 것은 노면상태, 홀이 파인 도로를 실제로 지나가다가 타이어가 펑크 난 적이 있었다. 자칫 잘못해 도로 쪽으로 넘어져 차량과 충돌한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동행하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안전을 계속 당부했던 것 같다.

이: 마지막 날에는 정지선에 멈춰 있는데, 바뀐 신호를 뒤늦게 발견한 트럭이 급정지를 하다가 우리 왼쪽 차량을 들이 박았다. 우리도 말려들 뻔 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위험한 순간이긴 한데, 떠나기 10일을 앞두고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SNS를 통해 제보를 받았고, 중고 사이트에서 자전거를 발견했다. 구매자로 속이고 접근해 자전거를 찾았다. 자전거 절도범은 경찰에 끌려갔다. 첫날부터 매일 주행거리가 계속 늘어나 어려웠을 텐데, 안전하게 무사히 따라 와준 단원들에게 감사하다.

▲ 이성휘 단장.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 세월호 문제를 왜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게 하는지 난 그게 이해되지 않는다. 당연히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다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만든 것은 대통령,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다. 신학생들이 이 일에 나서는 것도 사람과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참여하는 것이지 특정한 정치적 계파를 위한 일이 아니다. 정치 행위가 아닌 사랑의 실천이다.

김: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약간의 피로도가 쌓일 수 있다. 그러나 희생된 분들이 내 가까운 친척, 자녀, 막역한 사이라면 그만 하라고 할 수 있을까? 세월호 문제로 자꾸 시끄러워 지니까 어느 정도 선에서 무마하려고 하는데, 종교인으로서 자기 교인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사야 40장 1절,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고 하신다. 세월호 가족들은 물론이고, 한국사회 아픔을 조금이라도 씻어내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자전거 국토종주를 마쳤는데, 마지막으로 소감을 말해달라.

김: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우리와 인연도 없고,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살아있는 생명, 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됐다. 시간이 지났다고, 그 시간 속에 망각시키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도리가 아니다. 그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 우리와 영으로 연결된 존재들임을 깊이 각인했다. 한국교회와 지식인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 세월호 이후,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번에 팽목항에 처음 갔다. 동트는 새벽, 드문드문 보이는 섬들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고, 비바람이 불었다. 문득, 세월호에 갇혀 있던 아이들은 정말 춥고, 깜깜하고, 무서운 속에서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놓여졌는지 영문도 모른 채 떨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슬프고, 아팠다. 하지만 진도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 두 분을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임을 다시 실감했다.

▲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자전거 국토종주단이 마지막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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